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도지사의 막중한 책무를 생각하며
새 도지사의 막중한 책무를 생각하며
  • 전주일보
  • 승인 2022.06.01 2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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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인 칼럼
신 영 배/대표이사
신영배/대표이사

김관영 도지사의 당선을 축하한다.

젊은 도지사, 경제통 도지사, 유능한 도지사라는 이미지로 도민의 지지를 받은 김관영 도지사 당선인에 대한 도민들의 기대가 남다르다. 오래 고여 막혀 있던 물길이 비로소 뚫려 콸콸 흐를 것이라 믿는 것이다.

전북은 근세를 지나 공업화 시대에 이르면서 농경시대에 누리던 부를 잃고 자조(自嘲)와 회한의 땅이 되었다. 비옥한 평야와 풍부한 바다에서 끌어올리는 해산물로 풍요를 누리던 옛 영화는 해묵은 추억이 되었다.

전북의 중심도시 전주는 완산이라는 이름처럼 지리적으로 안전하고 살기 좋은 고장이어서 사람들이 몰려드는 지역이었다. 드넓은 김만평야의 중심지여서 물산이 넉넉했고 인심도 좋았다. 사람들의 성품은 너그러웠고 남을 배려할 줄 알았다.

배고픈 길손이 지나가다 밥을 청하면 줄 요량으로 밥 세 그릇을 더 지어 아랫목에 묻어두었다는 세덤이 그 사실을 증명한다. 남을 배려할 줄 아는 넉넉한 마음을 가진 사람들이었지만, 인재를 키우지 못했다. 그 결과가 오늘의 전북이다.

호남의 수부였던 전주가 광주 사람들의 끈질긴 장난에 모든 것을 다 뺏기면서 전북은 껍데기만 남았다. 중요기관과 기업의 중심이 모두 광주에 몰리면서 고창 · 정읍 · 순창 · 남원도 광주의 영향권에 흡수되다시피 했다. 사실상 전북은 10개 시군만 남은 셈이다.

악착같지 못한 성품이어서 집요한 그들의 술책을 감당하지 못하고 하나씩 내주다 보니 도세(道勢)가 역전되어 호남의 중심축이 남도로 내려갔다. 반면 전북은 피폐해지는 도세에 관심조차 없는 인사들이 지역을 주도하는 토호 세력을 이루어 지역을 장악했다.

군림하듯 자리를 차지하고 앉아 겉만 번지르르하게 꾸미는 군사독재 시절의 행정 방식을 최고 덕목으로 아는 사람들이 민선 도지사에 잇따라 당선됐다. 전북은 다람쥐 쳇바퀴 돌리듯 조금도 앞으로 나아가지 못했다.

 

새 도지사가 해야 할 과업

 

전북은 오래 고여 썩어가는 물이었다. 악취가 풍길 만큼 정체되어 썩어가는데도 그럴싸한 엉터리 통계와 번지르르한 수사(修辭)로 도민을 속였다. 늘 그 자리에 머물러 있으면서 고속열차를 타고 달린다고 최면을 걸었다.

그 최면을 끌고 가는 기관차는 새만금이었다. 30년 동안 정부와 전북도가 우려먹은 새만금이다. 거대한 방파제로 천혜의 갯벌을 망치고 어장을 황폐하게 한 일 외엔 얻은 것이 없는 사업이다. 그런데도 아직 새만금을 꿈인 듯 포장하여 새 솥에 넣고 불을 지핀다.

김관영 당선자도 공약으로 새만금 특별자치도와 공항, 항만, 철도, 도로 개설, 그리고 테마파크와 복합리조트, 국제학교 유치 등을 내놨다. 수요 없는 공항과 항만, 철도 등 SOC 구축, 터무니없는 수변도시 등 되잖을 계획을 철회하는 게 선결문제다.

해수를 유통하여 내해를 살리고 그에 따라 새롭게 조성되는 환경에 맞는 계획을 차차 진행해야 한다. 수요 없는 사업을 억지로 추진하는 건 어리석은 짓이다. 새만금에 더는 기대하지 않아야 할 것이다. 새 정부 인수위는 민간의 자발적 투자를 유도한다는 방침을 내놨었다.

새만금 특별자치도라는 구상도 전북 나름의 특성을 살리는 방향으로 선회하는 게 실효성 있다고 본다. 되잖을 새만금에 기대어 허송세월하느니 전북인들의 뜻을 모아 전북이 살아남을 방안을 모색하는 게 정답이지 싶다.

아울러 김 도지사 당선자는 전북도 인사 문제를 개방적이고 능력 위주의 원칙을 확고히 하기 바란다. 쉬운 선거였으니 논공행상도 복잡하지 않을 터이다. 도 단위 기관의 인사를 완전 개방으로 공모해야 한다. 그래야 유능한 사람을 선발할 수 있다.

해당 기관을 어떻게 운영할 것인지 구체적 계획을 들고나와 설명하고 실천할 능력을 보는 공개 선발 과정이 필요하다. 측근을 임명하여 예산만 축내는 기관 운영으로 전북이 멍들었다. 나이, 학력, 경력 불문, 오로지 능력으로 선발하는 변화가 필요하다. 비슷한 기관들은 통폐합하고 규모를 갖추어 수지타산이 맞는 공기업과 기관을 만들어야 한다.

새로운 전북을 만들기 위해서는 시군단위 갈등이 없어야 한다. 비좁은 시각으로 인근 시군과 이런저런 갈등을 부추기는 짓이 오늘의 전북을 만들었다. 전라북도라는 공동체 안의 사소한 문제는 전북도가 앞장서서 중재하고 해결하는 제도적 장치도 있어야 한다.

그런 갈등이 힘을 모으지 못하고 분산하게 하여 지역에 응집력이 없어졌다. 우리 시군의 일이 아니면 관심조차 없는 소단위 지역 이기주의가 콩가루 전북을 만든 원인이다. 전북의 자랑인 동학농민혁명 기념행사를 정읍, 고창, 부안, 김제, 전주가 제각각 치른다.

전주시에 있던 군부대가 도시발전에 따라 외곽으로 이전하는 문제로 김제와 익산시의 단체와 시민들이 전주시청 광장에서 항의 시위를 할 만큼 답답하다. 군부대는 전주시의 것이 아니라 전북을 지키는 부대다. 이런 이기주의가 상존하는 한 전북의 미래는 없다.

전라북도라는 광역 자치단체는 단순한 중개역할이나 상징적 의미를 위해 존재하는 게 아니다. 광역 자치단체로서 시군단위의 힘을 모으고 의견을 한데 모아 일관되게 이끌어가야 하는 책임이 있다. 적어도 매달 한 번은 도내 자치단체장이 만나 공동의 관심사를 논의할 수 있기를 바란다.

전북이 이런 지경에 이른 데는 도지사의 태도가 가장 큰 원인이었다. 시장 군수를 견제할 법적 장치가 없다는 건 구실에 불과하다. 도의회와 적극적으로 협력하여 전북을 하나로 만드는 방안을 구상하면 제도를 만들 수 있다고 본다.

김관영 당선자에 거는 도민의 기대는 확실한 변화다. 그동안의 관습이나 오류를 고쳐 전북이 더는 녹두밭 윗머리라는 오명으로 불리지 않기를 바라는 것이다. 하루아침에 모두를 바꾸지 못하겠지만, 과연 바뀌니 다르다는 도민의 평가가 곧 나오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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