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답한 가을을 건너며
답답한 가을을 건너며
  • 김규원
  • 승인 2022.10.23 1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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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일 아침에
김 규 원/편집고문
김 규 원/편집고문

하늘 높고 바람 시원한 가을인가 했더니 기온이 곤두박질쳐서 겨울이 성큼 다가선 듯 했다. 그 덕분에 단풍이 한결 고와지고 기온이 풀려 전형적인 가을 날씨다. 푸른 하늘에 뭉게구름이 한가로이 떠 놀고, 산천은 울긋불긋, 황금 들녘에 어울려 금수강산이다.

이런 좋은 계절이언만 사람들의 얼굴은 펴지지 않고 주말에는 울분을 참지 못하는 사람들이 서울로 몰려가 정권 퇴진을 외치기도 한다. 국민을 위해 쓰여야 할 공권력이 정권을 위해 충성하느라 곳곳에서 충돌을 일으켜 말썽이다.

출범 5개월이 가까운 새 정부는 아직도 대선 때의 선동 프레임을 계속한다. 정권을 맡았으면 오로지 국민을 보고 국민의 어려움을 풀어나가는 일에 전력을 기울여야 옳다. 아직도 묵은 정권의 뒤끝을 파내는 일이 국민 생활이나 정서에 무슨 도움이 되겠는가?

20%대 지지율에도 끄떡없이 복수혈전을 멈추지 않는 뱃심에 국민은 감탄하기보다는 한심해한다. 오로지 국민만 보겠다던, 지금도 국민만 생각한다는 대통령과 정부가 하는 일이 고작 감정 풀이나 권력의 힘 보여주기라는 말인가.

 

3중고에 시달리는 국민

 

지금 국민은 여전히 고물가 고환율 고금리의 3중고에 온라인 경제 급팽창으로 갈피를 잡지 못한다. 서민들은 천정부지로 솟은 물가에 장보기가 겁나고 어쩌다 외식이라도 하려다가 감당할 수 없는 가격에 집에서 비교적 저렴한 수입고기를 사서 구워 먹는 것으로 대신한다.

그동안 오른 경제 수준에 쓰임새가 늘었던 소비패턴을 접고 줄이느라 안간힘을 다하는 서민들의 고충에 이 정부는 전혀 관심이 없는 듯하다. 부자들의 세금을 깎아주며 그들끼리 잘사는 나라를 만들자는 것이 아니라면 온 신경을 국민 생활에 집중해야 한다.

원 달러 환율이 1,450원에 육박해도 해외여행에 몰려드는 사람들과 새로 나온 명품을 사려고 줄을 서는 사람들을 위한 정부일 수는 없다. 내 집 마련에 영끌투자를 감행한 젊은이들은 한없이 오르는 금리에 수입의 상당부분을 빼앗겨 신음하고 있다.

코로나19 불황을 견디며 빚을 얻어 유지했던 영세 상인들의 이자 부담이 눈덩이처럼 불어나 폐업이 줄을 잇고 도심 곳곳의 빈 점포에는 임대 매매딱지만 휑뎅그렁하다. 신문에는 부모의 채무를 이어받지 않겠다는 한정승인 공고가 줄을 잇는 현실이다.

급여는 제자리인데 물가는 2020년 대비 8.93%(통계청 발표) 상승했다. 통계청이 발표한 생활물가 지수는 10.93% 올랐다. 그러나 실제 체감 물가는 그보다 훨씬 크게 올랐다. 외식물가는 거의 20~30% 이상 올랐고 배달료가 올라서 배달 식품은 30% 이상 오르기도 했다.

감당할 수 없는 물가 인상에 신음하는 서민 생활에 도움을 주던 지방정부의 시책에도 정부는 브레이크를 걸었다. 정부는 지방정부가 지역경제를 살리고 서민 생활에 다소나마 도움을 주던 지역화폐 발행 예산을 깡그리 삭감했다.

지역에서만 사용할 수 있는 지역화폐를 10~20% 할인 판매하는 코로나 시대의 히트 상품을 정부 예산에 계상하지 않은 것이다. 글로벌 소비 생활에 익숙한 부자들에게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판단인지 알 수 없지만, 부자 감세를 통해 줄어든 세수를 지역화폐 발행예산 삭감으로 메꾸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오로지 국민만 보고 간다라던 그 국민은 과연 어떤 국민인지 궁금하다. 아무래도 돈이 많아서 푼푼하게 쓰는 부자 국민을 말하던 것이라고 짐작하지만, 함부로 이렇다고 말하기가 겁나서 어렴풋이 짐작만 할 뿐이다. 서글픈 일이다.

 

벌써 시작된 2024총선 전쟁

 

22대 국회의원 선거일인 2024410일까지 1년 반이 채 남지 않았다. 일수로는 533(1024일 기준)이 남았다. 여당과 야당에서 총선 공천을 의식한 현역과 출마 예상 인물들의 행보가 눈에 뜨이게 달라졌다.

저마다 소속 정당에 충성하는듯한 발언이 지나치다시피 강경해지고 현역들은 국회 활동상을 부각(浮刻)하느라 열심이다. 당 지도부에 잘 보여야 하고 한편으로는 국민들의 눈에 들어야 공천 심사에서 밀리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사정이니 정치판이 조용할 수 없다. 백가쟁명(百家爭鳴), 저마다 목소리를 크게, 강하게, 영향력있게 내보겠다고 혼신(渾身) 한다. 그러나 그 몸 바쳐서 한다는 짓이 국민을 위하기보다는 대통령이나 당 지도부에 충성하는 일이다.

내 존재를 부각하기 위해서는 도리나 의리, 정의 따위는 집어던진 지 오래다. 오로지 충성으로 받드는 모습을 보이는데 전력을 다한다. 여야가 모두 말뚝만 꽂아놓아도 당 이름에 투표하는 절대 당선 지역에 공천받기 위해 온갖 수단을 다해 발라맞추기에 열중한다.

특히 국민의힘은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이 바닥을 치는 상황에서 자동 당선 지역에 공천받으려는 노력은 눈물겹다고 한다. 국정감사장에서 터무니없는 주장을 내세우며 극한 변호에 나서던 국회의원들의 모습을 국민은 똑똑히 기억할 것이다.

오늘의 국민은 어제의 국민이 아니다. 지난 대선과 지방선거에서 분위기에 휩쓸려 국민의힘에 표를 주었던 사람들 상당수가 손가락을 잘라버리고 싶다라며 후회했다. 이대로는 22대 총선에서도 여소야대를 면하기 어렵다. 정권이 지난 정부를 아무리 몰아세워도 대통령의 태도가 변하지 않으면 과반수 의석은 물론, 2/3 개헌선조차 장담하기 어렵다는 예측도 있다.

집권 5개월이 채 안 되어 퇴진 촛불이 켜진 일은 44일 만에 영국 총리직에서 물러난 트러스의 일보다 더 심각한 사안이다. 용산의 왕기(王氣)가 모든 것을 덮어주고 지켜준다고 믿는 다면 오산이다. 장소가 의식을 지배할 지는 몰라도 국민의 분노를 잠재울 수는 없다.

국민이 권력에 눌리는 듯 보이지만, 국민이 분노하는 힘은 군주민수(君舟民水)라는 고사가 말하듯 무엇으로도 감당할 수 없는 하늘의 힘이다. 국민의 마음을 얻는 길은 약속대로 공정과 상식이 통하는 세상을 만드는 방법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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