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일홍
백일홍
  • 전주일보
  • 승인 2022.10.23 1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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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내린 위봉사의 저녁 고요 속에 운무 젖어있고
보광명전 앞 
백일홍 꽃가지를 무심히 흔들던 
새들도 둥지를 찾아갔다
다만 갈 곳 없어 서성이는 것들
마음 둘 데 없는 것들
쓸쓸히 몸짓하는 것들과 더불어
나 또한 조용히 
어두워질 뿐이다
사는 일에 부대끼면서 여기까지 온
내 고단한 하루가 
너의 위로를 부르거든
그대여 
백일홍 천지간에 붉게 터지고
비구니의 염불소리 낭랑 할 때
열반으로 가는 끝없는 골목에서 우리 만나자

100일 동안 꽃이 핀다고 해서 백일홍이다. 백일홍은 절집에서 많이 심어 산사에 가면 고목이 된 나무를 쉽게 볼 수 있다. 불가에서 배롱나무를 심는 이유 중 하나는 100일이 넘게 피는 배롱꽃은 빨강꽃 또는 흰꽃, 꽃송이 여러 개가 모여 하나의 꽃봉오리를 이루고 있는데 마치 부처님의 두상같이 생겼다 하여 불두화佛頭花라고 한다. 다른 하나는 배롱꽃을 보면서 지난해의 고뇌와 잡념을 떨쳐버리라는 의미가 있다고 한다. 따라서 수행자는 배롱꽃을 대하면서 세심洗心을 한다는 의미가 있어 절집에서 많이 심은 나무 중 하나다. 절집 위봉사圍鳳寺는 완주군 소양면 추출산??山 중턱에 자리 잡은 비구니 사찰로 입구에서부터 잘 정돈된 깨끗한 절이다. 경내에 들어서면 오른쪽에는 붉은 백일홍이, 왼쪽에는 하얀색 백일홍이 오가는 사람을 반긴다. 비라도 내리는 날에는 비에 젖은 배롱꽃들이 처연함을 넘어 낭만적이었다. 위봉사는 대한불교조계종 제17교구 본사인 금산사金山寺의 말사다. 절은 604년(무왕 5)에 서암대사瑞巖大師가 창건하였다고 전한다. 그런가 하면 신라 말기에 최용각崔龍角이 이곳에 와서 보니 세 마리의 봉황새가 절터를 에워싸고 싸움을 하므로 위봉사圍鳳寺라 했다고 전한다. 열흘 붉은 꽃이 없다는 세상에서 위봉사 보광명전 앞 핀 백일홍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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