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행하는 민주주의
역행하는 민주주의
  • 신영배
  • 승인 2022.07.27 1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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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영배 대표기자
신영배 대표기자

30도를 웃도는 무더운 날씨에 햇볕은 이마가 따가울 만큼 뜨겁다. 뉴스는 온통 행안부 경찰국 신설 문제로 조명되고 있다. 답답한 심사를 달래보려고 밖에 나가니 불볕더위가 막아선다.

행정안전부에 경찰국을 신설하는 직제개정안과 행안부 장관의 경찰청장 지휘 규칙이 26일 국무회의를 통과했다.

행안부 장관이 경찰의 주요 인사·정책을 총괄하고 경찰위원회 의결 사안의 최종 승인권의 행정적 절차를 매듭지은 것이다.

새 지휘 규칙에는 경찰이 대통령·총리·장관 지시 이행실적을 보고하고, 행안부 장관·경찰청장 정책협의회도 열도록 명시했다. 수사는 지휘 규칙에서 빠졌다. 하지만 이상민 행안부 장관은 사회적으로 관심이 많은 사건은 수사지휘를 하겠다고 예고해 경찰은 물론 국민들의 저항이 했다.

1991년 내무부 치안본부를 외청(경찰청)으로 독립시킨 지 31년 만에 정부 내 이중 삼중의 경찰 통제 조직이 부활했다. 행안부 장관 업무에서 치안을 제외했던 정부조직법을 무시하고 우회한 시행령 통치논란은 불가피하게 됐다.

개정안은 지난 15일 이 장관이 국민 앞에 발표한 지, 불과 18일 만인 다음달 2일 공포·시행된다. 통상 40일인 입법예고 기간을 4일로 단축하고 차관 및 국무회의도 일사천리로 통과한, 초고속으로 이뤄졌다. 필자가 알기로는 헌정사상 유례가 없는 일 같다. 마치 박정희가 주도한 5.16쿠데타 직후 국가재건 최고회의의 처리방식과 유사한 일이다. 

-모든 국민이 우려하는 회의?

윤석열 대통령은 경찰서장들의 집단회의에 대해 중대한 국가기강 문란이다고 규정했다. 그리고 모든 국민과 저는 우려를 갖고 있다라고 말했다. 지난 문재인 정권 때, 윤석열 검찰총장은 검사들이 대검찰청 중앙수사부 폐지·수사권 조정 방침에 대해 집단행동 등으로 맞선 일에 대해서는 잘한 일이라며 독려했다.

하지만 경찰국 신설과 관련해서는 경찰들의 행동에 대해 국기문란으로 지목했다. 그야말로 내로남불, 고무줄 잣대다지난 19과 20일 이틀동안 KBS광주방송이 여론조사기관 넥스트위크리서치에 의뢰해 조사한 경찰국 설치 관련 여론조사에서 찬성 35.7% 반대 54.3%라고 발표했다.

여론조사 결과처럼 경찰청 신설 반대 여론이 과반을 넘어서고 있는데도 대통령은 "모든 국민이 우려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대통령이 말하는 국민은 과연 어떤 국민을 지칭하는지 알 수가 없다.

31년 전 경찰청 독립은 정권 보위와 민주화운동 탄압에 앞장섰을 뿐 아니라 민주화 세력에 고문을 일 삼았던 치안본부 시절의 반성에서 출발했다그럼에도 윤석열 정부는 쿠데타로 집권한 유신·5공 시절의 충견(忠犬)’으로 돌아가지 않겠다는 경찰의 몸부림을 쿠데타로 매도하며 힘으로 밀어붙였다.

이에 경찰은 30일 경감·경위급 팀장 회의를 14만 경찰 전체 회의로 확대하려다가 포기를 했다. 아마 정부와 정면으로 충돌하는 모습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판단인 듯하다민주당은 이와 관련해 행안부 장관 해임결의안 카드와 헌법재판소 제소 등 대응 방안을 놓고 고심하고 있는 듯 하다. 

사실, 검찰 장악에 검수완박으로 맞선 민주당에 경찰 장악으로 나선 정부 여당의 대응은 이미 예견된 일이다. 그러나 경찰을 정권의 눈치를 살피는 충견으로 이용하는 일은 이 나라의 민주주의를 31년 전으로 되돌리는 매우 불행한 일이다.

검찰 출신 인사들이 요직을 두루 차지하고 완벽하게 검찰을 장악한 데 이어 경찰까지 틀어쥐게 되면 과연 이 나라의 운명은 어떻게 될 것인지 걱정이다. 여론이 어떻게 흘러가도 수사 권력만 쥐고 있으면 다 풀어갈 수 있다는 판단이라면 위험하다. 지난 시절, 여론을 거슬러 가는 정권은 모두 실패했다. 

박정희와 전두환, 이명박, 박근혜 등 전직 대통령 모두 국민을 이기지 못했다. 문재인 정권 또한 인사와 부동산 정책 등의 실패로 국민으로부터 심판을 받았다.   

-법치주의 일방통행 

지난번 경찰서장 회의를 주도해 대기발령 처분을 받은 류삼영 전 울산중부경찰서장은 대기발령 후 처음 울산경찰청으로 출근하면서 행안부 경찰국 신설이야말로 경찰의 중립성 훼손과 헌법을 교란하는 쿠데타적 행위다’”면서 이상민 행안부 장관의 발언에 정면 반박했다.

이석연 전 법제처장은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지금 경찰국 신설을 둘러싸고 벌어진 문제는 (윤석열 정부가) ‘법치주의의 일방통행을 강요하는 것입니다. 법치주의는 권력을 쥔 쪽에서도 헌법과 법률에 따라 정책을 집행하고 준법을 해야만 하는 것이고 그러지 않을 경우에는 책임을 져야 하죠. 헌정사를 보면 법치주의의 일방통행을 강요한 정권은 말로가 안 좋았어요. 법조인으로서 서글픕니다.”라고 했다. 

국민 여론을 따르는 순리(順理)의 정치를 버리고 독단으로 치닫게 되면 국민저항에 직면하게 된다. 불과 0.73%포인트 차이로 승리한 선거 결과가 말하듯 국민의 뒷받침이 약한 정권이 검찰과 경찰 권력을 뒷배로 삼으려는 생각은 묵어 터진 독재 시대의 발상이라고 단언할 수 있다.

윤 대통령의 말대로 오로지 국민만 보고 가는정치가 아니면 이 어려운 현실을 풀어나갈 방법이 없다. 물가가 치솟고 있는 가운데 코로나 확진자 수가 다시 10만 명 선을 넘었다. 작금의 현실은 권력으로 정권을 틀어쥐는 궁리를 할 때가 아니다.

벌써 김대중 대통령 시절에 나왔던 어려움을 극복하려는 온 국민의 동참 호소가 필요하다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을 정도로 서민들의 삶은 각박하다. 고통 분담을 호소하려면 국민의 마음을 얻어야 한다. 일방통행을 고집하며 국민의 허리띠를 강제로 졸라맬 수는 없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금 모으기운동은 70%의 지지율 속에서 이뤄졌다뭐든 힘으로 눌러 장악하겠다는 발상은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 어려운 때일수록 화합하고 한 덩어리로 뭉쳐야 한다. 결코 힘으로 눌러서는 국민의 마음을 얻지 못한다. 진정으로 국민을 받들고 국민의 뜻에 순종하지 않으면 난국을 풀어나가지 못한다.

국민은 대통령이나 여당 주변에 서성이는 사람들을 지칭하는 단어가 아니다. 여론조사에서 국정 수행 평가에 잘하고 있다라는 33.7%만 아니라, ‘잘못하고 있다.’라고 응답하는 61.4%까지 모든 이들이 대한민국의 국민이다.

빚 탕감이나 법인세 인하 정책으로는 결코 국민 경제를 근본적으로 되 살리는 적절한 대책이 아니다. 세밀하고 빈틈없는 계획으로 근본적인 문제를 풀어가는 정책이 나와야 한다.

아직도 전 정권의 탓만 들먹이는 태도로는 아무것도 해결하지 못한다. 지금도 늦지 않았다. 과거에서 벗어나 국민에게 희망을 설계하는 정권으로 정립된다면 국민들의 환호와 박수를 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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