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선거 끝자락에 돌아본 더불어민주당
지방선거 끝자락에 돌아본 더불어민주당
  • 신영배
  • 승인 2022.05.25 1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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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영배 대표기자
신영배 대표기자

말도 많고 탈도 많은 6.1 지방 선거가 엿새를 남겨놓고 있다. 사전투표일인 27일과 28일을 생각하면 거의 종착점에 이르렀다고 말할 수 있다. 정당공천을 위한 경선에서부터 후보 등록을 마치고 선거운동이 진행되는 동안 국민 앞에 펼쳐진 건 치졸한 막장드라마 한편이었다.

번거로움을 피하겠다고 5개선거를 한꺼번에 치르는 지방 선거는 아무래도 문제가 많은 선거 방식이다. 한꺼번에 7장의 투표용지를 받아 기표소에 들어가면 웬만한 사람은 제대로 후보를 골라 투표하기 어렵다.

생각해둔 후보에 기표한 후 나머지는 특정정당을 선택한다는 게 일반적인 투표 성향이다. 선거마다 제대로 후보를 파악해 좋은 후보에게 투표하려면 상당한 시간을 들여야 한다. 일일이 선거마다 후보를 파악하고 고르는 사람은 아마 3할도 되지 않을 것이다.

이런 방식 때문에 후보자들은 특정정당의 공천에 목을 맨다. 특정정당의 공천을 받으면 바람에 쓸려 당선할 수 있으니 기를 쓰고 당의 공천장을 노린다. 정당정치의 기본조차 알지 못하는 사람들이 정당에 뛰어들어 충성하는 모습을 보이는 건 오로지 공천장을 얻기 위해서이다.

정당에 가입해 활동하는 이유가 오로지 공천에 있으니, 공천을 받지 못하면 바로 탈당을 한다. 당의 노선과 자신의 정치 성향이 맞는지 여부는 관심 밖이다. 자신이 선호하는 정당에 가입하는 게 아니라 공천장 받아서 선거에서 승리하는 게 목표다.

이처럼 잘못된 정치풍토에서 명맥을 이어온 우리 정당사를 보면 문자 그대로 누더기 정당이다. 당의 이념과 정강을 지키고 공유해 발전시키는 일보다, 이해타산을 좇아 뭉치고 헤어지기를 밥 먹듯 해왔다. 지향하는 정치이념은 헛것이고 내 이익만 추구하면 그만인 것이다.

 

정당공천을 빙자한 갑질

 

지역 쏠림이 심한 양대 정당 선호도에 따라 전북은 민주당의 뿌리가 깊이 내려있다. 한때 선거는 민주당 말뚝만 꽂아 놓아도 당선을 했었다. 민주당은 이런 성향에 감사하고 지역을 위해 헌신하기보다 이를 이용해 공천 갑질을 일삼았다.

이번 6.1 지방 선거 공천과정을 보면 한마디로 난맥상이었다. 기본이 되는 기준이 지켜지지 않았고 고무줄처럼 기준 지침이 멋대로 늘고 줄었다. 기준을 재는 잣대는 변하지 않아야 하는데 대상에 따라 얼마든지 길이가 달라졌다.

전주시장 선거 공천에서 20년 전의 정치적 사안을 끌어와 이미 당이 두 번이나 공천장을 주었던 후보를 묵은 전력을 구실삼아 경선에 참여시키지 않고 컷오프 했다. 한편 다른 선거에 나선 비슷한 경력의 후보는 영입대상으로 복당한 후보라며 경선에 참여시켜 공천장을 주었다.

이런 식의 고무줄 잣대 적용은 커다란 반발을 불러왔고 민심은 싸늘하게 식어갔다. 임실군수 선거에서는 전략공천이라며 단수공천을 했다가 반발이 일자 경선을 진행해 이의 신청한 후보를 공천하기도 했다.

공천했다가 번복하는 일이 거듭하면서 반발이 커졌다. 탈당해 무소속으로 출마하는 일이 조금도 어색하지 않은 일상이 되었다. 정당인이 당을 버리고 자신만을 위해 무소속으로 출마하는 일은 최후 수단이지만, 민주당의 허술한 공천관리로 정당화되다시피 했다.

정치 도의나 신의, 신념 등 정치인의 기본자세가 무의미해지고 정치판이 혼탁해지는 계기가 만들어졌다. 당을 버리고 무소속으로라도 출마해서 당선하면 떳떳하게 어깨를 펼 수 있는 정치마당으로 변했다. 점점 저질정치판으로 변하도록 민주당이 부추긴 셈이다.

 

조심스러운 공인(公人)의 길

 

선거에 나서는 일 자체가 공인으로 한 발을 내딛는 셈이다. 공인을 사전에서 찾아보면 공적인 일에 종사하는 사람이라거나 국가나 사회에 영향을 미치는 사람이라고 풀이되어 있다. 따라서 자신만을 생각하는 사람은 공인이 될 수 없다. 이번 선거에 우후죽순처럼 숱한 사람이 자리를 차지해보겠다고 불쑥불쑥 머리를 내미는 진풍경을 연출했다. 경선을 거쳐 후보 등록을 마치고 유세차에서 목멘 소리로 호소하는 광경을 보며 안쓰러운 생각과 함께 본능이라는 권력욕을 실감한다.

치열한 접전을 벌이는 장수군수 선거에서는 두 후보가 돈을 돌려 매표하는 정황이 방송을 타기도 했다. 두 후보 모두 자신과는 아무 관계가 없다고 시치미를 떼지만, 알지 못하는 지지자가 돈을 돌려가며 표를 부탁했다는 말은 지나가는 소가 웃을 일이다.

돈으로 표를 사서 당선되기까지 막대한 돈이 들어갈 것이다. 그렇게라도 당선하면 들인 돈 이상의 금액을 보충할 수 있다는 말인데, 그러고도 군정이 제대로 돌아갈지 이해하기 어렵다. 이런 정황은 비단 장수군수 선거에서만 벌어지는 일이 아닐 것이다.

진흙탕에서 개들이 싸우듯 눈 뜨고 보기 어려운 물어뜯기 시합을 벌이는 선거도 있다. 수범이 되어야 할 교육감 선거에서도 상대의 약점을 찾아 후벼 파는 싸움이 절정에 이르렀다. 아예 격차가 벌어져 싸움이 되지 않는 선거를 제외하고는 모두 목불인견(目不忍見)의 참상이다.

그동안 말썽을 빚었던 기초의회 의원들이 대부분 다시 선거에 나서면서 그동안 충분히 반성했다고 큰소리치는 해프닝도 있었다. 또 무투표 당선한 지방의원이 음주운전을 하다가 적발되기도 했다. 공인으로 일할 자격이 없는 인물들이 선거판에 구정물을 일으키고 있는 것이다.

민주당과 무소속의 대결 양상이 보편화된 이번 선거는 다시 한 번 선거 문화를 후퇴시켰고 시민을 우롱한 참사이다. 대선 패배로 전북인의 가슴을 후벼놓고 반성조차 하지 않은 그들이다. 공정을 잃어 국민의 질책을 받았으면 잘못이라도 빌어야 했다.

마구잡이 공천으로 다시 시민을 분노하게 한 결과는 61일 극명하게 드러날 것이다. 지난 대선은 국민의힘을 좋아해서가 아니라 민주당의 내로남불을 응징한 것이었다. 제대로 반성하고 혁신하지 않으면 2년 후 총선에서 또 한 번 쓰라린 맛을 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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