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우고 버리며 여유롭게 살자
비우고 버리며 여유롭게 살자
  • 김규원
  • 승인 2022.03.10 12: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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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광섭/수필가
문광섭/수필가

한 달 남짓 사이에 양력과 음력으로 두 번이나 새해를 맞았다. 나이도 두 살이나 더 먹은 듯하다. 갈수록 코로나 오미크론 변이가 극성을 부리는 바람에 밖에 나서기도 두렵고 겁이 난다. 그렇다고 조용히 집에서 TV를 즐겨보는 편도 아니다. 종일 책 보는 것도 익숙지 않아서 시간을 죽이느라 몸살을 한다. 하루 정도는 괜찮으나 이틀 사흘 동안 집에 박혀 있는 건 나로선 무척이나 힘 드는 일이다.

 

우리 고장서도 1일 확진자가 6,000명을 넘었다는 보도에 두려움과 불안이 엄습한다. 안락의자에 편하게 걸터앉아 커피를 마시면서 앞으로도 이어질 이런 나날에 대해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를 생각해보았다. 그러자 그동안 제일 힘들게 보냈던 시절이 어른거렸다. 16년 전, 심장 대수술을 마치고 회복기를 거치던 5년여 고통의 세월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사람이라는 게 참으로 간사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 당시, 병원 처방 약을 하루 서너 차례 한주먹씩 먹으면서 살아보겠다고 발버둥 쳤었다. 그 고통스럽던 시절을 까마득하게 잊어버리고 코로나 사태를 피해 집에 며칠 있는 걸 가지고서 안절부절못하는 내가 참으로 우습게 여겨졌다. 밖에 나가서 돈 버는 사람도 아니고, 고작 집에서 무료한 시간을 보내는 일이다. 사람이 이렇게 참을 성이 없어서 되겠느냐는 질책이 머리를 뒤흔든다. 더구나 팔순 나이에 특별히 할 일도 없으면서 말이다.

 

문득 작가 박완서 선생이 나이 듦을 탓하지 않으며 하셨다는 말이 생각났다.

다시 젊어지고 싶지 않다. 하고 싶지 않은 것을 안 할 수 있는 자유가 얼마나 좋은데 젊음과 바꾸겠는가! 한 겹 두 겹 책임을 벗고 가벼워지는 느낌을 음미하면서 살아가고 싶다. 소설을 쓰면 쓰겠지만, 안 써져도 그만이다.”라고.

치열하게 살아온 젊은 시절을 뒤로하고 점점 무기력해지는 노년의 삶을 여유로 치부하며 욕심을 내려놓는 현자의 일상이 엿보인다.

 

엊그제 읽었던 혼자서 누리는 자유와 여유, 행복이라는 글에서도 공감하지 않았던가! 불과 사흘쯤 지나고서 또 까마아득하게 잊어버리는 내가 처량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늙으면 다 내려놓고 마음도 비우라는데, 난 왜 아직도 붙잡고 있는 게 많은가? 욕념(欲念)에서 벗어나려면 명분도 일도 줄이는 방법뿐인데 말이다. 그동안 코로나 때문에 집회를 할 수 없어서 내려놓지 못하는 것도 있지만, 아직 미련을 버리지 못해 틀어쥐고 있는 것들을 놓아 보내야 할 때라는 생각도 든다.

 

한데, 내 맘대로 안되는 게 또한 세상 순리다. 좀 더 잘해보자는 취지와 봉사라는 의미를 앞세우면, 결국 일을 사서 하게 된 경우가 대부분이다. 내 성격 탓이지 싶다. 더구나 신앙인으로서 봉사활동에 자주 참여하는 게 버릇이 되었다. 어렵사리 다시 살아난 섭리에 감사드리는 영향도 크다. 하지만, 막상 내려놓으려 해도 모두가 손사래 치는 현실에선 비애감이 든다. 돈이 생기는 일이라면 그 반대지 싶어서다.

 

또한, 5년 넘도록 병치레하면서 살아나면 열심히 살겠다는 다짐도 무시하지 못한다. 잘 먹는 것과 마음대로 걸어 다니는 것이 부럽던 시절이 있었다. 그리고 사람들 과 어울리고 싶었던 인고의 세월을 경험하지 못한 사람은 이해가 되지 않을 터이다. 젊고 건강하던 때에는 먹고 자고 놀고 일하는 즐거움을 모르고 살았다. 하마터면 일찍 떠날 뻔했으나 하느님의 은총으로 살아났기에 지금 노년의 하루하루가 마냥 즐겁다.

 

아쉬운 일이 있다면 그렇게 좋아하던 모악산을 오르지 못하는 일이다. 숨이 차고 왼쪽 무릎을 다쳐서 마음으로만 오른다. 그래도 다행히 걷는 덴 무리가 없고, 술 한 잔도 할 수 있으니 얼마나 다행인가! 소망이 있다면 코로나 대재앙이 하루빨리 걷히고, 예전의 일상으로 빨리 돌아갔으면 싶다. 그동안 내려놓지 못한 짐들도 정리하리라. 이젠 진정 내 나이에 맞게 일하면서 박완서 선생이 말하던 노년의 여유로움으로 넉넉하게 남은 시간을 즐겨볼 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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