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과 상식의 나라에서 ‘빚 탕감’
공정과 상식의 나라에서 ‘빚 탕감’
  • 김규원
  • 승인 2022.07.21 14: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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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4일 윤석열 대통령 주재로 열린 제2차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 125조원 이상의 금융 지원을 담은 금융부문 민생안정 과제 추진현황 및 계획을 보고했다. 이 계획의 핵심은 금리 인상 시기에 취약층 피해를 최소화하겠다는 것이다.

특히 청년 특례채무조정은 저신용 청년의 채무 이자 부담을 최대 50% 경감 해주고 연체이자는 전액 감면해준다. 또 최대 3년의 유예기간 동안 이자율을 연 3.25% 저리로 적용해 갚도록 한다. 신용대출 금리가 이미 연 5%대에 진입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파격적인 혜택이다.

정부는 소상공인·자영업자 빚도 파격적으로 덜어준다는 방침이다. 30조 원 규모 예산이 배정된 새 출발 기금은 부실채권을 정부가 매입해 채무를 없애주는 제도다. 최대 원금의 90%까지 탕감할 수 있게 설계됐다.

이미 시행 중인 빚 탕감도 있다. 지난 1일부터 코인·주식 등에 빚을 내 투자했다가 실패한 이들이 개인회생을 신청하면, 손실금을 변제금 산정 때 반영하지 않겠다고 결정했다.

예를 들면 지금까지 빚을 낸 1억 원으로 비트코인에 투자해 3,000만원만 남았을 경우 원금 1억 원을 기준으로 변제금이 산정했으나, 앞으로는 산정 기준을 3,000만원으로 잡는 것이다. 투기로 없어진 금액은 빚으로 계산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런 조치들이 잇따라 발표되자 그동안 꼬박꼬박 빚을 갚으며 성실하게 살아온 사람들의 불만이 폭주하고 있다. 투기가 성공하여 목돈을 벌면 제 것이 되고 실패하여 손실을 보면 그 손실금을 나라에서 처리해주니 투기가 아니라 땅 짚고 헤엄치기가 되는 셈이다.

그동안 젊은이들 사이에서 비트코인이나 주식 투자로 돈을 버는 사람이 늘면서 열심히 직장에 다니는 사람을 비웃는 풍조까지 생겼었다. 그러다가 최근에 비트코인이 폭락하고 주식 시장이 요동치면서 많은 사람이 손해를 보았다.

역시 위험한 투기나 주식에 올인하는 게 잘못이었다는 인식이 자리 잡는 순간에 정부가 파격적인 빚탕감조치를 내놓은 것이다. 공정과 상식을 내걸었던 정부가 이런 파격적인 조치로 무엇을 얻으려는 것인지 국민은 이해하지 못한다.

젊은이들의 지지도가 심각하게 떨어진 데 마음을 두고 이런 파격을 했는지 모르지만, 최근 조사에서 지지도 변화는 3% 정도 상승한 게 전부다. 퍼주기로는 떨어진 지지도를 끌어올리지 못한다. 조사에서 지적하는 인사 문제 등 근본부터 다시 차분하게 시작해야 한다.

정부가 금융업체를 압박하여 이자를 탕감하면 업체는 다른 대출 이자를 올려 수익을 만들어낼 것이다. 손실을 감수하는 은행이나 금융업체는 없다. 결국 정부가 일부 청년에게 준 특혜를 일반 성실한 국민이 갚게 되는 가장 나쁜 결과로 돌아올 수 있다.

기존의 제도 가운데도 개인회생을 돕는 제도가 있었다. 성실하게 빚을 갚아가도록 유도하고 파산하는 이들을 돕는 제도다. 굳이 거액의 나랏돈을 풀어 공정과 상식을 무너뜨리는 이런 조치를 하는 이유를 국민은 이해하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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