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는가?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는가?
  • 김규원
  • 승인 2022.11.13 1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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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일 아침에
김 규 원/편집고문
김 규 원/편집고문

대한민국 헌법 제1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요즘 헌법에 적혀 있는 그대로 주권이 국민에게 있는지 생각하는 일이 잦다.

당연히 국민이 갖고 있어야 할 주권을 빼앗긴 듯한 생각이 드는 것이다. 나라의 주인들이 믿고 맡긴 권력은 오로지 국민을 위해서만 써야 한다. 국정의 최고 책임자를 비롯한 모든 공직자는 국민의 머슴일 뿐, 국민 위에 군림하는 자들이 아니다.

전제 군주가 나라를 다스리던 조선 시대에는 산천초목, 억조창생(億兆蒼生)이 모두 임금의 것이었으므로 임금의 마음대로 할 수 있었다. 그래도 임금이 마음대로 백성을 억압하거나 백성의 마음에 반하는 일을 하지 못했다.

임금의 행동을 감시하고 일일이 적어가며 직언하는 중신들이 있었기에 마음대로 권력을 휘두르지 못했다. 임금도 지켜야 할 바른 도리에 따라 정치했다. 임금이 잘못하면 아니되옵니다.”라고 간언(諫言)하며 막아서는 간관(諫官)과 대신, 정승들이 있었다.

임금의 권력행사가 부당한지 늘 따지고 논의하여 간섭하는 사간원(司諫院)은 오늘날 언론의 역할처럼 상소문을 올려 그 부당함을 지적하여 시정하게 했다. 자칫하면 임금의 분노를 사서 파직당하거나 귀양가는 경우도 있지만, 웬만해선 임금도 그들을 함부로 나무라지 못했다.

 

대통령 전용기는 국가의 재산

 

윤 대통령이 동남아 46일 순방을 떠나기 직전에 MBC 기자는 전용기에 태울 수 없다고 통지했다. 미국 순방 때 욕설 장면 보도를 제일 먼저 하면서 자막까지 달아 가짜 뉴스를 보도했다고 몰아세우더니, 이번 순방에 전용기에 함께 타고 가지 못하게 막았다.

지난날 박정희, 전두환 독재 시대에도 이런 일은 없었다. 못마땅해도 중추 언론사의 취재까지 막지는 않았다. 대통령 전용기는 거대한 집무 시설이다. 청사처럼 출입이 허용된 기자들은 당연히 동승하여 취재할 수 있는 국가의 중요 시설이다.

더구나 기자들은 전용기에 타고 가려면 운임과 숙박비를 납부해야 한다. 공짜로 타는 게 아니라 소정의 요금을 내고 탄다. 국가 재산이므로 허용된 대통령실 필수인원이 아니면 당연히 요금을 낸다. 그러므로 대통령도 출입기자의 허용된 취재를 막을 권한이 없다.

언론 노동조합 등 국내 언론단체가 들고일어나 언론 탄압이라고 지적하고 재고를 요구했지만, 대통령은 그대로 출국했다. 세계 각국이 이 일에 큰 우려를 표시하며 한국의 민주주의를 걱정했다.

언론단체들은 대통령실의 이번 조치는 대통령의 해외순방 욕설 비속어 파문, 이태원에서 벌어진 비극적 참사에 대한 무책임한 대응 등 자신들의 무능과 실정이 만든 국정 난맥상의 책임을 언론에 돌리고 일부극우 지지층을 결집하기 위한 저열한 정치적 공격이다. 이번 사안은 진영을 뛰어 넘어 언론자유 보장이라는 민주적 기본 질서에 대한 정면 도전이다.”라고 규정하고 윤석열 대통령은 반헌법적이고 반역사적인 취재 제한 조치를 즉시 취소하고 국민 앞에 사죄하라. 우리는 윤석열 정부가 납득할 만한 조치를 취하지 않는다면, 이번 사태를 언론자유와 민주주의에 대한 중대한 위협으로 규정하고 윤석열 정부와의 전면전도 불사할 것이다.”라고 선언했다.

이 일을 해외 언론들도 심각하게 받아들여 신랄한 우려와 비판을 쏟아냈다. 영국에서 온 프리랜서 라파엘 라시드기자는 sns한국에서 언론 자유를 지켜달라. 언론 자유에 대한 공격은 세계 어디에서도 용납되지 못한다. 기자는 보복의 두려움 없이 자유롭게 취재할 수 있어야 한다. 나는 MBC와 함께 맞설 것.”이라고 말했다.

또 미셸 리 WP서울 지국장은 트위터를 통해 “MBC에 대한 윤석열 대통령의 전용기 탑승 금지 조치를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과 비교하고 있지만, 트럼프는 뉴스 보도를 이유로 기자의 전용기 출입을 금지한 적은 없다.”라고 윤 정권을 비판했다.

 

실익 없는 감정 풀이 조치

 

이번 결정이 출발 이틀을 남겨두고 갑작스레 나온 데에 주목하는 이들은 이 조치가 하등의 이익 없는 윗선의 감정 풀이라고밖에 해석할 수 없다고 말했다. 욕설 방송과 함께 ‘PD수첩을 통해 논문표절 의혹을 방송하면서 자막없이 대역을 써서 김건희 여사의 진노를 산 일도 한몫을 했을 것으로 추측하는 이들도 있었다.

한 비행기에 타고 가기 싫었던 감정은 풀었을지 몰라도 MBC기자가 민항기를 타고 현지에 먼저 간 일 이외엔 아무것도 달라진 게 없다. 외려 MBC는 언론자유를 지키는 첨병으로 위상이 올라가고 정부가 MBC에 가하는 어떤 조치도 언론 탄압으로 비쳐지게 되었다.

더구나 MBC는 대통령실을 상대로 헌법소원을 내기로 했다. 이에 대한 관련 학계의 의견은 공공재산인 전용기에서 취재를 거부한 일이므로 권력적 사실행위는 헌법소원의 대상이 될 수 있다라고 판단했다. 아울러 손해배상 소송도 가능하다는 의견도 있다.

늘 그래왔듯이 대통령실의 돌출행동은 사전 검토 없이 즉흥적으로 결정되어 손해를 자초하는 짓을 반복하고 있다. 이번 결정에 대해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비판이 나오고 있다. 막말 사건이 잊혀질 때가 되었는데 이로 인해 다시 상기하는 계기가 됐다고 한탄하기도 했다.

세계 언론이 한국의 언론 자유를 걱정하고 민주주의 훼손을 우려하여 주시하는 상황을 만든 이번 조치다. 사소한 감정 풀이로 그동안 힘들게 쌓아 올린 국격(國格)을 사정없이 내팽개친 일이 됐다. 한국의 기술, K-POP을 자랑스러워하던 국민의 얼굴에 부끄러움이 가득하다.

이태원 참사 뒤처리 과정에서 허술한 정부라는 인상을 심어주더니 이번에는 언론 자유를 짓누르는 엄청난 실수를 저질렀다. 이런 위험한 실수에도 누구 하나 나서서 안 됩니다.”를 말한 사람이 없는 듯하다. 앞으로 남은 4년 반에 얼마나 놀랄 일이 더 나올지, 큰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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