없다 있다
없다 있다
  • 전주일보
  • 승인 2022.03.27 17:1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정성수 시인
정성수 시인

생강나무에는 생강이 없고 노루귀꽃에는 노루귀가 없다
붕어빵에 붕어가 없고 칼국수에 칼이 없듯이
토끼풀에는 토끼가 없다
제비꽃에는 제비가 없다

할미꽃에는 할미가 없지만 
할미꽃은 할아버지의 무덤가에 피었다
봄똥이 불러오듯이 바람꽃이 바람 속에서 피듯이

없다고 생각하면 없다 그러나 있다고 생각하면 있다
이 세상에 뭐든지 다 있다

 

 

'花笑聲未聽화소성미청 鳥啼淚難看 조제루난간' 꽃은 웃어도 소리를 들을 수 없고 새는 울어도 눈물을 보기 어렵다. 추구집推句集(저자 : 미상)에 실려 있는 한 구절이다. 추구집은 시인묵객詩人墨客들이 애송하던 시구詩句를 모아놓은 오언절구五言絶句 시집이다.

세상은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아니하는 것들이 어우러져 공空과 색色이 되어서 삼라만상으로 존재한다. 만물의 영장인 사람은 하늘을 대표하는 마음과 땅을 대신하는 몸이 있어 심신이 하나 됨으로 지상과 천상의 중심이라는 것이다.

육신이란 것은 속사람인 영혼의 집으로, 집이 낡아지면 허물어지듯 세월 지나면 반드시 사라지는 것이고 영혼은 영원한 것이다. 육신은 가만히 있어도 세월 따라 늙고 피폐해진다. 그러나 영혼은 세월이 없고 나이가 없으며 어제와 오늘을 맘대로 오간다.

육신은 자연에 속해 있고 영혼은 자신에 속해 있다. 그렇기 때문에 늙어가는 육신은 우리들 힘으로는 어쩔 수 없지만 영혼은 사람에 따라 다르고 빛남이 다르다. 육신은 세월 속에서 늙어 가지만 영혼은 어린 시절로 달려가기도 하고 천국의 문 앞까지 자유롭게 날아가기도 한다.

육신을 보살핌이 중요하지만 영혼은 맑게 함이 더 중요하다. 보는 것을 보이는 대로만 판단하면 고착상태에 빠지게 된다. 보이지 않는 변화의 세계를 잡아야한다. 그렇게 되기 위해서 늘 내 마음의 세계를 한 차원 이끌어 올려야 한다.

유와 무란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으로 인식할 수 있는 것과 인식할 수 없는 것이 있기 때문에 이해되기도 하고 이해가 안 되기도 한다는 것이다. 보이는 세계가 있는 것은 볼 수 없는 세계를 가늠하기 위한 척도가 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