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차'와 코미디 정부
'윤석열차'와 코미디 정부
  • 신영배
  • 승인 2022.10.05 1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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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영배 대표기자
신영배 대표기자

어제와 오늘, 정치마당을 달구는 화제는 단연 '윤석열차' 카툰이다. 카툰은 이미 모든 언론을 타고 경향각지, 아니 지구촌에 퍼져나가 웬만한 사람은 다 보았을 듯하다.

윤석열 대통령을 닮은 얼굴을 기차의 앞면에 그리고 기관차에 몸을 반쯤 내놓은 여자가 열차를 조종하는 모양을 그렸다기관차 지붕엔 ‘2’라는 숫자를 표기했다.

조종석의 여자는 김건희 여사로 보인다. 그리고 뒤에 달린 객차에는 무서운 얼굴로 법복을 입은 사람들이 줄이어 타고서 칼을 높이 쳐들고 있다. 열차 앞에서는 일반인들이 놀라서 달아나는 장면이 그려져 있다.

'윤석열차' 작품은 한국만화영상진흥원이 중·고등학생을 대상으로 진행한 전국학생만화공모전에서 카툰부문에서 금상(경기도지사 상)을 수상했다. 고등학생이 제출한 작품으로 지난달 30일부터 지난 3일까지 한국만화박물관 2층 도서관 로비에 전시됐었다.

뒤늦게 내용을 인지한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행사 취지에 어긋난다.”며 한국만화영상진흥원에 경고장을 날렸다. 또 한국만화영상진흥원 측이 문체부 후원 명칭을 사용할 때, 승인했던 사항을 위반했다며 엄중 조치하겠다고 했다.

문체부는 4일 오전 이번 논란에 대한 입장문을 통해 전국학생만화공모전에서 정치적인 주제를 노골적으로 다룬 작품을 선정해 전시한 것은 학생의 만화 창작 욕구를 고취하려는 행사 취지에 지극히 어긋나기 때문에 만화영상진흥원에 유감을 표하며, 엄중히 경고한다.”라고 발표했다.

아울러 전국학생만화공모전을 주최한 만화영상진흥원이 부천시청 소속 재단법인이긴 하나, 정부 예산이 102억원 지원되고 공모전 대상이 문체부 장관상으로 수여되고 있다.”라며 해당 공모전의 심사기준과 선정 과정을 엄정하게 살펴보고 관련 조치를 신속하게 취하겠다.”고 밝혔다.

문체부의 이 같은 행태는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강압적 행정으로 비판받아 마땅하다. 문체부 지적대로 국민의 혈세인 102억 원을 지원받는 단체이니 당연히 국민의 눈으로 심사하고 시상해야 옳다. 대통령과 김 여사, 검찰이 국민에게 곱게 보이지 않고 있다는 풍자 카툰에 괘씸죄를 적용하려는 건 코미디 정부의 진면목(眞面目)이지 싶다.

반면 야당에서는 문체부의 대응이 표현의 자유를 침해했다고 강하게 질타하고 나섰다. 더불어민주당 전용기 의원은 페이스 북을 통해 정작 표현의 자유, 언론의 자유는 핍박받고 있다고 목청을 높였다. 정의당 장혜영 의원도 윤석열 정부의 금과옥조 자유는 역시나 말뿐이었다.”라고 성토했다.

조용익 부천시장 또한 4일 자신의 페이스 북에 25회 부천국제만화축제에 전시된 전국학생만화공모전 수상작에 대한 기사가 하루 종일 이어지고 있다카툰의 사전적 의미는 정치적인 내용을 풍자적으로 표현한 한 컷짜리 만화라고 밝혔다.

조 시장은 이어 풍자는 창작의 기본이라며 이번 전국학생만화공모전의 공모 부분은 카툰웹툰이었고, 공모주제는 자유주제인데, 카툰공모에 왜 풍자를 했냐고 물으면 청소년은 무어라 답을 해야 합니까라고 말했다.

조 시장은 기성세대의 잣대로 청소년의 자유로운 창작 활동을 간섭해선 안 된다.”어디선가 상처받아 힘들어하고 있을 학생을 생각하면 마음이 아프다.고 했다. “문화에 대한 통제는 민주주의 언어가 아니다라며 김대중 전 대통령은 지원은 하되 간섭은 말아야 한다.’라는 문화에 대한 철학이 새삼 와 닿는 오늘이라고 덧붙였다.

각 방송과 신문들은 이번 카툰 문제를 다루면서 윤 대통령의 자유가 이런 수준의 자유를 말하는 것인지 의문을 표했다. 이와 관련해 대통령실은 따로 입장을 내지 않겠다.”부처에서 대응했다면 그것을 참고해주기를 바란다.”라고 응답을 회피했다.

조용익 부천시장의 말대로 카툰은 정치적 내용을 풍자적으로 표현한 한 컷짜리 만화다. 카툰은 당연히 대통령이든 장관이든 풍자의 대상으로 삼는다. 신문마다 한 컷짜리 풍자만화를 싣고 있는데, 거의 매일 어느 신문에서인가는 윤 대통령을 희화(戲畫)해 풍자하고 있다.

고등학생이 만든 카툰이라 해서 다를 건 없다. 그런데도 문체부가 과잉 충성에 가까운 대응으로 또 한 번 대통령이 망신을 사게 했다. 조용히 넘어갔더라면 별일이 아니었을 터이다. 가뜩이나 뉴욕파문으로 불편한 심기에 문체부가 발라맞추느라 요란스럽게 대응하다가 외려 조롱만 당하게 되었으니 그 나물에 그 밥이라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게 됐다.

더구나 청소년이 그린 카툰이다. 아마 지금 그 카툰을 그린 청소년은 무척 당황하고 어이없어할 것이다. 카툰이라는 자체가 그런 내용을 표현하는 것인데 정부가 그 내용을 트집 잡고 나섰으니, 아예 붓을 꺾어버리고 싶을지도 모른다.

아마 카툰을 문제 삼아 공모전 주체를 응징한 사례는 지구촌 어디에도 없지 않나 싶다. 외국의 카툰은 우리나라 카툰 보다 더 독하고 모멸감이 들 정도의 풍자를 가한다. 전두환의 무자비한 군사독재 시대에도 전두환은 신문 카툰에서 거의 매일 볼썽사나운 모습으로 풍자됐었다.

대통령 취임사에서 35, 8.15 경축사에서 33, 유엔총회 연설에서 21, 도합 89번이나 외치던 윤 대통령의 자유가 고작 이런 자유였는지 묻고 싶다. 지난번 굴욕외교 후 ‘MBC 자막사건으로 언론자유를 뒤틀더니, 이번에는 고등학생 카툰까지 간섭하며 문화예술 표현마저 재갈을 물릴 셈인가?

대통령이 말한 그 자유는 결국 대통령과 정부 여당에만 한정하는 자유를 말한 것인지, 아니면 국민의 자유를 틀 속에 가두고 끼리끼리 희희낙락하겠다는 것인지 의문이 든다. 24%의 지지율이 무엇을 말하고 있는지 안다면 자숙(自肅)하고 조심할 때다. 고교생의 풍자만화조차 여유 있는 웃음으로 넘기지 못하는 경직된 정권이라면, 스스로를 웃음거리로 만들 수 있다는 점을 상기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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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춘삼 2022-10-05 21:52:02
잘하겠다하면 끝날것을 왜 판을 키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