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정치권, 정신 바짝 차려야
전북 정치권, 정신 바짝 차려야
  • 김규원
  • 승인 2022.12.11 1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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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규 원/편집고문
김 규 원/편집고문

전북의 목소리가 곳곳에서 무시되고 전북이 바라는 일은 정치권의 허풍과는 달리 늘 중도에서 걸림돌에 걸려 넘어져 깨져버리고 부서진다. 도대체 되는 일이 없다. 33년째 표류하고 있는 새만금이 그렇고 남원 공공의대 부활, 전북특별자치도법, 3금융도시 조성 등 타 시도에서 추진된 일에 비하면 별것 아닌 일들이 모두 말만 무성하다가 흐지부지다.

전북 정치권이 자신있다던 전북특별자치도 법안이 법사위를 넘지 못하고 좌초했다. 어떤 이는 좌초라는 표현을 두고 언제든 다시 논의할 수 있는 사안이므로 계류라고 그대로 적어야 맞다고 했다.

계류는 나가지 못하도록 묶어두었다는 의미이다. 그렇게 법사위에 계류상태에 있거나 폐기된 법안은 수백 건이 넘는다. 강원도 출신 국민의힘 의원이 반대하고 같은 당 김도읍 법사위원장이 계류를 선언한 데는 사전 방침이 정해졌음을 보여준 일이다.

그렇게 전북특별자치도 법안은 배가 가다가 암초에 걸려 좌초하듯 멈춰 서버렸다. 다만, 가느다란 희망을 두는 건 내년 전주을 재선거를 앞둔 정운천 국민의힘 의원의 활동 여부에 따라 다른 결과가 나올 수도 있을까 기대하는 정도이다.

내년 6월이면 강원특별자치도가 정식으로 출범한다. 민주당이 강원도지사 선거에서 승리해보겠다고 만들어준 특별자치도법이 국민의힘 김진태 강원도지사만 우쭐하게 해주었다. 그리고 특별자도 난립이라는 해괴한 이유를 들어 전북특별자치도법안을 반대하는 강원도 유상범 의원의 주장도 나왔다.

전북 국회의원들도 찬성에 힘을 보태주었던 강원특별자치도 법안이었지만, 그들에게서 되돌아 온 건 도움은커녕 반대에 앞장서서 전북을 딛고 위로 올라서겠다는 치사한 배신뿐이었다. 전북은 늘 그처럼 뒤통수만 얻어맞고 아프다는 소리조차 못한다.

영광 한빛원자력발전소 4호기가 주민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재가동을 시작했다. 지난 8일 열린 168회 원자력안전위원회 회의에서 격납 건물의 안전성에 문제가 없다며 재가동을 승인했다. 안전 여부를 용역을 통해 조사하여 안전하다는 결과를 근거로 제시했다.

그러나 주민들과 환경단체는 안전 여부를 조사한 용역부터 짜고 치는 고스톱처럼 엉터리였다고 지적했다. 사고가 발생할 우려를 전제한 건전성평가를 하지 않고 설계사고 기준 평가만으로 재가동을 승인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격납 건물의 건전성 조사를 맡긴 용역업체가 원래 격납 건물을 설계했던 당사자였으니 설계상 구조 건전성 평가에서 안전하다는 결과는 당연한 것이다. 안전성 조사 용역이 아니라 재가동을 위한 명분을 만들기 위해 원래 건물 설계자에게 안전 여부 용역을 맡긴 것이다.

지난 20174호기 격납 건물 벽면에서 틈 140여 개가 발견되어 발전을 중단했던 4호기를 격납 건물에 대한 철저한 안전조치도 없이 다시 재가동했다는 건 심각한 문제다. 새 정부의 원자력 선호에 맞추느라 주민 안전보장도 없이 재가동했다.

정권의 비위를 맞추기 위해 주민 안전 따위는 전혀 고려 대상이 아니라는 듯 위험한 발전을 시작한 한수원의 결정은 마땅히 철회되어야 한다. 정히 발전을 하려거든 부실한 격납 건물을 헐고 다시 지어 안전이 보장된 다음에 재가동해야 한다.

이와 관련 한빛핵발전소대응호남권공동행동9일 성명서를 내고 안전성이 검증되지 않은 한빛 4호기 재가동 승인은 수용할 수 없다.”라며 원자력안전위원회는 위험천만한 한빛4호기 재가동을 중단하라.”라고 주장했다.

전력이 부족하거나 공급에 어려움을 겪는 상황도 아닌데 여태 안전을 이유로 세워두었던 4호기를 갑자기 가동한 이유가 무엇인가? 한수원은 57개월 동안 4호기를 돌리지 않고도 전력을 공급해왔다. 전북인들의 의견은 여기서도 철저히 배제되고 외면당하고 있었다.

거기에 더하여 전북이 만만하게 당하는 일이 또 있다. 한때 전국을 공포에 몰고 갔던 라돈 침대 사건에서 문제의 라돈 침대를 모두 거두어들인 560여 톤을 하필이면 전북 군산 소각장에서 처리한다는 방침이 전해졌다.

방사성 물질이고 1급 발암물질로 알려진 라돈 침대와 베개 등 115천여 점 560톤을 군산 소각장에서 소각하여 땅에 묻겠다는 계획이다. 환경부의 이 같은 계획은 군산시도 모르게 진행되어 이미 14톤을 실험 소각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군산에서 생산하거나 거두어들인 물건도 아니고 보관되어 있던 것도 아닌 위험물을 하필이면 군산 소각장에서 소각하겠다는 환경부의 구상이 문제다. 제일 만만한 곳이 전북이니 살금살금 군산 소각장에 위험물을 보내서 소각하겠다는 심산인지 묻는다.

이러니 분통이 터지는 것이다. 좋은 건 다 수도권과 영남권에서 차지하고 누리도록 배려하고 유해 물질이나 위험한 상황은 전북에서 처리하겠다는 심산은 도대체 무엇인가? 전북 정치권은 맨날 헛바람만 켜고 허망한 트림이나 하고 있단 말인가?

누구는 전북 의원들이 초선이나 재선에 불과하여 비중이 적다 보니 영향력이 적다는 표현으로 전북 의원들의 무기력한 움직임을 에두르고 있다. 그러나 국회의원의 활동은 굳이 몇 선인가에 좌우되지 않는다. 얼마나 진정성있게 접근하여 일머리를 잡아채는지에 달렸다.

전북특별자치도 법안에 유상범 의원이 반대 발언에도 그 자리에 있던 전북의원 가운데 누구하나 나서서 반박조차 하지 않았다는 후문이다. 김도읍 위원장의 계류 선언에 그저 낙담하는 무기력한 의원들에 대한 평가는 2024년 총선에서 반드시 이루져야 한다.

물가상승과 이런저런 연고로 어쩌다 얻어걸린 예산액 증액과 교부세 획득 공로만 왕 나팔로 선전할 게 아니라 지역을 위해 싸우는 투사가 되어야 전북이 살아남을 수 있다. 경쟁에서 탈락한 청소년치유센터 사업을 명칭만 바꾸어 유치하는 광주 국회의원들의 치밀한 대응을 배워야 한다.

시도하는 일마다 실패하고 더러운 것, 위험한 것만 전북에 몰리는 이런 한심한 상황이 언제까지 계속되도록 지켜보고만 있을 것인가? 제발 그렁저렁 묻어 다니며 얻어걸릴 생각만 말고 제대로 계획하고 싸워서 이기는 모습도 보여주는 전북 국회의원들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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