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추反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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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주일보
  • 승인 2022.02.20 1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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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수 시인
정성수 시인

돌아보는 것은 모두가 옛날이다
추억도 돌아보면 저려오는데
하굣길 골목 포장마차에서
다이어트를 걱정하며
붕어빵을 우물거리는 계집아이들을 보니
불현듯 추억의 비린내가 난다

국화빵이 희망이었던 시절
이리역 앞
저녁 통학차를 기다리던 허기도
따뜻하게 그리워지는데
설탕접시에 혀를 박고 핥아대던
마지막 국화빵 하나 
국화꽃 향기로 흩어진다

사는 일에 생채기가 난 
쓸쓸한 저녁

 

남루도 쓰다듬으면 쓰다듬을수록
따뜻한 그리움이 된다

‘므두셀라 증후군Methuselah Syndrome’이라는 말이 있다. 므두셀라는 창세기에 나오는 인물로 969세까지 산 것으로 기록된 사람이다. 므두셀라 증후군은 나이가 들수록 좋았던 일만 기억하며 과거로 돌아가고 싶어 하는 도피심리로, 장수의 대명사인 므두셀라의 이름을 딴 것이다.

한마디로 말하면 나쁜 기억은 지우고 좋은 기억만 남기려는 심리 현상이다. 일종의 기억 왜곡 현상으로 과거를 아름답게 포장해 추억한다. 좋은 일과 나쁜 일 중 나쁜 일은 잊어버리고 좋은 일만 기억하는 것이다.

말하자면 유년시절이나 첫사랑에 대해 아름다운 기억만 떠올리는 현상이 바로 ‘므두셀라 증후군’에 해당한다. 이에 반한 ‘희생자 증후군Martyr Syndrome’은 과거의 나쁜 기억만 떠올리며 부정적으로만 생각하는 심리를 말한다.

예를 들면 나는 왜 이런 부모 밑에서 태어나 가난하게 살고 고생만 하는지? 또는 항상 피해의식에 갇혀서 슬픈 생각만 하고 자기연민에 빠지는 것 등이다. 양면성을 가진 사람을 대할 때도 마찬가지다. 말을 잘하는데 매너가 떨어지고 너무 설치기 때문에 눈에 거슬려 건방지게 보일 때 나쁜 면만 강조하여 낙인을 찍는 것이다.

일방적으로 나쁘게 보는 것보다 좋은 면을 보게 되면 좋게 보인다.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은 좋게 보면 그 사람의 나쁜 면도 좋게 보이고, 나쁘게 보면 그 사람의 좋은 면까지도 나쁘게 보인다는 말이다. 추억을 회상하며 욕심 부릴 것 없이 여유 있게 노후를 보낼 것인가? 지금까지 불행하게 살아서 억울하다며 한숨을 쉬며 노후를 보낼 것인가?  결정은 자신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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