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체 없이 냄새만 진동하는 투자 협약
실체 없이 냄새만 진동하는 투자 협약
  • 김규원
  • 승인 2022.07.26 13: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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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주군에 대규모 물류센터를 짓겠다던 쿠팡이 투자를 철회한다는 소식이 있었다. 원인은 완주군이 협약 당시 645,000원이던 부지를 분양하는 공고를 내면서 835,000원으로 가격을 올렸기 때문이라고 파악됐다.

완주군과 투팡 측은 아직 완전히 취소하기로 결정한 것은 아니라며 현재 절충 중이라는 메시지를 내놓았지만. 쿠팡 자체의 사정이 달라져 이일은 이미 물 건너간 사안이라는 판단이 지배적이다. 또 하나 대형 투자 협약이 깨졌다.

이미 오래된 이야기이지만, 삼성이 새만금에 대규모 투자를 약속했다가 철회했고 LG도 협약했던 투자계획을 철회했다. 이들 대기업의 투자 협약은 실제 기업이 투자가 필요해서 체결한 협약이 아니라 전북도가 간청해서 억지 투자 협약이 이루어진 것으로 파악됐다.

삼성은 전북도가 실적을 만들기 위해 법적 책임이 없는 협약(MOU)을 해달라고 간청했다는 후문도 있었다. 그동안 도내 각급 언론에는 거의 매일 크고 작은 투자 협약과 지자체 사업 홍보 수준의 각종 협약이 보도되었다. 별로 연관이나 의미조차 없는 단체끼리 협약도 수 없이 나왔다.

적어도 투자계획을 세워 협약 단계에 이르려면 사업계획에서부터 구체적인 실행 준비가 이루어진 뒤에 협약서가 나와야 한다. 그러나 앞에 말한 대로 담당자와 해당 단체장은 일단 협약을 체결하여 실적을 보이는 일이 우선이다.

25일 새만금개발청에 따르면 청운글로벌팜스가 최근 새만금 국가산업단지 입주 계약을 해지하겠다고 알려왔다. 친환경 완효성 비료 제조기업인 청운글로벌팜스는 지난 20202월 새만금개발청과 산단 입주 계약을 맺었다. 앞서 201911월 투자 협약도 체결했었다.

그에 앞서 이달 초 국내 대기업에 전기차 전장부품을 납품하는 비전에셀이 새만금에 투자하지 않겠다고 새만금개발청에 통보했다. 당초 이 업체는 새만금 산업단지에 150억 원을 들여 전기차 전장부품 공장을 짓겠다며 지난 20208월 새만금개발청·전북도·군산시와 투자 협약을 체결했다.

아무런 기속력이 없는 협약이므로 그저 통보하는 정도에서 거창하게 사진을 촬영하며 선전했던 약속이 한 방에 무효로 되는 것이다. 이처럼 손바닥 뒤집기보다 더 쉬운 협약은 이제 그만 둬야 한다. 2017년부터 2021년까지 5년간 본지에 보도된 투자 협약 기사만 181건이었다. 그 가운데 몇 건이 실제 투자로 이루어졌는지 알아볼 참이다.

자치단체나 투자기관들이 사업 실적을 위해 협약(MOU)을 억지로 체결하는 짓은 국민을 속이는 가짜 행정이다. 지난날 어떤 단체장이 우연히 만난 기업 대표를 군청으로 데려가서 그냥 형식적인 투자 협약 사진 한 장만 찍고 가시라고 강권하더라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이런 무책임한 협약이 계속 나오지 않도록 협약이라는 형식적 합의문서 교환을 금지하는 법적 조치도 필요하다고 본다. 허망한 협약을 믿고 관련 계획을 세웠다가 피해가 발생할 수도 있다. 너무 많은 엉터리 협약에 국민은 혼란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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