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군주(君主) 시대?
지금은 군주(君主) 시대?
  • 김규원
  • 승인 2022.11.20 1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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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일 아침에
김 규 원/편집고문
김 규 원/편집고문

22일이 소설(小雪)인데 포근한 날씨가 이어지고 있다. 추워질 시기에 포근한 날씨이면 가난한 사람들에게 좋은 일인데 마음 한편으로는 걱정이 스멀스멀 인다. 정말 지구 온난화라는 걱정을 실감하는 것이다. 일부 지역에 약한 비 소식이 있지만, 가을 가뭄도 심각하다.

날씨만 비정상이 아니라 나라 꼴도 엉망진창, 이런 걸 나라라고 불러도 되는지 모르겠다. 포털 뉴스도 진영끼리 싸우느라 같은 사안을 두고 정반대의 주장과 억지가 난무한다. 별별 한심한 말들이 나오고 정부가 하는 짓은 과연 우리 정부인지 모를 일들이 태반이다.

지난 15일 국회예결위 회의 석상에서 김건희 여사의 캄보디아 심장병 어린이 병원 방문에 대해 민주당 장경태 의원이 빈곤 포르노라고 지적하자 국민의힘 김영식 의원은 어떤 의도를 떠나서 우리가 해야 할 말이 있고 하지 말아야 할 말이 있다. (김 여사는) 그래도 우리의 국모다 라고 말했다고 한다.

기가 막히는 일이다. ‘우리의 국모라니. 그렇다면 윤석열 대통령이 아니라 윤석열 왕이라는 말인가? 어쩐지 그렇게 생각해보니 지난번 선거에서 손바닥에 임금 자를 쓰고 다니던 사람이 당선되어 자기네들끼리 왕으로 받들기로 했는지 모를 일이다.

김영식 의원은 영남대를 졸업하고 미국서 석사와 박사 학위를 받은 기계공학자로 금호공대 총장을 지냈던 사람이다. 그의 경력을 보니 대학에서 기계공학을 가르쳤고 창업진흥원 이사장도 지낸데다 국가교육과학기술자문회의 수석전문위원을 지내기도 했다.

시대를 착각할만한 나이도 아니고 미국물도 먹어 민주주의를 모를 사람도 아니다. 그런데 그런 사람이 김 여사를 국모라고 서슴없이 말을 했다니 이게 무슨 해괴한 괴변인가? 그래서 김영식 의원은 2024년 총선에서 그 한 마디로 따 놓은 당상인 듯 공천을 받지 않을까?

그러다 보니 진짜 윤 대통령은 스스로 왕이라고 생각하는 게 아닌가는 생각이 든다. 취임 이후 여러 실수와 부실, 망신살이 드러났지만, 단 한 차례도 국민 앞에 사과하지 않았다. ‘제왕은 불치(不恥)’라는 말대로 내가 왕이니 사과할 일이 없다는 생각인지 모른다.

그렇게 짚어보면 국모라는 김영식 의원의 말도 아귀가 들어맞는다. 왕정(王政)을 생각하는 정부와 민주주의를 바라는 국민 사이의 간극(間隙)이 오늘의 혼란을 불러왔다고 생각해보면 과연 그런 듯하다.

19일 서울에 수십만 인파가 모여 정부의 무능과 안전불감증을 성토하며 용산 대통령실을 에워싸는 시위를 벌였다. 그에 맞선 보수세력도 이재명과 문재인 구속을 외쳤다고 한다. 19세기 프랑스 혁명 당시 공화파와 왕당파의 대립을 연상케 한다.

주최측은 20만 인파라고 주장하듯 광화문 광장을 가득 메운 인파는 대단해 보였다. 경찰은 3만 명이라고 주장했지만, TV 화면에 보이는 인파도 그 몇 배로 추산되었다. 촛불행동이 올해 벌인 시위 가운데 이번 15회에 가장 많은 시민이 모인 듯했다.

그들의 구호도 점점 거칠어져 윤석열 퇴진’ ‘김건희 특검에서 윤석열은 이 땅을 떠나라로 까지 발전(?)했다. 지난 12일 시위 인파보다 훨씬 숫자가 많고 그 움직임도 조직화해 보였다. 아마 정부 관계자들은 가슴이 섬뜩한 느낌을 받았을 것이다.

2016년 박근혜 퇴진 촛불시위 규모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19일의 시위는 그에 버금가는 수준에 이르렀다. 국민의 불만은 점점 구체화하고 정부는 국민이 뭐라고 하든 내 갈 길을 간다는 듯 평행선을 유지하고 있으니 문제다.

결코 따로일 수 없는 정부와 국민이 제각각 힘으로 맞서는 이상한 나라 대한민국이다. 정부는 검찰과 경찰 등 수사 권력을 틀어쥐었으니 올 테면 와라하고 버티는지 몰라도 그 수사권이 대통령이나 정부의 것이 아니라 바로 국민의 것이라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그 주인들이 진심으로 촛불을 들고 거리에 나오기 시작했다는 사실은 일부에서 선동이라는 프레임을 씌워 의미를 축소하려 한다 해서 달라지지 않는다. 취임 6개월도 채 되지 않았는데 퇴진을 주장하는 손팻말을 주인들이 들었다는 사실은 외면할 일이 아니다.

어쩌면 아무도 대통령에게 문제의 핵심을 말해주지 않아서 인지도 모른다. 하다못해 군주 시대 신하들이 통촉하옵소서라던 의미의 진언조차 하는 사람이 없는 듯싶다. 그저 저마다 ’ ‘그렇습니다.’ ‘옳은 말씀입니다.’라며 머리를 조아리는 인물들만 옆에 있나 싶어 걱정이다.

삼라만상이 왕의 것이니 마음대로 헐 수 있다고 부추기는 건 아닌가 싶기도 하다.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면 이렇게 멋대로 말하고 행동하고 아무런 거리낌조차 없을 수는 없다. 당내에서도 유승민 전 의원이나 이재호 고문은 대통령의 직무수행을 비판한다.

그러나 그들의 목소리는 당내에 제대로 전파되지 않고 마루 밑에서 혼자 낑낑대며 짖는 강아지 소리정도로밖에 평가하지 않는다. 그들은 모든 문제가 전 정권에서 비롯되었거나 야당이 부추긴 탓이라고 돌린다. 자신을 돌아보며  ‘내 탓이오, 내 잘못입니다라고 말하는 게 정상이다.

왕이 되고 싶었는지 모르지만, 결코 왕이 될 수 없는 2022년 대한민국이다. 반년 동안 여러 실수가 나오고 뭐 하나 제대로 이룬 일이 없는 데다 약속한 공정과 상식, 안전이 전혀 이행되지 않으니 주인들이 분노를 표출하기 시작했다.

여기서도 변화 없이 하던 그대로 버틴다면 그 분노가 폭발할 수 있다. 선거 때의 약속 가운데 검찰 권력을 강화하겠다는 말 이외에는 지켜진 것이 없다. 이제 6개월 연수 기간도 지났으니 제발 제대로 일해주기를 부탁한다.

3중고 속에서 무엇하나 희망을 바라볼 수 없는 국민은 점점 살기가 버겁다. 국제 정세도 암울하고 북쪽 김정은은 핵 장난감을 들었다 놨다 하며 위협한다. 이럴 땐 정부가 든든하게 받치고 있다는 믿음이 절실하다. 그래야 모닝컨설트 지지율 16%에서 벗어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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