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사업, 반드시 후속책 마련돼야
지역사업, 반드시 후속책 마련돼야
  • 신영배
  • 승인 2022.10.26 1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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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영배 대표기자
신영배 대표기자

일찍 찾아온 겨울 날씨에 몸과 마음이 움츠러드는 계절이다. 농부는 가을걷이에 바쁘고 국회의원과 자치단체장, 관계 공무원들은 저마다 올해 사업 마무리와 내년 사업이 정부예산에 반영되도록 분주하게 움직인다.

25일에는 전라북도와 지역출신 국회의원들이 예산정책협의회를 열고 내년도 국가예산확보와 전북도정 현안 협력을 위한 결의를 다졌다.

이처럼 일선 시·군들은 사상 최대의 국비 확보를 위해 노력하며 가능한 방법을 모두 동원한다. 지역발전과 함께 증액된 예산액이 자치단체장의 실적으로 평가되기 때문일 것이다.

국가예산이 확정되면 SNS는 물론 각종 매체를 통해 그 모든 공로가 단체장 몫으로, 또는 지역 국회의원의 성과로 포장돼 주민(유권자)에게 배달된다. 과거 선거 때에는 고무신짝이나 푼돈 봉투로 표심을 얻을 수 있었다. 또 인연을 앞세울 수 있었다. 하지만 요즘은 어림도 없기 때문에 예산확보 등의 실적으로 유권자에게 다가가는 것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현 시대의 유권자들은 '알 것은 다 아는 상황'이다. 나름 표를 주어야 할 명분을 찾아보고 투표를 한다. 물론 아직도 특정정당에 몰표를 몰아주기도 하지만, 그것도 명분이 없으면 천만의 말씀이다. 그래서 선거직에 나가려는 국회의원, 단체장, 의원 등과 그 지망자들이 명분을 쌓는 일이 바로 이런 국가사업 예산 확보다.

솔직히 어느 지역 주민이든, 국가사업이 확정되고 예산까지 확보되면  반기는 것은 인지상정이다. 뭔가 작은 사업이라도 시작되면 해당지역 주민들에게 경제적 이익이 발생한다그 사업이 진정 지역을 위해 필요한 것인지, 아니면 예산낭비 사업은 아닌지 따져보는 건, 나중 일이다.

우선 먹기는 곶감이 달다.’라는 속담처럼 당장 지역에 작은 공사라도 벌어지면 최소한 식당의 손님도 늘어나고 잡부 등의 일거리도 생긴다더욱이 농사와 달리 힘들게 일하지 않아도 제법 쏠쏠한 수입이 생기므로 주민들은 대환영이다.

주민들은 외부에서 지역에 돈이 들어오니 지역경제 활성화라는 이익과 단체장과 지방의원, 그리고 그 지역 국회의원은 생색을 낼 수 있으니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셈이다그러나 이런 사업들이 마냥 좋기만 한 건 결코 아니다.

우선 사업이 진행돼 가욋돈이 생길 때에는 너도나도 좋아한다. 그러나 그 사업이 완료된 후 지속적인 지원책이 강구되지 않으면 하루아침에 애물단지로 변히가 쉽상이다. 요즘 각 자치단체가 머리를 쥐어짜면서 만들어 낸 대다수 국가지원 사업을 살펴보면 시작은 거창하다.

하지만 사업 완료 후 돈줄(예산)이 끊기는 순간 자생력을 잃고 시설물이 무용지물로 전락하는 사례는 주변에서 쉽게 찾아 볼 수 있다

지역사업에 대해 장황하게 역기능의 현상을 설명했지만, 결론을 말하자면 새롭게 시작하는 지역사업들은 시설물 완료 후에도 반드시 자생력을 보유할 수 있어야 된다는 뜻이다. 지역의 재해 예방사업이나 기반시설 확충과 개량 사업 등은 많을수록 좋다. 그야말로 다다익선(多多益善)이다.

그러나 그런 기반시설 대부분은 국가나 자치단체의 장기계획에 포함돼 시행되므로 역기능적인 문제가 없다. 자치단체마다 나름의 아이디어를 내서 그럴싸한 사업을 만들어 중앙부처로부터 예산을 타오는 보조사업들이 문제다. 겉보기에는 그럴싸하지만, 그 시행을 시뮬레이션해보면 그 끝이 꺼림칙한 사업들이 대다수이기 때문이다.

사례를 들면 전라북도 교육청이 부안군 백산면의 한 폐교에 주민 참여형 한지학교'를 조성하겠다는 사업을 들여다 보자

이 사업은 전북교육청이 20억 원, 부안군이 10억 원, 합계 30억 원의 예산을 들여 폐교(대수초등)를 리모델링한 후 한지(韓紙)학교를 설립해 지역주민과 학생들이 체험활동을 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교육청 관계자는 지난 2013년부터 2018년까지 대수초등학교(폐교)가 운영하던 닥나무 한지체험학습장을 활용해 한지학교 운영을 계획했다고 했다. 학교 운동장 자리에 기존 200여주 닥나무가 식재돼 있으며 올해 300여주를 더 심었다. 거기에 새만금환경생태단지와 협약해 300여 주를 추가했다고 밝혔다.

전북 교육청은 한지학교 조성을 위해 2021년 가을부터 상당한 공을 들였다. 인근 주민에게 사업을 설명하고 관련기관과 업무협약도 맺고 건물 리모델링에 대한 설계도 마쳤다. 또 닥나무와 닥풀(황촉규)도 심고 한지과정을 지도할 교사의 교육까지 완료했다.

모든 준비를 마치고 올해에는 부안군을 설득해 10억 원의 예산을 추가로 확보했다. 사업계획서와 관계자의 설명을 들어보면 건물 신축과 한지 제작 교육 등 모든 것이 망라돼 흠잡을 데가 없어 보인다.

한지학교를 운영할 파견교사와 한지교육지도사도 대비되어 있고 건물 리모델링이 완료되면 20234월 개교를 한다고 했다. 뿐만 아니다. 마을 사람을 교사로 육성하고 마을 사람들과 초중학생들에게 한지 제작을 가르칠 계획을 설명했다.

오래된 폐교를 활용해 한지학교를 세울 구상을 하고 준비해서 30억 원이라는 큰 예산을 받아내기까지 교육청 관계자들의 노고를 칭찬 드리고 싶다. 그리고 학교 운영을 위한 계획까지 흠잡을 데 없이 훌륭한 계획을 마련한 데에도 박수를 드리고 싶다. 여기에 부안군과 부안군의회의 아낌없는 예산지원에 고마움을 전한다.

다만 걱정인 것은 한지학교가 세워지는 데까지 계획만 있고 그 뒤에 학교를 지속적으로 운영할 예산이나 자체 수입 확보 등 재정적인 후속 조치에 대한 설명이 전혀 없다. 다시 말하자면 한지학교를 세워서 마을 주민들과 학생들이 한지제작 기술을 배우고 나면 별로 할 일이 없어 보인다는 것이다.

물론 복합문화체험 프로그램이라는 계획이 있지만, 하나같이 상당한 예산이 소요되는 내용들로 꾸며져 있다. 30억 원의 예산은 시설비와 수목식재비 등으로 쓰고 나면 남는 게 전혀 없다. 교육청이 향후 발생할 소요 예산을 지원한다는 보장도 없이 일단 돈을 받아서 시설만 하고 방치할 가능성이 다분하다. 

사후계획을 철저히 세웠어도 여러 사유로 중단된 사업은 주변에서 쉽게 찾아 볼 수 있다. 이 대목은 사업계획에 있어, 가장 중요한 부분이 빠져 있는 것이나 다름없다. 수입이 없으면 시설물(한지학교)을 운영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번 대수초등(폐교) 한지학교 사업을 지켜보면서 또 하나의 예산낭비성 전시행정을 보는 것 같아 마음이 무겁다. 만약 한지학교가 자생력이 부족해 문을 닫는다면 당국에서는 어떻게 할 것인가? 볼썽사나운 건물로 방치되는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다.

필자 또한 한지학교가 들어설 대수초등(폐교)을 찾아보기 위해 현지를 방문했다. 내비게이션 없이는 찾아가기 어려운 곳이었다. 한마디로 접근성이 최악이었다.

이런 식으로 도민의 혈세를 들여 어물어물 시설을 만들고 잠시 반짝하다가 중단하는 사업들이 얼마나 계획되고 있는지, 얼마나 많은 국민의 세금이 낭비되고 있는지 집계를 해보면 엄청난 액수가 될 것으로 짐작된다. 

이젠 교육감이나 단체장, 국회의원, 지방의원 등의 실적 만들기에 낭비할 예산보다는 지역의 장점과 매력을 살려 사람이 모여들게 하는 궁리에 치중할 때다. 그러기 위해서는 각종 사업을 계획할 때, 사업의 성패에 대한 깊은 고민이 우선돼야 할 것으로 지적된다.

전북의 모든 자치단체와 교육청에 익산의 성당포구 '자치연금' 사업을 벤치마킹 할 것을 주문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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