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모두 내려놓고 비워라
민주당, 모두 내려놓고 비워라
  • 전주일보
  • 승인 2022.03.17 1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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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분히 이길 수 있는 선거에서 13만 표를 가져오지 못해 패퇴(敗退)한 민주당이다. 윤 후보에게 엉뚱한 대장동 몸통 프레임을 씌운 전략이 부메랑으로 되돌아와 표를 잃었다. 상대의 맹렬한 후반 공세에 즉각 대응하지 못하고 어물거리다가 무기력하게 무너졌다.

선거에 지고 이 후보의 절절한 사죄와 반성을 보며 짠한 심경에서 동정 어린 시선을 보낼 때, 야무지게 의견을 수렴하여 비대위를 구성하고 결연한 태도를 보였어야 했다. 그런데 급하게 비대위를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만 앞서고 당원들의 뜻은 전혀 헤아리지 못해 어설픈 비대위가 출범했다.

급조된 비대위는 나름 쇄신하겠다며 지방선거 공천 문제 등 기본 원칙을 세우려 했다가 반대에 부딪혔다. 비대위원장이 대선 패배와 관련, 책임지고 물러나야 할 사람이라는 반대 의사와 함께 현재 당이 직면한 지방선거 공천 문제에 대한 비대위의 개혁 흐름에 제동이 걸렸다.

민주당은 대선을 치르면서 외연을 넓히고 진보 세력의 공감대를 확장하겠다는 의미로 갈려 나간 사람들을 모두 당에 불러들였다. 그들을 다시 불러들이면서 지난 시절의 문제는 일체 문제 삼지 않기로 약속했으나, 비대위는 공천 기준에 이런저런 문제 등을 거론한 것으로 보인다.

호남과 일부 지역에서 민주당 공천이 지방선거 당락에 결정적 영향을 미칠 것을 예상하고 다시 옛집으로 돌아온 사람들은 청천벽력이 아닐 수 없다. 차라리 돌아오지 않았다면 타 정당이나 무소속으로 나설 수도 있었는데 잘못하면 아예 발이 묶여버릴 수도 있다.

반면 여태 민주당을 지킨 사람들은 한때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당을 떠났던 사람들과 같은 조건으로 경쟁하는 건 불공평하다는 생각이다. 이런 문제 외에도 계파와 세대 갈등까지 복합적인 문제가 이번 비대위 구성을 계기로 터져 나오는 듯하다.

대선에 승리했다면 정당과 정부 투자기관 등 많은 자리가 확보되어 지방선거의 경쟁도 훨씬 수월했을 터이지만, 모든 걸 잃어 지방선거에 사활을 걸어야 하는 사람들이 비대위 움직임에 맘이 편할 수 없는 건 당연하다.

이런 상황에서 당 지도부가 한꺼번에 물러나고 급조한 비대위는 당원들의 의견을 듣지 않은 조직이어서 힘이 없다. 저마다 내 앞에 큰 감을 놓겠다는 생각이니 갈수록 더 시끄러울 것을 뻔한 일이다.

민주당은 지금이라도 계파니, 계열이니 집단 이익은 모두 버리고 비워야 한다. 작은 것을 탐하다가 모두를 잃는다. 저마다 욕심을 버리고 경쟁이 있는 지역은 당이 공천에 개입하지 않고 국민 여론에 의해 후보를 결정하는 단일 원칙을 세워 잡음을 없애야 한다.

그다음에 선거 후에 국회에서 기초자치단체장 선거까지는 정당공천을 없애는 용단을 내려 지역발전을 주민 손에 돌려주어야 한다. 민주당이 살길은 모두 내려놓고 국민 손에 맡기는 길뿐이다. 오로지 성실한 머슴으로 거듭날 때, 국민은 다시 사랑을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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