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氣) 싸움에 도민은 불안하다
기(氣) 싸움에 도민은 불안하다
  • 신영배
  • 승인 2022.11.16 1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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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영배 대표기자
신영배 대표기자

입동(立冬)을 지나 소설(小雪)이 가까워지면서 아침저녁으로 쌀쌀한 기온이 옷깃을 여미게 한다쌀쌀해진 날씨만큼이나 찬바람이 휘도는 곳이 있다. 전북도의회와 김관영 도지사 사이에 흐르는 기류다.  문자 그대로 삭풍(朔風)급이다.

지난 14일 전라북도의회 문화건설위원회가 전북개발공사 행정감사를 진행하는 장면을 전주 MBC가 보도했다. 감사가 진행되는 현장에는 김관영 지사 의회 무시 인사독재라고 쓴 대형 펼침막과 의원들 자리에는 서경석 사장 자진사퇴하라’ ‘김관영 지사 인사독재라고 쓴 손팻말이 각자의 정면으로 세워져 있었다.

도의원들이 들어오고 이어 서경석 전북개발공사 사장이 자리에 앉았다. 전북개발공사 행정감사를 하는 자리이니 당연히 서경석 사장이 출석을 해야 하는 자리다. 그런데 감사를 시작하기도 전에 이병도 문건위 위원장이 전북개발공사 수장으로 서경석 사장은 인정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서경석 사장을 퇴장조치 하고자 합니다.”라며 서경석 사장에게 퇴장을 요구했다.

그러자 서경석 사장이 일어서서 반성합니다. 더 열심히 할터이니 지켜봐주시기 바랍니다.”라고 허리 숙여 인사하고 퇴장했다. 서경석 사장을 따라 나간 기자가 소회를 묻자 의원님들의 의견을 존중한다고 감사실에서 나왔는데 제가 무슨 얘기를 하겠습니까.”라며 의자에 몸을 묻었다.

그 장면을 보는 필자의 마음은 퍽 무겁고 답답했다. 자신이 감당해야 할 감사 현장에서 공개적으로 망신을 당하며 퇴장을 당하는 당사자의 마음은 어떠했을까. 그 수모를 견디는 서 사장의 마음과 그렇게라도 분노를 드러내야 하는 의원들의 마음이 동시에 필자의 눈에 읽혔다.

#도민이 준 두 권력의 충돌

지난 1일 도의회가 전북개발공사 사장 후보자 서경석 씨에 대한 청문회 자체를 보이콧하자 김관영 지사가 이틀 후인 3일 도의회가 보란 듯이 서 사장을 임명했다. 그러면서 "규정상 2일 이내에 보고서가 송부되지 않으면 의견이 없는 것으로 간주한다. 이 규정에 따라 최종 판단했다"라고 말했다. 물론 나름의 판단이 있었겠지만, 그야말로 눈 가리고 아웅하는격의 답변이 아닐 수 없다.

도민을 생각한다면, 진정으로 도의회가 도민의 뜻을 대변하는 조직이라고 이해했다면 그런 식으로 어물쩍 넘어갈 사안이 아니었다. ‘두고 보면 일을 잘할 터이니 지켜보아라라는 식의 인사는 도민을 무시하는 짓이라고 밖에 해석할 수 없다.

필자는 지난주 인사(人事)는 만사(萬事)’라는 제목의 글로 지사와 의회간의 소통을 지적했다. 다시 이 문제와 관련한 글을 쓰는 건 이 일이 그만큼 중요하고 다급한 일이라는 생각 때문이다. 도의회와 도지사가 평행선을 달리면 그 손해는 오롯이 도민에게 돌아가기 때문이다.

진정 서경석 사장만이 전북개발공사를 변화시킬 수 있다고 판단했다면, 정식으로 도의회에 나가서 청문절차를 무시하고 임명한 일은 공식적으로 사과해야 옳다. 서 사장의 재산형성 과정의 문제도 김 지사의 말처럼 별문제가 없다면 사후에 조사를 하면 된다.

만약 부동산 등 불거진 사안들이 정상적이지 않은 방법으로 처리된 일이라면 도민에게 그 경과와 이유를 충분히 설명해 납득하게 해야 한다. 그게 일을 맡겨준 도민을 존중하는 도리다. 김 지사의 사과는 서경석 사장이 사퇴한다 해도 반드시 이뤄져야 할 필수적 과정이다. 의회 또한 개발공사 인사권은 지사에게 있다는 점을 감안해 대화를 통해 이 문제를 시급히 매듭지어야 할 것이다.

#마음 아픈 도민

14일 김관영 도지사와 우범기 시장, 유희태 완주군수가 전주시와 완주군민의 생활편의를 높이고 상생 발전하는 기틀을 마련하기 위한 협약식을 가졌다. ‘전주 · 완주 상생협력 사업추진 협약식이라던가?  완주군 일부에서 시·군 통합을 위한 물밑 작업이라고 날선 반대를 외치던 일이었다.

그러나 김 지사의 진정어린 설득으로 두 단체장과 도청에서 자리를 함께할 수 있었다. 전라북도가 마침내 본연의 역할을 감당한 일이어서 필자를 비롯한 도민들은 쌍수를 들어 반겼다그동안 전북도는 시·군간 문제에서 늘 방관자였다.

단체장과 주민들이 타 시·군에 찾아가 시위를 하는 일이 있어도 모르쇠로 버티었다. 도지사는 행사장에서 예우나 받는 존재였고 시·군간 문제는 그들끼리 해결해야 하는 일이었다유달리 소지역주의에 집착하는 도민성향 때문에 사소한 일로 감정의 날을 세우던 전북에 김 지사의 등장은 새로운 기회를 만드는 동력이 될 수 있다고 본다.

매사에 발 빠르게 대처하며 폭넓은 접촉으로 지역문제 해결에 나서는 일도 도민의 박수를 받고 있다그런데 지난번 문화관광재단 이사장 인사와 이번 전북개발공사 사장 인사에서는 기대와 전혀 다른 행보로 도민의 마음을 아프게 하고 있다. 다른 일에서 아무리 박수를 받아도 인사(人事)에서 독선을 보인다면 쌓은 공()든 탑이 하루아침에 무너질 수 있다.

마음에 드는 일꾼이 나타났는데, 그가 든 깃발을 보고 따라만 가면 될 것으로 알았는데 인사 행보에서 기대와 전혀 다른 결과를 보고 있다. 정치의 기본은 민중의 마음을 얻는 일이다. 거기다 전북신용보증재단 이사장 인사를 앞두고 내정설이 솔솔 풍겨 나오고 있다. 도의회에서 청문절차를 거부한다는 움직임도 있다.

만일 그 소문이 사실이라면 중대한 문제다. 제발 그런 소문이 사실이 아니기를 빈다. 도의회는 도민을 대표하는 기구다. 도민과 정면으로 맞서겠다는 생각이 아니라면 전북개발공사 인사 문제를 원만히 풀어야 한다. 그리고 전북신용보증기금 이사장 인사도 오해 없도록 바른 절차를 따르리라고 생각한다. 결자해지, 김 지사가 무난히 해결하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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