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에 내몰리는 아이들
위험에 내몰리는 아이들
  • 김규원
  • 승인 2022.11.27 15:49
  • 댓글 1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월요일 아침에
김 규 원/편집고문
김 규 원/편집고문

지난 금요일 오후 마감 시간 후에 책상 위의 업무용 전화가 울렸다. 내년 3월 입주를 앞둔 송천동 에코시티 한화포레나 아파트 입주 예정자인데, 전주 교육지원청의 황당한 행정예고로 문제가 발생했다는 제보를 해왔다.

제보자는 당초 전주 에코시티 한화 포레나아파트 분양 공모에는 가까운 도보 거리에 전주 화정초등학교전주 화정중학교가 있어서 교육 여건도 좋아 분양을 신청했다고 설명했다.

그런데 지난 114일 전주시 교육지원청 교육장이 낸 전라북도 전주교육지원청공고 제2022-315호로 ‘2023년도 초등학교 통학구역 조정() 행정예고가 공고됐다. 2023년도 입주 예정 에코시티 한화 포레나 아파트(817세대) 등 입주 학생들의 통학구역을 조정한 공고였다.

이 공고 내용에는 전주 에코시티 한화 포레나(이하 포레나’)아파트에 입주하는 초등학생들은 전주 동부도로(8차선) 건너에 있는 전주 신동초등학교로 통학구역을 정해 공고했다. 한 블록 옆에 있는 화정초등학교를 두고 600여 미터 거리의 신동초등학교를 지정했다.

문제는 600미터 거리가 아니라, 어린아이들이 자동차가 고속으로 달리는 전주 외곽도로 건너편 학교에 통학해야 하는 점이다. 도로를 건너는 육교가 설치된 것도 아니고 지하도나 다른 방법으로 건널 수 없어서 걸어서 건너야 하는 위험한 도로이다.

 

사전에 준비 없이 탁상행정으로

 

현재 에코시티에는 에코시티 데시앙 아파트 8개 단지, 에코시티 더샾 3개 단지, 에코시티 자이 2개 단지, 에코시티 KCC스위첸 1단지, 포레나 1개 단지, 2024년 입주 예정인 데시앙 15블럭 아파트가 신축 중이다. 군 단위 행정구역보다 많은 인구가 사는 지역이다.

원래 전주 에코시티는 대단지 아파트가 들어서므로 초등학교 3개교, 중학교 2개교, 고등학교 1개교를 신설하는 계획이었다. 그런데 현재 화정초등학교와 자연초등학교, 화정중학교뿐이다. 입주가 늘면서 초등학교 한 학교를 신설하든지 2개교를 증축하는 방법으로 대비하지 않아 현재 화정초등학교와 자연초등학교는 과밀학급을 운영하고 있다고 한다.

교육지원청은 통학구역 조정이 아니라 당연히 초등학교 신설을 추진해야 하지만, 인근의 신동초등학교와 초포초등학교의 숫자를 채우기 위해 이번에 통학구역 조정()을 행정 예고했다. 어린아이들의 안전은 전혀 고려하지 않은 탁상행정이다.

교육지원청은 통학버스로 통학하는 방법으로 안전을 장담하지만, 버스가 안전을 지키지는 못한다. 아이들이 놀기좋아하여 학교에서 놀다 보면 통학버스를 타지 못하는 날이 있게 되고 위험한 도로를 건널 수밖에 없게 된다.

아울러 인근 학교에 걸어서 학교에 다니는 것보다 통학버스가 훨씬 위험도가 높은 게 사실이다. 아이들의 안전은 학교 운영 정상화보다 훨씬 중요한 일이다. 어린이를 위험에 내모는 교육행정을 아무렇지 않게 공고하는 교육지원청 교육장의 뱃심이 궁금하다.

어린이들은 튀어 오르는 럭비공 같아서 어디로 튈지 전혀 짐작하지 못한다. 고분고분 시키는대로 잘 따르는 아이들만 있는 게 아니다. 불쑥불쑥 제 생각이 변하는 대로 행동하는 시기를 잘 돌보아 좋은 인재로 자라게 해야 한다.

에코시티에 인구가 몰리면서 송천동의 신동초등학교와 초포 지역의 초포 초등학교의 학생수가 줄어든 것을 메우기 위해 포레나 아파트 아이들을 신동초로, 데시앙 14 블록 아파트의 아이들을 초포초등학교로 보내는 건 순전히 교육행정 편의에 불과하다.

 

아이들이 안전한 교육행정

 

지난 1029일 이태원 참사를 우리는 기억한다. 위험을 호소해도 지휘할 사람도 경찰력도 없었던 무능한 자들의 손에 158명이 희생됐다. 몇 번이나 죽겠다는 상황을 신고해도 아무런 조치를 하지 못해 선 채로 질식해 죽어가던 젊은이들의 절규를.

지금 이 글도 어쩌면 이태원 현장에 사건이 나기 전에 신고했던 전화의 말과 별로 다르지 않다. ‘위험하다.’는 입주민의 호소에 반응하지 않는 교육지원청의 행위에 지역 언론이 이래서는 안 된다라고 다시 경고하는 셈이다.

행정예고로 법적인 조치만 내리면 능사가 아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어린이들의 생명이 걸린 일이다. 인구가 줄어들고 있는 나라에서 출산 장려보다 중요한 일은 자라는 아이들을 잘 보살펴서 나라의 동량으로 키우는 일이다.

사소한 문제라도 아이들의 안전에 걸림돌이 된다면 치워야 한다. 하물며 어린 초등학교 아이들을 위험한 8차선 간선도로를 건너 학교에 가도록 한다는 건 도대체 무슨 생각에서 나온 발상인가? 야생의 사자들도 어린 새끼는 어른 사자들이 번갈아 지킨다.

통학버스를 놓쳐 걸어가는 아이들을 위해서는 어떤 보호조치가 마련되어 있는가? 제가 잘못해서 버스를 타지 못했으니 어찌 되든 문제 없다고 할 것인가? 어른이라는 사람들이 어린이들을 위험에 내모는 계획을 아무렇지 않게 행정 예고하는 교육행정이라니.

이 계획은 반드시 철회되어야 한다. 교실이 부족하면 천막이라도 쳐서 임시교사로 쓰면서 증축하든지 학교를 신설하든지 해야 한다. 능률과 편리함을 추구하던 개발 독재시대의 사고방식으로 선진 대한민국의 행정을 감당할 수 없다면 물러나야 한다.

이번 행정예고에 따라 담당자나 교육장의 어린아이나 손자가 8차선 고속 외곽도로를 건너 학교에 가야 한다면 과연 이런 행정예고를 했을 것인지 묻는다. 학부모들의 마음을 헤아린다면 결코 이런 계획을 세우지 못했을 것이다.

더구나 이 행정예고는 안전을 담당하는 경찰청이나, 전주시와 사전 협의조차 없이 교육지원청 단독으로 진행한 걸로 알려졌다. 경찰당국조차 걱정하는 어린이 안전이다. 이런 무모한 계획을 세워 숱한 학부모와 시민들을 걱정하게 하는 이번 행정예고는 당연히 시정되어야 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1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김민국 2022-11-28 08:11:48
교육청의 무능한 탁상행정으로
보호 받아야할 어린 아이들을 위험한 도로로 내모네요
학부모들은 불안해서 어떻게 살으라고…
재배정 하지 않으면 소극행정으로 감사청구 해야 겠네요

온기훈 2022-11-28 09:56:39
어린 아이들을 스쿨존 지정도 안 되는 동부대로 8차선 간선도로 통학로 지정하여 생명을 위협하는 교육청의 행태가 어처구니 없습니다.

이중재 2022-11-28 08:16:13
너무 위험천만한 일입니다. 애들은 잘못이 없습니다

박진성 2022-11-28 11:03:21
전혀 계획적이지 않은 민원 회피형 업무처리의 표본이라고 생각합니다. 담당자들 인사발령나면 끝이지만 수백명의 아이들은 최대 초등 6년간 매일 통학때문에 시간낭비하게 되고요. 안전은 말할것도 없습니다.

김성일 2022-11-28 11:26:13
전북 교육청의 안타까운 현실입니다
이번 행정 고시는 철회되어야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