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에 대한 실망이 투표율 저조로
정치권에 대한 실망이 투표율 저조로
  • 김규원
  • 승인 2022.06.07 15: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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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제8대 지방선거에서 전북도민의 지역 정치권에 대한 환멸이 최고조에 이른 것으로 보인다. 역대 선거에서 전북의 투표율은 항상 전국에서 1,2위를 다툴 만큼 높았다. 지난 2018년 지방선거 투표율도 65.2%로 상위권이었다. 또 이번 대선 투표율도 80.6%에 달했다.

그런데 이번 지방선거에서 48.6%로 광주, 대구, 울산 등 일부 광역자치단체를 제외하고 최하위를 기록했다. 어느 시도 보다 정치에 관심이 높았던 전북인들이 갑자기 이번 지방선거에서 절반 이상 투표를 거부한 이유는 무엇일까?

지인들에게 전화를 걸거나 직접 만나서 이번 지방선거에 투표 여부와 기권한 이유를 들어보았다. 평소 정치에 관심이 많던 사람들이 투표를 포기한 이유가 궁금해서이다. 그들의 대답이 다양했지만, 그 답변을 종합하면 지방정치, 특히 민주당의 일당 독주와 공천과정에 대한 불신이었다.

그 응답을 뭉뚱그려보면 정당공천이 정치 신인의 참여를 막고 그들끼리 나눠 먹는 정치 현실이 개선되어야 한다는 생각이 대종을 이루었다. 선거가 시작되자마자 선거 브로커가 암약하여 정치 신인을 좌절하게 하고 민주당의 공천은 기준도 원칙도 없는 마구잡이여서 도저히 투표할 마음이 없었다고 했다.

정작 표를 주고 싶은 후보가 공천과정에서 컷오프되거나 탈락하여 투표할 마음이 나지 않았다는 반응도 있었다. 대답하는 모든 이들이 정당공천제도의 폐지를 주장했다. 지역의 일꾼을 찾는데 왜 정당이 간섭하느냐는 불만을 토로했다.

그리고 정치에 관하여 잘 아는 사람은 국회의원들이 지역 장악을 편하게 하려고 정당공천제도를 만들었기에 쉽게 포기하지 않는다며 국회의원들을 비난하기도 했다. 국회의원들이 정신을 차려야 정치가 발전하고 지역발전도 이룰 수 있다고 정확하게 판단하는 이도 있었다.

이번 투표 결과는 시민들이 정치권을 응징해야 한다는 의사표시로 볼 수 있다. 민주당이 다수당인 국회가 숱한 민생입법과 정당 공천제 폐지는 거들떠보지 않으면서 제 몸을 지키기 위해 검수완박을 관철해 낸 일에 분노하는 민심도 읽혔다.

국민을 위한 국회가 아니라 의원 자신들의 이익을 지키는 데에만 몰두하는 국회여서는 안 된다. 지방선거에서 국민의힘이 대승을 거두는 데 결정적으로 도움을 준 건 민주당이다. 대선에서 패배하고 국회에서는 자충수를 둔데다 공천과정에서 완벽하게 승리를 헌납했다.

그러고도 아직도 제정신을 회복하지 못한 듯 보인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민주당이 다수당의 힘으로 가장 먼저 할 일은 기초자치단체장과 기초의회 의원 선거에 정당이 개입하지 않는 정당 공천제 폐지이다. 공천제도를 폐지할 마지막 기회다.

체면이 손상된 민주당의 마지막 보루는 국회다. 이대로 가다가는 2024년 총선에서 지난 총선의 반대 현상이 일어날 것이다. 비대위 사퇴로 아무것도 해결할 수 없다. 진정한 환골탈태만이 민주당이 목숨을 부지할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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