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디딤센터 변칙 설립
청소년 디딤센터 변칙 설립
  • 김규원
  • 승인 2022.12.05 1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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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5일 치 본지 3면에 국립호남권청소년디딤센터 건립과 관련하여 국회 김수흥(익산 갑)의원이 지적한 기사가 실렸다. 센터 건립 공모사업에서 탈락한 광주시에 청소년치료재활센터라고 명칭을 바꾸어 10억 원을 국회 심의 과정에서 끼워 넣었다는 것이다.

  당초 이 센터 건립을 두고 여성가족부가 지난 2월 유치 희망지역을 공모했다. 이에 익산시와 광주시가 경합을 벌였다. 익산시는 이 센터 유치를 위해 익산교육지원청과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프로그램 운영지원까지 약속하는 등 만반의 준비를 했다.

  이어서 센터 유치에 필요한 프로그램을 공동 개발하고 타당성 연구용역과 함께 중앙부터를 설득하기 위해 지역 국회의원들도 힘을 보탰다. 정서와 행동에 문제가 있는 청소년들을 수용하여 치료하고 도울 시설이 절실했던 상황이었다.

  정헌율 익산시장과 이수경 익산 교육장은 센터 유치를 위해 온 힘을 다했고 지역 국회의원인 김수흥 의원과 한병도 의원, 김관영 도지사까지 힘을 보탰다. 그리고 마침내 811일 여성가족부가 두 지역 가운데 익산시의 준비가 잘 되어 있음을 인정하고 설립지역으로 결정했다.

  이런 과정을 거쳐 국립호남권청소년디딤센터가 익산에 들어서게 되었다. 익산시는 이미 타당성 조사와 연구용역까지 마치고 프로그램까지 준비하여 완벽하게 대응했기에 광역자치단체인 광주시와 경쟁에서 승리할 수 있었다.

  그런데 내년 예산을 심의하는 과정에서 익산시에 국립호남권청소년디딤센터 설립을 위한 설계비 예산 17억 원이 증액되고 광주시에도 국립광주청소년치료재활센터 타당성 조사 용역비10억 원이 예산에 증액되었다.

  예산조정 소위원회의 예산 세부 사업명은 청소년치료재활센터 건립이라는 코드명으로 동일한 사업으로 되어 있다. 공모에서 광주시가 탈락하자 양쪽에 다 같이 건립하도록 예산을 마련한 것이다. 이럴 거면 왜 공모를 했는지 도대체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물론 광주에도 재활센터를 건립하는 게 배가 아파서 지적하는 건 아니다. 공모사업에 선정되기 위해 갖은 노력을 다해 가까스로 사업을 따내고 보니 양쪽에 다 설립하게 한다니 어이가 없다. 당시에 전북이 탈락했다면 과연 양쪽에 센터를 설립하게 됐을까?

  이런 차이가 광역시와 일반 시의 차이인지는 몰라도 이런 식으로 조령모개(朝令暮改)하는 행정은 있을 수 없다. 공모에 응하여 사업을 따내는데 많은 시간과 노력, 비용이 들었다. 이 시간과 노력이 불필요한 것이었다는 데 시민들은 분노한다.

  정부가 이처럼 무의미한 경쟁을 유발하는 자체가 행정력 낭비이고 모순이다. 이 사업을 양쪽에서 추진하게 되면서 자연히 익산에 설립되는 디딤센터의 규모는 작아질 것이다. 그리고 광주의 센터가 인구 비례로 보아 크게 되면 주객이 전도되는 결과가 온다. 그러므로 여가부는 당초 계획대로 익산 센터를 건립하고 광주 센터는 취소해야 옳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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