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다른 골목, 누구를 선택할까?
막다른 골목, 누구를 선택할까?
  • 신영배
  • 승인 2022.02.23 1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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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영배 대표기자
신영배 대표기자

우수(雨水)를 넘어선 2월 하순인데도 날씨가 매섭다. 꽃샘바람이 아니라 살을 에는 바람이 저절로 옷깃을 여미게 한다. 이 시기에 영하 7라니 하늘이 뭔가 단단히 배알이 틀려 심술을 부리는 게 아닌가 싶다.

하긴 요즘 우리 선거판을 보면 정말 하늘이 심통을 낼만도 하다. 나라의 최고 권력자를 뽑는 대통령 선거인데, 나선 후보들이 하는 짓을 보면 초등학교 반장 선거보다도 못하다.

어떤 후보는 어퍼컷을 날리는가 하면 발차기와 야구방망이도 등장한다. 더욱 가관인것은 묵어 터진 색깔론까지 나오고 있다. 누구를 가릴 것 없이 표가 될만하다고 생각하면 못하는 짓이 없는 것 같다.

후보자들은 부끄러움 따위는 오래전에 집어 던졌는지 날이 갈수록 뻔뻔해진다. 그들을 바라보는 국민의 얼굴만 화끈거리는 이상한 풍경이다. 후보들은 서로 할퀴고 물어뜯어 낭자하게 흘린 피에 흡사 좀비로 변한 모습으로 전국을 누빈다.

이런 끔찍한 분위기에도 불구하고 유권자는 누군가 한 사람을 선택해야 한다. 잘난 법(法)이 시한을 정해놓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는 모든 후보가 맘에 들지 않아도 한 사람을 골라야 하는 상황이다. 즉 최선이 아니면 차선이라는 이야기다.

말 그대로 이전투구(泥田鬪狗)가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상당수 유권자들은 나름 지지하는 후보를 이미 마음속에 정한 것 같다. 어떤 이들은 자기가 지지하는 후보에 맹목적인 충성심으로 타인을 설득해 동참하기를 유도하기도 한다

그런데 그들의 후보 선택 이유를 들어보면 막싸움에 빠져든 후보보다 더 한심하다. 후보자의 정책이나 지지하는 후보가 당선된 후에 나라가 어떻게 변할까는 생각조차 하지 않는다. 그저 정권교체를 위해 특정후보를 선택한다는 따위다. 또는 후보의 정당이 싫어서 상대방 후보를 선택한다고 한다

참으로 한심한 주권의식(主權意識)이다. 주인이 머슴을 고르는데 단순히 얼굴이 잘나 보이거나, 거짓말을 능숙하게 잘하거나, 꾀바른 사람을 선택한다면 그해 농사는 이미 망친 셈이다. 머슴을 고를 때 가장 중요하게 보아야 할 점은 농사일과 잡일을 잘하는지 여부를 따져봐야 한다. 머슴은 농가에 고용돼 그 집의 농사일과 잡일을 해주고 대가를 받는 사내이기 때문이다.

국민의 우두머리를 찾아 모시기 위해 대통령 선거를 하지 않는다. 물론 왕()을 찾아 모시는 일은 더욱 아니다. 아직도 나이 많은 사람들 가운데 대통령 선거가 임금을 찾아 모시는 일이라고 생각하는 이들이 있다. 그야말로 시대착오적인 생각이다

#최선(最善)이 아니면 차선(次善)을 찾아

누군가는 이번 대선을 차악(次惡)을 고르는 선거라고 했다. 물망에 오른 두 후보 가운데 한 명을 선택해야 하는데 둘 다 맘에 안 드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현실은 맘에 안 들어도 선택해야 하므로 그중 덜 나쁜 인물을 고르는 선거다.

역대 선거 가운데 가장 어렵고 투표하기 싫은 선거라고 해도 우리는 두 후보 가운데 한 명을 선택해 나라의 일을 맡겨야 한다. 국민이 이번 대선을 거부할 수 있다면 새로운 후보를 찾을 수 있을 터이지만, 그럴 수 없으니 조금이라도 나은 인물을 골라야 한다.

여론조사 또한 널뛰듯 들쑥날쑥 오차범위를 넘나든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럭비공처럼 결과를 알 수 없다. 누가 돼도 좋은 선거라면 그냥 지켜보며 내가 좋아하는 후보에게 표를 주고 기다리면 좋으련만 그렇지 못하니 걱정이다. 자칫 최악을 골라서 스스로 나락(奈落)에 떨어질 수 있다는 위기감에 소름이 돋기도 한다. 

국민이 걱정하는 가장 큰 문제는 지난 군사독재 정권처럼 이념대결 양상으로 치달아 남북이 대치 상황이 전개되는 것이다. 북한보다 앞선 군사력을 내세워 '선제공격' 운운하며 국내는 물론 국제사회에 불안감을 야기하는 공약은 즉각 철회돼야 한다.  

만약 그 후보가 대통령이 되어 자칫 전쟁이라도 하겠다고 큰소리치고 나선다면 큰일이기 때문이다. 우리 경제는 외부 자본이 많이 들어와 있는 구조다. 전쟁 리스크가 발생하면 외국 자본이 썰물처럼 빠져나가고 외국 인력도 다 돌아가게 되면 나라 경제는 금세 파탄에 이를 것이다.

한 나라의 대통령은 차분하고 이해타산에 밝아 때로는 현명하게, 때로는 교활하게, 순발력과 포용력을 교차하며 실용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대통령은 하고 싶은 말이 있어도 국익을 위해서 삼사일언(三思一言)을 해야 하는 그야말로 인고(忍苦)의 직책이다.  

전쟁은 아이들이 하는 컴퓨터 게임이 아니다. 그냥 쳐부수면 그만이라는 단세포적 사고방식으로 나라를 이끌 수는 없다. 국민을 불안하게 하여 그 불안을 빌미로 권력을 취하던 과거 군사독재의 수법이 부활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일본 강점기에 만들어진 우리의 사법제도, 특히 검찰은 조선인을 감시하고 억누르는 게 목적이었다. 대한민국은 그러한 검찰조직을 여과없이 그대로 이어왔다. 군사독재 시절에 그들의 손에 터무니없이 간첩으로 몰려 죽거나 고문에 희생된 사람이 얼마던가그들은 정권의 개(犬)가 돼, 정권의 입맛에 맞는 수사와 기소를 서슴지 않았다. 

유전무죄 무전유죄라는 말이 공공연한 현실이 되어 오늘에도 횡행(橫行)한다. 그들이 죄를 씌우기로 결심(?)하면 평범한 국민들은 굴레에서 벗어날 수 없다. 현 정부가 그런 검찰을 개혁하겠다고 어설프게 나섰다가 외려 강한 반발로 되돌아와 그 수장이 유력한 대통령 후보로 등장했다.

그 후보는 검찰에 인사권 예산권을 주고 법무부장관의 지휘를 받지 않게 하겠다는 공약을 거리낌 없이 내놓았다. 만약 그가 대통령에 당선해 공약을 이행한다면 검찰은 누구도 견제할 수 없는 무소불위의 권력을 보유하게 된다.  

적어도 이념을 빗대서 북한을 자극해 긴장 상태를 만들어 나라 경제를 망치는 일은 없어야 한다. 또 무소불위의 검찰 권력으로 국민을 옥죄는 정치도 재연해서는 안 된다. 이제 국민의 최종 판단만 남았다.

지금 우리는 백척간두(百尺竿頭)의 지경에서 스스로 운명을 결정하는 엄숙한 시간을 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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