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위기가 곧 기회다
전북, 위기가 곧 기회다
  • 신영배
  • 승인 2022.03.30 1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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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영배 대표기자
신영배 대표기자

지난 5년간 민주당 텃밭인 전북은 나름 비빌 언덕이라도 있었다. 국가 예산을 얻고 국책사업에 숟가락을 얹기도 하면서 중앙 부처에 연줄이 쉽게 닿았다. 그러나 그렇게 좋은 시절에도 전북은 예산 몇 푼 얻어다 쓰는 정도에 그쳤을 뿐, 획기적인 변화를 만들지 못했다.

조직적이고 개연성 있는 지역사업을 만들어내지 못했기에 이런저런 사업 구상은 우선순위에 밀려 성과를 내지 못했다. 이웃 광주와 전남의 활동에 비해 전북은 점잖은 선비처럼 움직였다. 주면 받고 안 주면 그냥 돌아섰다. 그나마 광주·전남이 알 속을 다 가져가고 우리는 쭉정이만 받아오며 희희낙락했다.

오는 61일 치러지는 지방선거에서 전북은 환골탈태해야 한다인지도와 조직력을 앞세운 후보를 선출하는 선거가 아닌 진정한 머슴, 제대로 된 일꾼을 발굴해야 한다. 능숙하지 않아도 비위를 잘못 맞추어도, 능력 있는 단체장이 필요하다.

실패와 좌절을 씹으며 시민의 아픈 자리가 어디인지, 어떤 약이 필요한지를 아는 사람, 시민의 뜻을 바로 아는 사람에게 일을 맡겨야 한다. 자리를 탐하는 사람이 아닌, 사명감에 투철한 진짜 머슴을 골라야 험난한 시절을 견뎌내고 전북 소멸을 피할 수 있다.

전북 사람에게는 민주당의 DNA가 운명처럼 흐른다. 세상을 바로 세워야 한다는 마음이 독재와 폭력정치에 항거하는 유전자를 만들어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런 전통 속에서 잇속을 챙기는 무리가 있다. 이런 정치 흐름을 교묘하게 이용하는 자 몇 명이 토호세력으로 성장했다.

그들의 눈에 들지 않으면 정치판에 발을 들여놓을 수 없다. 이번 대선에서 민주당은 국민 통합이라는 명제 아래 지난날 민주당과 뜻을 같이했던 이들을 조건 없이 받아들였다. 중앙당 최고위원회는 이번 지선에서 파렴치 7대 범죄를 제외한 전력을 문제 삼지 않기로 지침을 세웠다.

그런데 민주당 전북도당 공직선거 후보 검증위원회가 임정엽 전주시장 출마 예정자에 대해 부적격 판정을 내렸다. 임정엽 예정자는 20여년전 정치적 사건에 휘말려 옥고를 치렸으나 이미 두 차례 완주군수 선거에서 민주당 공천을 받아 당선된 이력이 았다.

수년전에 소명이 끝난 일을 들추어 현재 여론조사 1위를 달리는 임정엽 전주시장 출마예정자를 견제한 데는 지역 토호세력의 눈에 들지 않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민주당 복당 정치인들에 대한 전북지역의 견제는 이미 예견되었던 사안이다.

그렇지만 임정엽 전주시장 출마예정자의 부적격 판정 사례처럼 대놓고 견제하는 일은 상상할 수 없는 민주당 내 토호세력의 갑질이다. 이를 두고 다수의 시민들은 민주당이 아직도 정신 차리지 못하고 있다고 비난하고 있다. 

그럼에도 유권자들은 대통령 당선인의 불통과 독선 모습에 민주당 정서가 어쩔 수 없이 다시 타오르고 있는 분위기다. 그래서 그런지 경선을 앞둔 도지사 선거와 기초 단체장 선거는 모두가 민주당 후보 일색이다.

여기에 지역 토호 정치 세력의 보이지 않는 작용도 조금씩 드러나고 있다. 일단 못마땅한 복당 인사들을 견제하고 지난날처럼 끼리끼리 지역 정치를 농단하려는 움직임이 보인다. 일을 잘하는 일꾼(머슴)이 발을 붙이지 못하게 하려는 것이다.

주인의 눈을 피해 볏가리 뒤에서 담배를 나눠 피우며 음담패설이나 늘어놓고 시시덕거리고 싶은 불량 머슴들은 힘세고 일 잘하는 머슴이 싫은 것이다.

전북지역 정치판은 송하진 도지사를 정점으로 공무원 출신 국회의원과 단체장이 주류를 이루고 일부 언론과 유력 인물들이 가세해 토호 세력화했다. 전북이 어디로 흘러가든 관심 없고 오로지 지방 권력을 틀어쥐어 오래도록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이 그들의 목표인 것같다.

고난의 시절을 살아 온 노인들에게 따뜻한 척, 솔깃하게 접근해 표를 굳혀 놓는 방법을 터득한 그들의 아성(牙城)은 탄탄하다. 이 좋은 판에 돌아온 복당 인사들은 그들에게 눈엣가시일 뿐이다. 전북의 침체와 낙후를 멈추어야 한다고, 담대한 리더십으로 전북을 발전시켜야 한다고 주장하는 인물이 두렵기 때문일 것이다.

그 세력들은 이 지경이 되도록 아무런 변화를 만들어내지 못한 데에 작은 책임도 느끼지 못한다. 그냥 자리만 차지해 그런대로 연줄이 닿아 뭔가 만들어 낼 수 있었던 호시절을 낭비했다. 농도 전북이라지만, 아직도 우리 농촌의 시설농업은 경남의 시설농업에 비해 몇 해 뒤져 있다. 그런데도 삼락농정이라는 이름으로 전북 농업을 치켜세운다.

전남이나 경남 지역에는 젊은 농부들이 대규모 시설농업으로 고소득을 올리며 지역의 중심으로 성장하고 있다. 점차 노인들의 맨손 농사를 젊은이들이 새롭게 받아 일구어가는 과정이다. 그런데 전북은 어떤가? 외국인 노동자 없이는 농사를 지을 수 없다. 젊은 농부는 가물에 콩 나듯 찾기 어렵고 그나마 마지못해 정부 지원을 받아쓰며 도시로 달아날 기회만 엿본다.

전북은 기본부터 다시 만들어야 한다. 지역별 특성을 제대로 살려 남녀노소가 어우러져 삶을 즐길 바탕을 만드는 큰 변화가 다급하다. 노인만 남아 죽음을 향해 걸어가는 듯 무기력한 지역으로 방치하는 지방정치는 역사에 죄인으로 평가받을 것이다.

이제라도 바꾸어야 한다. 묵은 폐습을 먼지 털 듯 탈탈 털어내고 생동하는 지방정치가 자리 잡도록 터를 닦고 생명의 나무를 심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전북을 이 지경으로 만든 사람들을 모두 물러나게 하고 새로운 바람을 만들어나가야 한다. 

시대의 흐름을 이해하고 바른 시각을 지닌 이들이 전북을 새롭게 바꾸어나가도록 지지하고 성원해 표를 몰아주는 유권자로부터의 개혁이 절실한 전북이다. 지금 우리가 제대로 판단하지 못하면 이번 대선처럼 손가락을 자르고 싶을 만큼 후회하게 될 것이다.

위기가 기회라고 말하듯 지금의 어려움을 전북 비약의 전기(轉機)로 만들자. 우리에게는 임진왜란을 견뎌 나라를 지켜내고 무력한 정부와 외세에 맞서 싸운 동학농민혁명군의 자랑스러운 피가 흐르고 있다. 이번 지방선거가 전북에 새로운 숨을 불어넣을 절호의 기회임을 상기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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