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
어머니
  • 전주일보
  • 승인 2022.04.18 0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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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수 시인
정성수 시인

엄마 나야~ 막내라고
쉰이 다 된 아들이 팔순노모의 기억을 흔든다
풋토마토를 따먹고 곽란나면 어쩔 거냐고 지청구를 듣던 이야기며
코찔찔이라고 친구들이 놀렸을 때 
저녁밥을 하다말고 부지깽이를 든 채 동네 고살을 쫓아다니던 일이며 
봄소풍 보물찾기에서 상품으로 받은 플라스틱 젓가락 한 벌을 내밀었을 때 
역시 내 새끼라며 좋아했지 않았느냐고 
어머니의 손을 잡고 자식이 된다

기억을 흔들면 흔들수록 팔순노모는 허공 너머 저편으로 날아가는 것인지 
생의 끝을 넘어다보고 있는 것인지 
초점 없는 눈동자가 아들의 가슴에 못질을 한다

세상에서 가장 목이 메이는 일은
엄마 나야 나라니까~
불러도 대답 없는 어머니를 흔드는 것이다

 

 

이런 어머니는 옛날부터 자식을 양육하고 집안의 대소사는 물론 가족의 경제적·사회적 일까지 챙겨야 했다. 한 마디로 힘들고 어려운 생활을 해야 하는 숙명을 타고났다. 그런 어머니는 여자다. 여자는 약하나 어머니는 강하다. 여자의 마음은 꽃바람에 흔들리지만, 어머니의 마음은 태풍에도 견디어 낸다. 여자의 마음은 사랑받을 때 행복하지만 어머니의 마음은 사랑 베풀 때 행복하다. 여자가 못하는 일을 어머니는 능히 해낸다. 여자는 자신을 돋보이려고 하지만 어머니는 자식을 돋보이려고 한다. 여자는 제 마음에 안 들면 헤어지려 하지만 어머니는 우리 마음에 맞추려고 하나가 되려 한다. 여자는 아기가 예쁘다고 사랑하지만 어머니는 아기를 사랑하기 때문에 예뻐한다. 여자는 젊어 한때 곱지만 어머니는 영원히 아름답다. 여자는 수없이 많지만 어머니는 오직 하나다. 자식 기르는 일은 평생 끝나지 않는다. 자식들이 아무리 좋은 자식이 되려고 노력한다고 하더라도 자식들로 인한 고뇌와 실망은 언제까지나 어머니를 따라다닌다. 어머니 없이 세상에 온 자식이 없듯이 어머니의 영향으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운 자식이란 있을 수 없다는 것을 자식들은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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