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란한 빈 수레를 기억하자
요란한 빈 수레를 기억하자
  • 전주일보
  • 승인 2022.02.07 1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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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대통령 선거일이 딱 한 달 앞에 닥쳤다. 사전투표일이 4일이니 4주쯤 남은 셈이다. 대통령 선거에 나선 사람들이 자신의 모든 것을 드러내서 국민의 선택을 받겠다는 게 아니라, 겉보기에 그럴싸한 모습만 보여주며 표를 달라고 쇼하는 광경이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내가 여론조사에서 제법 높은 지지를 받았던 사람이니 알아서 받들어 모시라는 의미인지 모르지만, 신비주의도 아니고 이해할 수 없는 행보가 이어져 불쾌하다. 선거에 나서는 사람은 국민에게 자신의 진면목을 가감 없이 보여주어 믿음을 주고 그 믿음에 근거한 표를 얻는 게 원칙이다.

토론에 자신이 없거나 부족한 소양과 낮은 이해력을 노출하기 싫다면 선거에 나서지 말았어야 한다. 국민은 후보자의 능력을 여러 방면으로 가늠해보고 나라를 맡길 만하다고 판단할 때 표를 준다. 썩어버린 건물에 하얀 페인트를 칠해서 새 건물이 되지 않는다. 바탕이 못난 얼굴에 화장품을 아무리 처발라도 미인이 될 수 없는 일과 같다.

대선 정국이 제멋대로 뒤틀려 돌아가는 가운데 이어서 진행될 6월 지방선거 입지자들의 행보가 자꾸만 눈과 귀를 어지럽힌다. 여기저기 언론에 이름이 나오는 자천 타천 단체장 후보와 지방의회 의원 후보자마다 민주당 대통령 선거 후보와 연관된 직함이 그야말로 우후죽순처럼 솟아나고 있다.

대통령 선거 대책본부의 요직을 차지하였으면 이제 한 달도 채 남지 않은 선거를 위해 눈코 뜰 사이 없이 바쁠 터이다. 그런데 길고 긴 직함을 차지한 이들이 자신의 직함에 어울리는 일이 아닌 자신의 지방선거를 위한 활동에만 정신을 팔고 있다.

3개월 앞으로 다가온 지방선거 경선에서 승리하려면 여론 지지층 확보가 절실할 터이지만, 지금은 자신이 대선에서 맡은 역할에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명함을 돌리는 일보다는 맡은 역할에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 유권자들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별로 하는 일도 없으면서 거창한 직분이라도 가진 듯 으스대는 꼴처럼 보기 싫은 일은 없다. 더구나 민주당은 지난번 대통합 과정에서 당을 떠났던 많은 사람이 돌아와 어느 때보다 경합이 치열할 것이다. 명함을 돌리는 정도로는 이름조차 기억하지 못할 만큼 선거에 나설 사람들이 차고 넘친다.

이미 현역 단체장과 지방의원들이 열심히 표밭을 갈아온 마당에서 그들을 상대로 선거를 치르기란 하늘의 별 따기다. 아울러 여야 모두 청년층에 상당한 인센티브를 약속한 상황이어서 기성 정치인들의 입지는 더욱 좁아졌다고 보아야 한다.

선거에 나설 사람들은 진정성 있게 자신을 보여주며 믿음을 얻어야 승리할 수 있다. 아울러 유권자들은 그들의 허풍을 기억하고 참된 인물을 찾아두고 그의 행보를 눈여겨보는 준비가 필요하다. 빈 수레는 소리만 요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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