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물
미물
  • 전주일보
  • 승인 2022.05.23 0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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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수 시인
정성수 시인

아무렇지도 않게 개미들을 밟았다
무심코 꽃 한 송이를 꺾었다
미물들은 다 살아보지도 못하고 죽어가면서도
아무 말이 없다 

작고 하찮은 미물들은 죽으면서도 고통조차 없나 보다
아프다는 말 한 마디 않는 것을 보니

그러나 인간들은 하루에도 몇 번씩
사는 일이 지겹다고
이렇게 사는 것도 사는 것이냐고 
불만이 많다 
다 살아보지도 않고서 미리 겁을 먹는다

미물만도 못한 인간들

미물微物은 작고 보잘것없는 것이라는 뜻이 있다. 주로 동물을 이르는 말로 쓰인다. 존재에 끊임없이 의문을 던지며 이성을 논한다. 자연적인 것과는 거리가 멀어진 인간에 비해 미물들은 본능에 충실하며 주어진 생애의 주기를 따른다. 하지만 그들은 어느 순간 문득 나타나서 우리에게 삶의 진정성을 숙고하게 만든다. 예를 들면 개미는 한낱 미물이라고 여기지만, 항상 치열하게 살아가고 있다. 물론 복잡한 감정과 관계를 맺는 인간으로서 언제나 치열하게 사는 것이 옳다는 말은 아니다. 노란 은행잎이 쏟아지는 가을 은행나무에게 존재의 근원을 묻거나, 취업을 못 한 젊은이가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에 대한 끊임 없는 질문은 미물들의 처지에서는 신선한 감동을 안겨줄 것이다. 인간은 잡을 수 없는 것을 좇고 있을 때 조금만 아래로 눈을 돌리면 그곳에는 수많은 미물이 존재하고 있음을 발견할 수 있다. 인간은 이기심만을 고집하면 투쟁을 면할 수 없고, 이타심만을 주장하면 자기희생을 면할 수 없을 것이다. 그래서 이기심과 이타심의 중간인 중용中庸 즉, 중용사상中庸思想으로 무장해 미물보다 못한 인간들은 통각統覺해 나아가 그것들에게 삶의 지혜 한 수 배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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