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파선 ‘민주호’  생환할 수 있을까?
난파선 ‘민주호’  생환할 수 있을까?
  • 신영배
  • 승인 2022.06.08 1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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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영배 대표이사
신영배 대표이사

지난 7일 4선 우상호 의원이 민주당의 새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선출됐다. 당 중진들이 논의 끝에 우 의원을 추천하고 의원총회에서 만장일치로 추대됐다. 친문재인계(친문)와 친이재명계(친명) 모두 중도성향의 우 의원을 추대하는데 반대하지 않았다고 한다.

비대위원은 초선 대표로 카카오뱅크 출신 이용우 의원, 재선 대표로 부산 출신 박재호 의원, 3선 대표로 환경부 장관 출신 한정애 의원이 선임됐다.

원외 인사로는 김현정 원외위원장협의회장이 포함됐다. 여기에 청년여성 몫 비대위원을 추가로 선임해 이번주에 우상호 비대위 체제가 출범한다는 계획이다.

이날 우상호 비상대책위원장은 지방선거 패배로 힘들어하는 당을 수습하는 일이 첫 과제다. 지금 터져 나오는 당의 갈등을 빨리 수습해서 당이 한목소리로 나아가는 기틀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86세력(80년대 학번, 60년대 생)맏형인 우 의원이 대선에서 패배하고, 다시 지방선거에서 만신창이가 된 난파선 민주호를 무사히 항구로 안내할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우 의원은 이미 다음 총선 불출마를 선언하는 등 쇄신을 추구하는 목소리를 내고 있었다. 그래서인지 독배(毒杯)’를 드는 데 주저하지 않은 것으로 풀이된다.

비대위가 정식 출범하면 당장 할 일은 대선과 지선에서 패배한 원인을 분석 · 평가와 함께 8월 전당대회 규정도 만들어야 한다. 친문과 친명 양쪽이 모두 촉각을 곤두세우며 지켜보는 가운데서 두 가지 난제를 어떻게 풀어가느냐에 따라 민주당 수습 여부가 갈릴 것으로 예상된다.

대선 패배 후에 졸속으로 구성된 비대위가 국민의 동정 어린 시선을 활용하기는커녕 헛발질을 거듭하며 완전히 지지층의 눈 밖에 났다. 너도나도 목소리를 키우며 중구난방이 된 가운데 검수완박을 강행해 끝내 국민으로부터 버린 자식으로 치부되었다.

@검수완박을 잡아먹은 검수완판'

민주당이 검사의 수사 권한을 완전히 박탈하겠다며 소동 끝에 형사소송법 등을 고쳤다. 이 때문에 검수완박이라는 신조어가 생겼다. 어떻게 해서던지 검찰의 힘을 축소하기 위해 안간힘을 쓴 것이다. 그 덕분에 지방선거 완패와 함께 완벽하게 국민의 눈 밖에 났다.

민주당이 검수완박을 추진하던 당시 국민의힘은 말리는 척하면서 전혀 걱정하지 않았다. 법으로 검사의 수사권을 원천적으로 봉쇄할 수 없음을 다수의 언론도 지적했다. 하지만 민주당은 자신들에 주어진 입법권을 조자룡 헌칼 쓰듯 마구 휘둘렀다. 

이후 민주당은 지방선거에 참패했다. 그리고 윤석열 정부와 국민의힘에 온전한 힘을 실어 주었다. 이 든든한 배경을 업은 윤 대통령의 행보는 거침이 없게 되었다. 정부 요직에 윤 대통령의 측근 검사와 수사관 출신들이 완벽하게 포진되고 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49·27)을 비롯해 이노공 법무부 차관(53·26), 이상민 행안부장관(57·18), 권영세 통일부 장관(63·15), 이완규 법제처장(61·23), 박민식 보훈처장(57·25), 조상준 국정원 기조실장(52·26), 박성근 총리비서실장(55·26)등 모두가 검사 출신이다.

또 금융감독원장에 이복현(52·32)을 임명하고 이어 공정거래위원장도 강수진(51·24)를 임명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 밖에 대통령실 비서관 중요 부서에도 검사 출신이나 수사관 출신이 임명됐다. 이를 두고 경향신문은 검수완판(검사와 수사관의 완전한 판)’이라고 이름 지었다.

물 들어올 때 노 저으라는 속담처럼 뒷배를 든든하게 받쳐주는 민심이 있을 때에는 무리하게 보이는 고위층 인사도 쉽게 할 수 있다. 만약 민주당이 지방선거에서 선전했더라면 윤 대통령도 국민의 눈치를 살폈을 것이다. 결국 지리멸렬(支離滅裂)에 이른 민주당이 새 정부의 도우미가 된 셈이다.

정치는 국민의 지지를 동력으로 삼아 달리는 열차라고 할 수 있다. 개인용 자동차가 아니라 다양한 사람들이 이용하는 여러 칸의 객실과 화물, 식당 칸을 견인하며 달린다. 그러나 객실에 사람이 타지 않거나, 화물이 실리지 않으면 운행할 수 없다. 적자가 당연한데도 텅 빈 열차를 운행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국민의 지지를 잃고 명분마저 잃은 민주당의 목소리는 지금 국민의 귀에 들리지 않을 만큼 존재감이 없다. 윤 대통령이 이복현 금감원장을 임명하자 김성환 정책위 의장이 부적격한 검찰 출신 인사 인선이 강행된다면 이는 명백히 사정과 공직 인사, 정보의 독점을 넘어 민생 현장까지도 검찰이 장악해 검찰 공화국을 만들겠다는 선전포고와 다름없다고 지적했다.

나름 분명한 지적을 했지만, 메아리조차도 없다. 뒤를 받쳐주는 국민의 지지를 잃은 목소리는 방안에서 혼자 구시렁거리는 소리로 들릴 뿐이다. 그것도 잔뜩 겁을 먹은 강아지가 꼬리를 말아 다리 사이에 넣고 마루 밑으로 기어 들어가며 짖는 형국이어서 더욱 꼴 보기 사납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전북의 투표율이 48.6%에 불과한 점에 대해 민주당은 크게 반성하고 긴장해야 한다. 죽으나 사나 투표한 사람들은 선거와 관련된 이해 당사자와 노인들뿐이다. 한심한 민주당의 행태에 분노한 시민들은 그 열성이던 투표마저 포기한 것이다.

광주광역시가 전국에서 가장 낮은 투표율을 보인 것 또한 같은 맥락이다. 민주당의 본산인 호남이 등을 돌린 것이다. 지지기반이 송두리째 흔들린 민주당은 국회에서는 다수당이지만, 제대로 힘을 발휘하지 못할 것이다. 받쳐주는 뒷배가 없으니 목소리가 더욱 작을 수밖에 없다.

다시 말하지만, 민주당이 진정으로 환골탈태하지 않으면 난파선은 끝내 항구로 돌아오지 못하고 가라앉고 말 것이다. 집 옆으로 사람만 지나가도 마구 짖어대는 철부지 강아지처럼 보이는 친문과 친명 싸움에 국민의 마음은 멀어져만 간다.

미움도 예쁨도 저할 탓이라고 했다. 민주당은 이제부터라도 정신을 가다듬어 새로워져야 한다. 묵은 정치인들이 물러가고 새롭고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몸도 마음도 젊은 사람들이 나서야 한다. 아직은 할 일이 있다는 생각보다 더 잘할 사람들을 위해 자리를 비워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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