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단체장과 의원선거 정당공천은 적폐(積弊)
기초단체장과 의원선거 정당공천은 적폐(積弊)
  • 김규원
  • 승인 2022.05.15 1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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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규 원/편집고문
김 규 원/편집고문

5월도 훌쩍 절반을 넘어섰다.

이 기사가 신문에 실리는 날은 16, 박정희가 군홧발로 국권을 탈취하여 군사독재를 시작했던 날이다. 탱크와 총칼로 권력을 탈취한 그가 먼저 한 일은 부정 축재자라는 이름으로 숱한 사람을 잡아들인 다음 재산을 빼앗아 권력 운용 자금을 마련하는 일이었다.

가난하던 군인들이 돈맛과 권력 맛에 취하면서 진짜 부패가 시작되었다. 시골 면장까지 군인들이 차지했다. 완벽한 군정(軍政) 속에 아이들의 장래 희망은 군인이었고 육군사관학교 경쟁률이 최고조에 달했다.

군사문화가 박정희 군사독재 시절을 넘으며 모든 곳에 침투했다. 상명하복과 겉치레가 주룰 이루고 그 속엔 부패가 강물처럼 흐르는 저급한 문화다. 아직도 공공 행정은 그 시대에 물려받은 전통과 형식을 유지하고 있다.

힘이 지배하는 세상에서 힘 있는 자에게 붙어야 잘 먹고 잘살 수 있다.’는 세상사는 지혜가 만들어졌다. 떡고물이 떨어질 수 있는 곳에 몰려 온갖 충성을 다하는 자들이 차츰 상위층을 형성하는 악습이 만들어지기도 했다.

60년이 지난 오늘도 권력을 향한 불나방들의 날갯짓은 계속되고 있다. 그래도 지방 권력이라도 잡아보겠다고 안간힘을 쓰는 사람들의 목쉰 소리가 예전보다 많이 줄어든 건 다행스러운 일이다. 전북도 내 지방선거 경쟁률도 1.8:1이라던가?

 

정당공천에 후보도 시민도 지쳤다

 

국민의 대표로 선출된 국회의원들이 검은 뱃속을 채우기 위해 만든 제도가 정당공천이다. 정당정치라는 명분으로 풀뿌리 민주주의에 간섭하여 이익을 창출하고 표를 지키는 데 유익했기 때문이다. 정당공천을 없애라는 목소리가 빗발쳐도 우이독경(牛耳讀經)일 뿐이다.

대선이 끝나고 지방선거 정국으로 돌아선 지 2달이 지날 즈음에야 민주당 공천이 마무리되었다. 그러고도 그 후유증과 여운은 사그라지지 않았다. 후보 등록을 시작하는 날까지 재경선을 진행했다. 유리한 민주당 기호 1번을 받기 위해 사투를 벌였다.

한꺼번에 투표용지 7장을 받으면 자기가 찍을 한두 사람 외에는 누가 나왔는지 관심도 없어서 그저 웬만하면 1번 자리에 꼭꼭 눌러버리고 만다. 시군의원 선거에서 민주당 공천을 받으면 거의 따논 당상이 되는 이유다.

이번 지선에서 전북지역 민주당 공천은 한마디로 난맥상이었다. 컷오프는 기준도 없이 이랬다저랬다 갈피를 잡을 수 없었다. 대통합을 부르짖으며 조건 없이 끌어들인 과거 동지들을 다시 헌신짝 버리듯 찍어내어 배신에 배신을 거듭했다.

과거 국민의당 바람이 불 때, 나가려 해도 받아주지 않아 주저앉은 사람들이 돌아온 탕아를 어떻게든 찍어내려 애썼다. 대선에서 민주당이 실패한 것도 그들끼리 어울리지 못하고 반목하면서 지역표 이탈을 수수방관한 탓이다.

후보 검증도 허술해서 문제 전력을 가진 이들이 버젓이 공천되었다가 재심청구에 번복되는 일이 허다했다. 치명적인 하자가 있음에도 공천하고 슬그머니 넘어가려다가 들킨 건 아닌지 모르겠다. 민주당은 공천 관련 기본원칙을 지금이라도 확실하게 세워야 한다.

61일이 선거일이지만 사전투표일인 27일까지 11일이 남은 셈이다. 본격 선거운동에 후보들의 목이 터지고 다리가 부어도 쪽잠만 자고 다시 달려야 한다. 공천을 받아 비교적 안전권에 든 사람도 있지만, 무소속이 강세를 보이는 지역이 상당수 있다.

특히 현역 무소속 단체장 지역에는 민주당이 단수공천을 할 만큼 공을 들였다. 지난 임기 내내 나라 것을 제 것인 양 인심을 써가며 표밭을 다진 현역들이 우세할 수밖에 없다. 아직도 단체장을 조선 시대 수령방백으로 아는 노인들이 즐비한 농촌의 현실이다.

제발 공천제도 자체를 없애야 하지만, 공천권을 쥐고 흔드는 재미에 빠진 국회의원들이 기둥뿌리 썩는 줄을 모르니 문제다. 기초공천을 없애는 문제에는 여야가 따로 없이 반대다. 박이 터지게 싸우는 듯해도 자기들의 이익을 챙기는 대목에서는 일심동체다.

국회의원들은 지방선거가 끝나면 지역구 자치단체 원구성까지 간여하여 자신의 뿌리를 든든이하는 데 주력할 것이다. 22대 국회의원 선거가 두 해도 채 남지 않았다. 여소야대 국회를 유지하려는 민주당과 역전을 노리는 국민의힘 대결이 볼만할 것이다.

또 하나 반드시 짚고 넘어갈 일은 정당공천 신청을 냈다가 공천을 받지 못하면 탈당하여 무소속으로 도전하지 못하도록 법을 고쳐야 한다. 철새도 아니고 당을 드나들며 국민을 속이는 자들로부터 유권자를 보호하고 정치풍토를 정화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뜻을 같이하겠다고 당에 들어갔다가 제가 불리하면 나오고 들어가기를 반복하는 박쥐 정치인을 없애는 일이다. 정치판은 원래 더러운 곳이라고 말하지만, 이런 팔색조들이 사라지면 우리 정치도 조금은 좋아질 수 있다.

국회가 달라져야 나라 정치가 바뀐다. 국회가 그들이 편리할 대로 법을 만들어 군사문화 뺨치는 외화내부(外華內腐)의 정치풍토를 만들었다. 국회의원들이 모든 것을 내려놓고 정말 국민을 위해 무엇인가를 하겠다면 기초의원과 단체장 공천을 포기하는 일을 우선 처리해야 한다.

국회의원이 지방의회 원구성까지 간섭하며 내후년 총선에 대비할 일을 생각만 해도 불쾌하다. 그러고도 국민의 대표라고 말할 자격이 있는지 묻는다. 민주정치 권력이 국민에서 나오는 걸 누구보다 잘 아는 그들이 그 권력으로 국민의 선택과 자유를 제한하고 있다.

지방정부가 새롭게 구성되는 6월에는 국회가 욕심을 버리고 지방정부가 특색을 살리며 발전할 수 있게 기초자치단체를 놓아주어야 한다. 지방의 개성이 살아야 나라가 발전하고 중앙에 몰려들어 복작대는 인구밀집도 줄어들 수 있다. 지방소멸의 주범은 국회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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