얼어붙은 날씨, 풀리지 않는 정치판
얼어붙은 날씨, 풀리지 않는 정치판
  • 김규원
  • 승인 2022.12.18 13:3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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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일 아침에
김 규 원/ 편집고문
김 규 원/ 편집고문

  낮 기온이 영하 5, 새벽에는 영하 10를 기록했다. 체감온도는 그보다 2~3더 낮다. 서울 등 위쪽 지역은 영하 15를 맴돌았다는 보도다. 이런 추위 속에서도 서울 광화문 거리엔 정권 퇴진을 외치는 촛불이 제법 큰 목소리로 울렸다고 한다.

  최근에 국정 지지율이 약간 오른 일에 고무된 듯 윤 대통령의 행보는 거침이 없다. 15일엔 국정과제점검회의라는 이름을 단 정체불명의 행사가 중계되었다. 120개 국정과제를 설정하고 점검한다던 행사였다.

  청와대 영빈관에서 국민 패널 100인과 장관, 등 관계자까지 150여 명이 참석했다. 윤대통령이 주재하여 진행한 국정과제 점검 회의를 보면서 필요한 회의라는 느낌은 있었지만, 대통령이 입버릇처럼 말하던 자유로운 분위기가 아닌 잘 짜인 각본에 따른 퍼포먼스로 보였다.

  뭔가 힘이 실린 자신감이 넘치는 대통령의 표정을 보며 조금 걱정스러운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화물연대파업을 제압(?)한 뒤에 국무회의에서 반대 세력과 같이할 수 없다는 말로 야당과의 대화를 아예 염두에 두지 않는 자신감을 보이는 게 걱정스러운 것이다.

 

야당과 대화하지 않고 버티는 정부

 

  내 생각에 반대하는 누구든 용납하지 않겠다는 듯 보이는 대통령의 강단(?)에 박수를 보내는 사람은 추종 세력과 독재 시대의 향수에 젖어 있는 노인들 뿐이다. 전체 국민의 30% 남짓한 사람들의 박수 소리만 들리고 그들의 2배에 달하는 이들이 끌끌혀를 차는 소리는 듣지 않는가?

  전국교수회의 신문이 발표한 2022년 사자성어 과이불개(過而不改)’를 내놓을 만큼 이 정부는 7개월 동안 숱한 잘못과 실수가 잇달아도 단 한 차례도 사과하지 않았다. 물론 그 잘못과 실수를 인정하려 들지도 않았다.

  지록위마(指鹿爲馬), 고사에서 진나라 환관출신 승상 조고가 자신의 반대 세력을 골라내기 위해 사슴을 어전에 끌어다 놓고 좋은 말이라고 주장하며 그 말에 이의를 제기하는 인물들을 모두 숙청한 일에서 비롯한 경구다.

  뭐든 내 말과 행하는 일이 옳고 그에 이의를 말하지 못하게 불온 세력으로 규정하는 독재 정권 시대의 정치행태가 점점 자리를 잡아가는 요즘이다. 작은 단체나 폐쇄조직에서는 그런 억지와 견강부회가 통할 수 있지만, 나라 정치에서는 절대 금물인 정치행태다.

  이런 모습이 화물연대 제압 이후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자신감마저 엿보이니 걱정이다. 언젠가 대통령을 처음하는 것이어서 서툴다는 의미의 말이 나왔었다. 누구도 우리나라에서는 대통령은 처음으로 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대통령은 주변에 경험과 실력을 겸비한 인물들을 기용하여 도움을 받아야 한다. 내 맘에 딱 맞는 인물만 주변에 두다 보니 바른말을 듣지 못한다. 결국 자신의 한계에 갇혀 그 범주를 벗어나면 바른 판단을 할 수 없게 된다.

  개인 사업이라면 말아 먹든 망하든 개인의 일이지만, 나랏일은 실수를 용납하지 않는다. 그 영향이 국민과 모든 기업, 국가의 안위와 직결하기 때문이다. 더구나 국정을 처음 시작하는 단계에서는 이런저런 실수가 나올 수 있다.

  잘못됐다면 얼른 실수를 인정하고 고치면 다시 실수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런데 그 실수를 인정하지 않고 그런 일을 보도한 언론과 반대 세력을 싸잡아 비난하며 억압하는 게 문제다. 전제 군주시대의 제왕도 신하들이 통촉하시옵소서라며 재고를 요청하면 받아들였다.

  자꾸만 잘못을 합리화하거나, 내 주장이 옳다고 주장하는 태도는 바람직하지 않다. 잘못을 인정하기 싫어한다는 건 개인의 문제다. 지난 시대에 먹고살기에 매달리던 국민이 아니다. 이미 선진화한 국민의 인식이다. 독재 시대의 리더십에 끌려가지 않을 만큼 성숙한 시민이다.

 

아직도 남 탓, 시야를 넓혀야

 

  서해 공무원 피격사건 등 지난 정권을 겨냥한 집요한 수사가 점점 그 강도를 더하는 느낌이다. 어떻게든 문 전 대통령을 곤경에 몰아넣겠다는 듯한 수사 전개를 보며 지난날 이명박 정부의 재탕을 보는 듯 답답하다.

  그 일을 뒤적거려서 과연 국민에게 어떤 이익이 돌아갈 것인지 아무리 생각해도 알 길이 없다. 그런 수사 기술(?)로 국민 경제에 해악을 끼친 주가 조작이나 국고 낭비를 들추어 백일하에 밝히는 게 백배는 이익일 것이다.

  전 정권을 공격하여 비교우위를 점하겠다는 생각이라면 착각이다. 지금 정부가 가장 다급한 일은 내년 예산안이 국회를 통과하는 일이고 점점 어려워지는 민생에 도움을 주는 일이다. 말로만 공정과 상식, 자유를 말할 게 아니라, 작게나마 실천하는 움직임이 필요하다.

  남의 잘못 보다는 내 잘못이 무엇인지, 고칠 일이 무엇인지 살피고 고쳐나가는 게 먼저다. 전 정권의 잘못을 아무리 들춰도 비교우위 효과는 낼 수 없다. 내 잘못을 먼저 고치는 자세를 보이지 않으면서 묵은 시대를 뒤적거리는 건 역효과만 낸다.

  과이불개 시위과의(過而不改 是謂過矣), ‘잘못을 알고도 고치지 않는, 그것이 허물이다.’라는 논어의 경구(警句)가 대학교수신문에 올해의 사자성어로 선택된 의미를 되새겨야 할 것이다. 7개월이 되도록 묵은 일만 들출 만큼 정세는 한가하지 않다.

  앞으로 나아가는 정치, 따르는 층만 아닌 전체 국민을 아우르는 통합의 정치가 다급하게 요구되는 현실이다. 30%가 아닌 100% 국민을 보도록 시야를 넓혀야 한다. 혼자 볼 수 없다면 주변에 바른 눈을 가진 인물을 모셔서라도 보아야 한다.

  ‘미운 놈 떡 하나 더 준다.’라는 속담처럼 반대 위치에 선 60% 이상 국민, 다수의 국민을 위해 진심으로 마음을 주는 정치가 절실하다. 촛불을 들고 퇴진을 말하는 이들의 마음을 돌릴 수 있는 진정 어린 정치 고치기를 위해 눈을 들어 넓게 보이야 한다.

  눈을 들면 발밑에서 볼 수 없었던 큰 것, 바른 것을 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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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와니 2022-12-20 13:08:15
사람고쳐 쓰는게 아니랍니다. 퇴진만이 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