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선거를 보는 시민의 눈
지방선거를 보는 시민의 눈
  • 전주일보
  • 승인 2022.04.06 1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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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선 포커스

6.1 지방선거가 56일 앞으로 다가섰다. 하루에도 몇 번씩 휴대전화에 예비후보자를 알리는 문자가 오고 안면이 있는 이들로부터 특정 후보를 도와달라는 전화가 걸려오기도 한다. 지역 모든 단체장과 기초 · 광역의원을 한꺼번에 뽑는 지방선거는 한마디로 난장판이다.

이런 선거판이 되면 신바람을 내는 건 선거 브로커들이다. 잘나가는 브로커는 몇 개 시군을 넘나들며 선거를 지휘하기도 한다. 선거에 나서는 사람이 많은데 ‘00기획등의 이름을 달고 활동하는 선거 브로커는 적으니 한 그룹이 여러 선거를 지휘하는 것이다.

지난 시절에 도내 어느 군지역에서는 브로커가 선거를 치러주고 당선 후에 사업자를 선정하거나 심지어 인사의 몇 %를 할당받기로 약속하는 계약을 맺어 파문이 일기도 했다. 브로커들은 선거의 흐름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면서 당선 후에 자신들이 차지할 이익을 위해 엉뚱한 공약을 제시하여 유리한 선거를 망친 사례도 있었다.

이번 선거에서 전주시장 선거에 나선 이중선 예비후보는 페이스북에 많은 분들이 저에게 조직과 돈이 있어야 한다고 합니다. 정치권에서는 돈 없는 것이 제일 큰 죄라는 말씀도 들었습니다. 그러나 그렇게 해서 당선되면 감옥 가기 쉽습니다. 그렇지 않다고 해도 조직과 돈을 댓던 선거 브로커들에게 그 대가를 지불해야 합니다. 그래서 저는 그들에게 신세 지기 싫습니다.”라고 적었다.

선거 분위기를 흐리고 망치는 집단이 바로 그러한 선거 브로커들이다. 특히 민주당 공천이 곧 당선이라는 전북의 선거판은 그들의 손에 의해 구정물 통으로 변하고 있다. 아직 확정되지 않았지만, 선거구 유권자 여론이 50%는 반영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두고 전화요금 청구지역을 옮기는 수법이나 착신전환을 통해 특정 후보에게 표를 몰아주는 방식이 동원되기도 한다.

선거는 유권자들의 뜻이 가장 잘 드러나게 하는 데 목적이 있다. 주인들이 어떤 머슴을 골라야 하는지를 잘 판단할 수 있게 하고 최선의 결과를 도출해내야 한다. 그런데 브로커나 작전 세력이 유권자의 판단을 왜곡하여 엉뚱한 당선자를 만들어내는 게 문제다.

민주주의의 꽃이 선거라는 의미는 유권자의 뜻에 가장 적합한 사람을 골라 그에게 주권을 맡기는 데에 있다. 유권자들의 뜻과 다른 사람이 당선되게 하는 브로커의 행위는 나라의 근본을 흔드는 짓이다. 그들을 통해서라도 당선하겠다는 생각부터 문제다.

 

민주당 토호 세력에 휘둘리는 전북

 

대선에서 패배한 민주당은 지도부가 총사퇴하고 비대위를 꾸려 지방선거를 지휘하고 있다. 사실 민주당은 대선에서 그 정도로 선전하리라고 생각하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여론조사에서 줄곧 오차 범위를 넘나드는 열세를 보이면서 어딘가 김 빠진 민주당 모습이었다.

민주당이 사즉생의 각오로 똘똘 뭉쳐서 대응했더라면, 호남에서 국민의힘에 돌아간 표만 붙잡았어도 이길 수 있었던 선거였다. 막판에 갈려 나간 사람들을 조건 없이 받아들였지만, 이용호 의원처럼 복당을 받아들이지 않다가 국민의힘에 명분을 빼앗기는 어리석은 판단도 패배에 영향을 미쳤다.

그렇게 대선에서 실패했으면 진정 환골탈태의 각오로 묵은 세력의 기득권 주장을 깨끗이 씻어냈어야 한다. 당을 젊고 새롭게 만들기 위해 안방을 비워 좋은 인재들을 당의 중심에 들여 진정한 쇄신을 했어야 옳다.

그러나 민주당은 대선 패배를 두고 국민 앞에 사죄하는 듯 제스처만 하다가 말았다. 아무도 진정한 책임을 토로하지 않았고 당은 여전히 묵은 세력의 입김이 지배한다. 특히 전라북도 민주당은 전혀 변하지 않았다.

지방선거에서 여전히 토호 세력이 주도권을 쥐고 당 공천을 좌지우지한다. 공천심사위원회도 그들의 영향 속에 기존 당직자들이 겸직 형태로 구성하여 멋대로 적격 여부를 판단했다. 심사위원 구성이 공정하지 않으니 심사 결과는 보나 마나였다.

최근에 발생한 부도덕 사례자와 심지어 음주운전 처벌 경력자도 적격으로 판정했다. 그러면서 임정엽 전주시장 예비후보에 대해서는 20년 전 정치적 사건을 들먹여 부적격 판정을 내렸다. 이미 완주군수 선거에 공천하여 두 번이나 당선했던 일을 시민 모두 알고 있는데도 부적격 판정을 내렸다.

이에 임 후보가 중앙당에 재심을 신청했지만, 중앙당 역시 전북도당의 판정을 존중하여 재심을 기각했다. 토호 정치세력의 비위에 맞지 않으면 전북에서는 정치 마당에 들어설 수 없다. 복당에서 조건 없이 받아들이겠다고 약속했지만, 전북에서는 헛소리가 되었다.

전북은 이번 지방선거에서도 변함없이 그들끼리 나눠 먹기 선거로 흘러갈 모양이다. 그들이 철옹성을 이루어 끼리끼리 자리를 차지하고 버티는 이 악습을 타파하지 못하면 전북은 오래지 않아 소멸이라는 처참한 결과를 맞을 것이다.

광주-대구 간 달빛철도가 완공되면 남원-광주가 20분 거리로 단축되고 장수-대구가 20분 거리로 줄어든다. 광주 전남권 메가시티에 남원과 순창, 고창, 정읍이 흡수되고 대구 경북 메가시티에 장수와 무주가 저절로 흡수되면 전북은 8개 시군만 남는다.

이미 순창, 고창, 정읍은 광주 경제권이고 남원도 절반은 넘어가 있다. 새만금 특별자치도라는 구상은 환상일 뿐이다. 물만 넘실거리는 새만금 타령으로 우리는 30년을 속아왔다. 그들 토호 세력이 지역을 주무르는 동안 그 자리에서 전혀 나아가지 못한 전북이다.

그들이 형성한 지방정치 구도는 웬만한 충격으로 깨지지 않는다. 지난 2016년 총선처럼 민주당에 맞설 정당이 없다. 지난 대선의 충격이 외려 민주당을 향한 지지표로 뭉쳐 전북은 계속 잠에서 깨어나지 못하게 됐다. 서글픈 일이다.

민주당 토호 세력은 역사의 죄인이 되지 않으려면 욕심을 버려야 한다. 급변하는 시대에 적절히 대처할 수 있는 젊고 바른 사람에게 자리를 양보해야 한다. 해묵었다고 중량급 인사가 되는 건 아니다. 능력을 갖추어야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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