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미크론 소동
오미크론 소동
  • 김규원
  • 승인 2022.07.21 1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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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 규 풍/수필가
최 규 풍/수필가

세 살배기 생일인데 코로나19로 집안이 난리가 났다. 이틀 전에 어린이집 담임선생님이 코로나에 걸려서 자가격리에 들어갔었다. 며느리가 다문화 센터에 한글 배우러 가고 없기에 손자를 내가 데려왔다. 혹시 손자가 옮았나 싶어서 마스크를 벗기지 않고 나도 눌러 썼다. 아이의 체온을 재니 정상이고 아픈 기색이 없어서 우선은 안심했다. 며느리가 돌아올 때까지 그림책도 보여주고 장난감도 꺼내주고 놀아주었다. 아들이 저녁에 퇴근해서 자가 검사 키트로 검사하니 빨간 한 줄이 드러나 음성이었다.

이튿날 시내에 볼 일이 생겨서 운전하고 가는데 직장에서 아들이 전화를 급하게 했다. 준희가 목이 아프다고 칭얼대니 PCR 검사가 필요하단다. 병원에 데리고 가라는 말이다. 며느리는 아이를 시어머니한테 맡기고 한글 공부를 하러 갔으니 집에 없다.

", 지금 외출 중이니 어머니한테 전화해."

춘추 계간지 교정을 보면서도 걱정이 되었다. 손자가 걸렸으면 나도 틀림이 없는데 지금 이 자리에서 함께 가까이 있는 편집위원들에게 얼마나 위험한 일인가. 마스크는 모두 쓰고 있지만 오랜만이라 청하기에 무심결에 악수를 하지 않았는가. 출판을 담당하는 젊은 여직원과 사무국장도 아까 다녀갔다. 관장도 악수까지 하고 갔다. 내가 감염자면 복지관이 난리다. 여럿이 걸리고 그분들이 각자 집에 돌아가면 가족까지 확진되는 사람이 몇 명으로 불어날까? 가슴이 두근거리고 좌불안석으로 교정을 보는데 핸드폰이 울렸다.

"아버지, 걱정하지 마세요. 다행히 음성이래요."

가슴을 쓸어내렸다. 한순간에 먹구름이 걷혔다. 교정을 보는데 신바람이 났다.

그 이튿날에 6학년짜리 손녀가 조반 먹으러 내려오더니 머리가 아프다고 했다. 체온을 재니 열은 없지만, 본인은 머리가 어지럽고 목이 가렵단다. 어제까지 매일 붙어서 지낸 학원 친구가 확진되었다니 잘못된 게 사실이다. 그 담임교사에게 결석 편지를 써서 손자만 등교 시켰다. 학교에서 받아온 자가 검사 키트로 검사하니 한 줄만 붉었다. 다행이다. 학교에 다시 보내고 싶지만 그래도 혹시 모를 일이라 그냥 집에서 쉬게 하고 지켜보았다. 아내랑 나는 행여 옮을세라 마스크를 썼다. 6학년 손자가 학교와 학원을 마치고 돌아왔다.

"우리 반은 누나만 결석했어요. 옆 반은 절반이 결석이래요."

참 큰일이다. 우리나라가 방역 모범국이었는데 이제는 하루 발생이 세계 최상위다. 하루에 30만에서 40만 명이 새로 걸리고 누적 1,150만 명이 걸렸다. 날마다 300명 이상이 눈을 감는다. 60대 이상 만성질환의 고령자가 우선이다. 사망자의 80%가 노인이다. 고혈압, 당뇨를 비롯하여 각종 기저 질환자와 면역력이 감퇴한 고령의 노약자들이 면역이 취약한 탓이다.

오늘 이른 새벽에 위층에 사는 아들이 문을 두드렸다.

"아버지!"

"? 또 뭔 일 났니?"

"준희가 두 줄 나왔어요. 밤에 보채서 검사해 보니 두 줄이 나오네요."

"기어이 큰일이 났구나. 괜찮다더니 이게 무슨 난리냐!"

"병원에 데려갈게요."

준희 생일이라 새벽에 미역국을 끓였다. 반찬과 미역국을 위층 문밖에 두고 내려와 전화했다. 병원에 어서 가서 확실히 검사하라고 했다.

하필 세 살배기가 생일에 오미크론에 걸렸다. 위아래 두 집이 모여 맛있게 먹을 조반이 모래알 같고 미끄럽게 넘어갈 미역국이 목에 걸렸다. 이제 틀림없이 위아래층 일곱 식구에 이웃 동에 사는 딸네까지 차근차근 드러날 게 틀림없다. 그나저나 아내는 나보다 두 배나 많은 약을 먹고 있으니 1순위다. 나는 알약 다섯 개로 2순위다.

"안녕하십니까? 이번에 출마한×××입니다."

들어줄 기분이 아니다. 핸드폰을 엎었다. 또 울렸다. 이번에는 아들이다.

"아버지! 음성이에요. 준희, 건희, 강희 셋 다요."

"그래! 그럼 그렇지. 정말 다행이다.”

물을 마셨다. 목이 바짝 탔는데 물이 달았다. '오미크론이 준희 생일을 알아챘구나.' 깊숙한 데 둔 하모니카를 꺼냈다. ‘해피 버스데이 투 유. 준희야, 생일 축하해. 다시는 놀라게 하지 말고 잘 크거라.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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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약력

2018 대한문학 수필 등단

2020 한국창작문학 시 등단

2019 수필집 : 거울 속의 나

2022 한국창작문학 수필 대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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