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이나 지금이나
옛날이나 지금이나
  • 전주일보
  • 승인 2022.07.14 1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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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 수필
이 용 만/수필가
이 용 만/수필가

현대인의 삶은 옛날보다 얼마나 편리해졌을까?

교통과 통신이 급속도로 발달했으니 옛날에 비하여 엄청나게 편리해지고 부족한 게 없어야 하며 전보다 훨씬 윤택해졌어야 한다. 사람들은 육체적으로는 편안하고 정신적으로는 행복에 겨워야 한다. 편안히 누워서 두둑한 배를 쓸어내리며 태평가를 불러야 한다. 공무원들은 한두 시간만 일해도 할 일이 없어서 일찍 퇴근해야 한다.

과연 그러한가. 그토록 교통과 통신이 발달했는데도 사람들은 바빠 죽겠다고 한다. 온갖 기기들을 다 갖추어 놓고 살면서도 쉴 틈이 없다고 한다.

도대체 말이 되는 소리인가. 손가락 하나면 빨래도 척척이고 음식도 척척이며 가만히 앉아서도 전화 한 통이면 필요한 것들을 즉시 배달해 주는데 뭐가 살기가 힘들다고 하는 것일까.

손안에 착 안기는 핸드폰 하나면 세계의 구석구석에서 일어난 일들을 다 볼 수 있고 백과사전 없이도 궁금한 것이면 무엇이든지 다 가르쳐 주는데 무엇이 불편하다는 것일까.

편리함이 이 정도인데 세상을 살면서 바빠서 죽을 지경이고 머리가 아파 죽을 지경이라니 거짓말도 유분수다. 그런데 엄살이 아니라 실제로 조금도 나아진 것이 없다니 참으로 이상한 일이다. 직장에서 일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예전에 비하여 조금도 줄어들지를 않았고 힘들고 어려운 것도 전과 다름이 없다니 아무리 생각해 보아도 이상한 일이다.

전에는 아들의 나이 스물이 되면 아버지가 하던 농사일을 이어받아 농사를 지었으므로 아버지는 그때부터는 여유 있는 생활을 할 수가 있었다. 마을에서 공동으로 부역을 하게 되면 아들을 대신 내보내고 자기는 뒷짐을 지고 왔다 갔다 하면서 여유를 부렸다.

그러나 지금의 부모들은 환갑을 넘긴 나이가 되어도 자녀들의 뒷바라지에서 벗어나지를 못한다. 무더운 여름, 피서한다고 중국으로 동남아로, 동해안으로 서해안으로 싸돌아다니면서 절반은 자동차 안에서 가다, 서다를 반복하는 요즘 사람들의 피서가 마을 뒤 골짜기에 가서 시원한 물에 발을 담그고 막걸리 마시던 옛사람들에 비하여 결코 여유 있는 생활이라고는 하지 못할 것이다.

요즘은 남녀가 모두 직장생활에 매달려 돈을 벌어오는데 딸 가진 부모가 딸을 시집보내면 비행기 타는 호강은커녕, 식구만 하나 는다고 한다. 시집간 딸이 아이를 낳으면 친정집에서 길러주어야 하고 해가 진 뒤 퇴근 시간에 아이를 데리러 오는데 저녁밥을 챙겨주어야 하니 식구만 는다는 말이 거짓말이 아니다. 도대체 무엇이 편리해졌으며 무엇이 발달했다고 하는지 알 수가 없다.

사람이 살아가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똑같다. 문명인이나 미개인이나 같다. 오히려 여유를 가지고 살아가는 쪽은 옛사람이었고 미개인이다. 그러고 보면 산다는 것은 다 마찬가지다. 전에 유행했던 노래처럼 잘난 사람은 잘난 대로 살고 못난 사람은 못난 대로 사는 것인가 보다.

그렇다면 어떻게 살아야 할까. 문명의 이기는 한계가 있다. 아무리 많은 것들을 만들어 내어 더 편리하게 살아보려 하지만 그렇다고 마음마저 편해지고 여유가 생기는 것이 아니다.

문제는 마음이다. 그러기에 옛 성현들이 부귀영화를 헌신짝처럼 생각하고 자연을 벗 삼아 나물 먹고 물 마시며 팔베개하는 것으로 만족을 삼았었나 싶다.

성경에 보면 바울은 감옥에서도 찬송하며 감사를 했고 다니엘은 사자 굴에서도 요동을 안 했다. 그런데 내로라하는 재벌이나 고위 관직에 있던 사람들이 마음들이 편하지 않다. 서민만도 못하게 불안해하는 사람들이 많다.

나는 고위직에 있는 것도 아니고 남들보다 잘난 데가 있는 것도 아니며, 가진 것이 많은 것도 아니다. 그러니 마음이라도 편해야 할 텐데 도대체 무엇 때문에 사는 맛이 나지 않는지 모르겠다.

나는 다른 사람과 좀 다른 점이 있기는 하다. 죽는다는 것에 대하여 아무런 두려움이 없다. 내일 죽는다고 해도, 지금 당장 죽는다고 해도 아무런 미련이 없다. 이만큼만 살았어도 태초부터 인류의 평균 수명보다는 많이 살았을 것이기 때문이다. 나의 지금의 생활이 태초부터 인류의 평균 생활 수준보다는 나은 생활일 것이기 때문이다.

하여, 이제부터라도 마음을 편하게 먹고 주변 사람들과 빗대어보지 말고 여유를 부려가며 살아봐야겠다. 사람의 삶은 예나 지금이나 같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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