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들
구들
  • 전주일보
  • 승인 2022.07.10 1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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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수 시인
정성수 시인

소주 몇 병을 마시고 산중 어느 주막
구들장을 질어져 본 사람은 안다
길에도 끝이 있다는 것을
길 끝은 별 하나 뜨지 않는다는 것을
아궁이에 장작을 쑤셔 넣을 때
뱀 혓바닥 같은 불기둥이
방고래를 핥으며 구들장을 지나간 후
굴뚝으로 빠져나가는 것은
오장을 긁어대는 한 잔의 소주 같기도 하다

소주잔을 떨어 부을 때마다 뜨거운 것이
목줄을 타고 내려가는 것도
생각해 보니
장작불이 구들장을 데우는 것이나 다를 게 없다

주둥에서 똥구멍까지 골목 같은 컴컴한 길을 
뜨겁게 달군다는 것은
쑤셔 넣어도 닿지 않는 구들 같기도 하고
한 끼의 밥으로는 채울 수 없는 허기 같기도 하다

온돌溫突이라고도 하는 구들은 방고래를 설치하여 화기가 방고래 위에 덮여 있는 구들장을 뜨겁게 덥혀 방바닥 전체를 난방하는 구조물이다. 구들은 불을 때는 아궁이와 불길을 통과시켜 구들장을 덥히는 방고래와 연기를 배출하는 굴뚝으로 구성된다. 아궁이에 지핀 불이 방고래를 통과하면서 그 위에 깔린 구들장을 덥혀 난방하는 바닥 난방방식으로 화재에도 안전한 우리 고유의 채난법採暖法이다. 보통 구들은 '들인다'고 하고 온돌은 '놓는다'는 표현을 많이 쓴다. 구들은 방고래와 고래뚝으로 구성된 구조를 설명하는 느낌이 강하고, 온돌은 구들장 자체를 지칭하는 경향이 강하다. 또 구들은 한자가 없는데 온돌은 한자가 있다. 그러면 구들의 한자 표현이 온돌이라고 인식하기 쉬우나 온돌의 '돌'은 돌멩이와 같이 순수한 국어를 한자로 차음하여 표현했을 뿐이다. 따라서 구들과 온돌은 다 같이 순수한 우리말이라고 할 수 있다. 서양의 벽난로壁煖爐나 일본의 이로리(일본어: 囲炉裏) 등은 열원을 직접 이용하는 난방 장치보다, 온돌은 열기로 구들장과 구들장 아래의 방고래를 데워 발생하는 '간접 복사열'을 난방에 사용한다는 특징이 있다. 잘 만든 구들장이라면, 아궁이에서 직접적인 열원을 제거한 이후에도 구들장의 열기가 비교적 장시간 지속된다. 좋은 구들의 조건은 '잔류 온기'가 얼마나 오래 가는가에 달려 있다. 단점은 구들(방바닥)이 갈라지거나 깨지면 연기가 올라와서 일산화탄소 중독을 일으킬 수 있다는 점이다. 열효율의 문제도 들 수 있는데, 자기 전 불을 지펴서 그 잔류 온기로 온밤을 지내기 위해서는 필요 이상 과하게 열을 가하게 된다. 또 다른 단점은 온돌의 구조상 아랫목과 윗목에 온도 차가 발생한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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