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심은 조석변(朝夕變)이거늘….
인심은 조석변(朝夕變)이거늘….
  • 김규원
  • 승인 2022.03.13 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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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일 아침에
김 규 원/편집고문
김 규 원/편집고문

10년 주기 정권 교체라는 민심 순환이 깨졌다. 이재명 후보는 247,000표 만큼 자신이 부족했기 때문에 졌다고 말하면서 모든 잘못은 자신에게 있다고 눈물을 흘리며 후회와 사죄를 거듭했다.

오는 510일이면 현 정부의 검찰총장이던 윤석열이 20대 대통령에 취임한다. 지난 2019725일 문재인 대통령이 여야의 반대를 무릅쓰고 윤석열을 검찰총장에 임명하며 검찰개혁을 주문한 터무니없는 실수로 민주당은 5년 만에 정권을 내주고 야당으로 돌아간다.

문 대통령은 민주당이 정권을 이어받았다면 멋진 퇴임식과 함께 고향 사저로 돌아갈 수 있었을 터이지만, 뒷땅을 내준 그는 씁쓸하게 퇴장하게 될 듯하다.

이재명이 모든 책임은 자신에게 있다고 했지만, 실제 오늘의 결과는 모두 문 대통령의 외골수 고집이 불러온 재앙이다. 누군가 문재앙이라고 별명을 붙였던 일이 현실로 드러난 셈이다. 그는 이 험악한 세상의 배신과 기만 · 술수를 까마아득히 잊고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라는 말을 순수하게 믿어버린 그 일을 두고두고 후회할 것이다.

지난 2016년 촛불이 타오르던 시절, 살아남기 위해 당을 깨고 도망쳐서 새 당을 만들고 자신들이 세웠던 허수아비 대통령을 탄핵하는 데 주저하지 않았던 사람들. 그들이 다시 권력 맛을 보기 위해 지난날 우상이었던 박근혜를 기소하고 중형을 구형했던 현 정부의 검찰총장을 대통령 후보로 영입했다. 그리고 그 정당이 마침내 여당이 되어 권력 안으로 들어서려는 참이다.

한 시대가 가고 새로운 시대가 오는 건 세상이 변하고 발전하는 기본이다. 그런데 이번 대선을 통해 권력의 흐름이 바뀌고 다른 시대가 열리는 과정과 전망은 새로운 시대에 대한 기대나 희망이 별로 느껴지지 않는다. 권력을 인수하는 정당이 전혀 새롭지 않고 그 책임자가 선거 내내 국민 앞에 내놓은 약속과 다짐이 새롭지 않기 때문이다.

새롭고 앞으로 나아가겠다는 약속보다는 과거로 돌아가겠다거나 되돌리려는 의도가 곳곳에서 읽혔다. 검찰 권력 강화를 위해 인사와 예산권을 주고 법무부 장관의 수사 지휘를 없애겠다는 약속, 4대강 수문 개방을 다시 원상으로 되돌리겠다, 또는 여가부 폐지 등 걱정스러운 말들이 이어졌다. 이런 공약을 자신의 표가 더 많았다는 한 가지 기준으로 국민의 지지를 받았다고 한다면 오산이다.

문 정권에 대한 불만이 정권 교체 여망으로 이어져 표가 조금 더 나왔을 뿐, 윤 후보가 내놓은 공약을 100% 지지하는 건 아니었음을 알아야 할 것이다. 두 후보가 모두 오로지 표를 얻겠다는 일념으로 갖가지 공약을 남발하듯 내 던졌다. 그 공약을 다 이루려면 막대한 예산과 그에 따른 희생이 불가피할 것이다.

더불어 그 약속 가운데 상당수는 172석을 가진 민주당의 협조가 있어야 가능한 일이다. 대통령은 제왕이 아니다. 대통령은 국민의 큰 머슴이라는 가장 근본적인 생각을 앞에 두고 생각하지 않으면 큰 저항에 부딪힐 수 있다. 이 국민은 이미 촛불혁명을 통해 권력이 대통령의 손에 있지 않고 자신들이 권력의 주인임을 잘 알고 있다.

정권을 바꾸어야 한다는 생각이 조금 더 많았기에 그 여망에 따라 대통령에 당선된 윤석열 당선자는 선거 결과로 드러난 민심을 숫자 그대로 받아들이기 바란다. 단순히 승리에 도취하여 국민이 준 표를 오해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자신의 성격이나 습성대로 생각하지 말고 공약을 지키느라 무리를 강행하기보다 국민의 마음을 헤아리는 게 먼저일 것이다.

이번 선거를 통해 국민의 눈높이를 알았다면 그 높이에 합당한 대통령이 되어야 한다. 언제든 촛불은 다시 켜질 수 있다. 247,000247만으로, 2,470만으로 변할 수 있을지는 오로지 윤 당선자 본인의 역량과 생각에 달렸다. 아니라면 금세 247만으로 변할 수도 있다.

선거가 끝나 당선자가 나왔으니 당연히 축하하고 덕담을 해야 좋겠지만, 낙담하는 전북인들의 심사를 지켜본 필자로서는 걱정을 앞에 둘 수밖에 없다. “선거에서 무슨 말을 못하냐라던 사람이 있었다. 당선을 위해서는 무슨 말이건 해서 상대의 표를 갉아 내거나 내 표를 더 얻어 내서 당선하는 게 중요하다는 의미다.

그런 의미로 든 격정에 사로잡혀서이든 두 후보는 선거 마당에서 많은 약속을 했다. 패자의 말은 법에 저촉되는 일이 아니라면 그냥 흘러가지만, 승자의 말에는 책임이 따르게 마련이다. 쉽게 내뱉은 말도 이제는 지켜야 할 약속이 되었고 얼마 후에 취임식을 하고 나면 대통령의 약속이 되어 그 무게가 한없이 커진다.

만일 그러한 약속에 대해 아무런 조치도 해명도 없이 흘려보낸다면 국민은 대통령을 신뢰하지 않을 것이다. 그저 표를 얻기 위해 한 말이라는 표현은 국민을 기만하는 말이었음을 증명하는 말이 된다. 선거 과정에서 내놨던 말들은 모두 짚어서 해명할 일은 해명하고 약속을 지킬 일은 지키는 분명한 태도가 필요하다.

당선자가 당선 인사에서 말하던 늘 국민 편에 서겠다. 국민을 속이지 않는 정직한 정부, 국민 앞에 정직한 대통령이 되겠다.”라던 약속을 생각한다. 그 약속에 나오는 국민은 이 나라 5천만 모두여야 한다. 당선자에게 표를 준 1,6394,815명만 아니다. 온 국민이어야 한다. 기업가나 영세사업자도 가난한 기초수급자나 장애인도 모두 동등한 국민이어야 한다.

인심은 조석으로 변한다. 언제든 변할 수 있는 민심을 영원한 것으로 믿거나 자신 있어 하다가 정권을 내준 민주당 정부를 반면교사로 삼기 바란다. 흔들리는 민심을 차분하게 잡아 약속대로 국민만 보고 가는좋은 정부가 되기를 바라마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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