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지근한 전북인의 근성
미지근한 전북인의 근성
  • 신영배
  • 승인 2022.08.24 15:25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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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영배 대표기자
신영배 대표기자

자연의 섭리는 참 오묘하다. 이번 여름, 밤낮없이 더위가 이어지고 간간이 비를 뿌려 습도까지 높아져 견디기 어려웠다. 그러던 더위가 처서(處暑)를 넘어서면서 달라졌다

옛말에 처서를 지나면 모기 아래턱이 떨어져 물지 못한다고 했다. 아마 그 당시에는 모기가 위 아래에 턱이 있어서 무는 것으로 생각했던 모양이다.

그 시대의 과학 수준과 사고방식으로는 그렇게 생각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사람들의 생각은 아는 만큼이 한계다. 자신이 이해하는 범위에서 해석하고 판단할 수 있음은 당연하다.

오늘은 우리 전북의 현안을 풀어갈 방안을 생각해보면서 근본적인 문제를 짚어 보며 지난날 전국에서 가장 부유했던 전북이 지금은 가장 가난한 지역, 나아가서는 소멸 위기 지역으로 전락한 이유가 무엇인지 고민해보는 시간을 독자와 함께 가져보려 한다.   

지난날 전북은 곡창지대에서 생산되는 쌀이 화폐처럼 쓰이던 시절이어서 어느 지역보다 부유했다. 웬만한 집에서는 밥을 지을 때, 식구들 밥 외에 세 그릇을 더 지어 따듯한 아랫목에 묻어 두었다. 배고픈 사람이 지나다가 밥을 청하면 도움을 주려는 배려였다.

#공업화에 밀린 농업지역의 피폐 

전북은 수도권과 영남지역이 공업화 정책으로 막대한 투자와 경제성장을 이루는데 반해 갈수록 경제적 비중이 낮아졌다. 군사독재 시대에 지역문제를 들고나설 인물도 없었고 마루 밑에서 짖어대는 강아지처럼 영향 없는 반발로 독재정권의 미움만 샀다.

반면 광주·전남은 어려운 상황에서도 지역의 힘을 비축하는데 주력해 정부와 대립각을 세우는듯하면서도 서남해안의 개발을 서둘렀다. 또 고등법원 등의 중요 기관을 유치하는 노력을 기울였다. 결국 그들은 호남의 중심도시로 자리를 잡았다. 

누리고 살며 아쉬움을 몰랐던 전북사람들은 등골이 뽑혀 나가는 줄도 모르고 있다가 뒤늦게 깨달았을 때는 이미 회복 불능의 무기력 상태에 이르렀다. 그리고는 자포자기(自暴自棄), 그저 우물 안 개구리처럼 자탄하며 어려움을 헤쳐나갈 시도조차 하지 않았다.

타 시ㆍ도들은 중앙 정부에 줄을 대고 끊임없이 접촉해 뭔가를 얻어내고 지역을 위해 혼신(渾身)의 힘을 다하고 있을 때, 전북은 하늘에서 감이 떨어지기만을 기다렸다. 그러다가 1991년 대형 토목사업의 일환으로 새만금 간척사업이 시작되자 마치 전북이 살길이라도 열린 것처럼 환호했다.

하지만 결과는 처참했다. 물막이 공사로 천혜의 자원인 바다와 갯벌이 없어져 지역 어민들만 피해를 당했다. 지금도 방조제 안쪽 지역은 해수유통이 되지 않아 썩어가고 있다. 정권이 바뀔때마다 사업의 완성을 말했지만, 단 한 번도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다른 지역에서 이런 일이 벌어졌다면 어떤 형태로든 사업이 매듭지어졌을 터이다. 아니면 해수를 유통시켜 내해를 살렸을 것이다. 도민이 총궐기라도 해서 어떻게든 매듭지어야할 사업이 32년째 방치되다시피 널브러져 있다.

그럼에도 도민들은 일부를 제외하고는 관심밖의 사안으로 치부한다. 어느새 전북인들의 가슴속 깊히 패배주의가 자리 잡은 것으로 풀이되는 대목이다.  

전북의 강 흐름을 막고 천혜의 바다와 갯벌을 죽여 얻은 것은 고작 고군산도 지역에 다리가 놓아져 육지와 소통이 원활해진 것 뿐이다.

이제는 지겨운 새만금 논쟁도 매듭을 지어야 한다. 매립으로 얻을 것이 없다면 해수가 원활히 드나들도록 수문을 더 만들어 내해를 살리고 갯벌도 살리는 게 정답이다.

#전북 특별자치도 특별법

지난 18일 정운천 국민의힘 전북도당 위원장과 한병도 민주당 전북도당 위원장이 '전북특별자치도 특별법'을 각각 발의했다. 낙후 전북이 살길은 제대로 된 특별자치도법이 만들어져 그동안의 부진을 씻고 지역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는 방법뿐이다.

윤석열 정부 탄생에 기여한 정운천 의원과 170석 다수당의 한병도 의원이 뜻을 같이한 법안 발의여서 특별자치도로 지정하는 데 까지는 가능하리라고 본다. 그러나 강원특별자치도처럼 이름만 특별자치도로 지정되어서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

최소 두 의원이 발의한 대로 총리 직속의 위원회가 구성돼 국가균형발전특별회계 내에 전북특별자치도 계정을 만들어 전폭적인 지원이 뒤따라야 한다. 아울러 제주특별자치도처럼 도지사가 행정구역 전체를 관장해 행정 소모를 막는 제도적 장치도 필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국회 다수당인 민주당의 적극적인 협조가 절대적이다. 지금까지 전북 유권자들은 한결같이 민주당에 표를 몰아주었다. 민주당이 그 고마움을 인지하고 있다면 이번 법안이 무사히 국회를 통과할 수 있을 것이다. 만약 어깃장을 놓거나 반대하는 의원이 있다면 그야말로 배은망덕하는 짓이다.

물론 특별자치도로 지정되었다 해서 단박에 환골탈태하듯 달라지는 건 아니다. 오래 굶어 허기지고 허약한 사람처럼 차츰 균형을 찾을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되고 활기가 만들어지면 저절로 사람이 모이고 재화가 몰리게 될 것이다.

문제는 이 일을 두고도 과거 다른 사안처럼 법안만 던져놓고 처분만 바라는 일이 재연될까 걱정이다. 관철될 때까지 도민여론을 100% 집중하고 가능한 모든 인연을 동원해 국회와 정부를 설득해야 한다. 국회의 법안 통과와 함께 정부의 시행령과 소관부서의 협조가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한 두 번 찾아가서 설득하다가 포기하려면 애당초 시작하지 말아야 한다. 열 번 스무 번이라도 찾아가고 설득해 끝장을 보는 끈기와 열정이 성패를 좌우한다. 이제까지의 미지근했던 성정(性情)은 벗어던지고 지독하다시피 덤벼야 한다.

어물어물 하다가는 강원특별자치도 꼴이 난다. 강원도와 형평을 맞추어야 한다는 설득에 슬그머니 물러서는 추진이라면 아예 시작도 말고 다른 길을 찾아볼 일이다. 경우를 따지고 형평을 내세워 반대와 방해가 쏟아져도 우리는 해내야 한다.

이 일을 추진하는 모든 관계자와 지역 언론, 정치인(특히 민주당) 등이 한 마음으로 뭉쳐 오로지 법안 관철을 위해 몸을 던져야 할 것이다. 도민들 또한 민주당의 실력과 성의를 눈 부릅뜨고 지켜봐야 한다. 이젠 전북인의 근성도 달라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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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산 2022-09-02 09:22:07
정말 구구절절 옳은 말씀입니다... 호남내에서도 또 한번 차별받는 전북... 이번에는 꼭 해냈으면 좋겠습니다

부담주네 2022-08-24 20:26:55
어떠한 권한으로 도민을 가르치려는가?
비관적인 문장만 골라서 읽어보고 대안을 제시한 글을 읽어보자!

비관적인 문장은 열심히 일하려는 분들을 비하하고있고
대안을 제시한 문장들은 니 생각이지!

대안이란 좀더 객관적이고 현실적이고 그 누구나도(적이라도) 찬성할 수밖에
없는 그런 내공을 가진 논리성을 의하지않나?

그러니까!
한마디할게!

니가 뭔데 가르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