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고육지책, 쇄신으로 이어져야
민주당 고육지책, 쇄신으로 이어져야
  • 신영배
  • 승인 2022.01.26 1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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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영배 대표사원
신영배 대표사원

민주당 송영길 대표가 지난 25일 쇄신을 위한 고육지책을 내놓았다. 이날 송 대표는 당사에서 긴급기자회견을 자청해 이번 대선과 함께 치러지는 국회의원 재보궐 선거에 자당의 후보를 내지 않겠다고 했다.

아울러 자신 또한 다음 총선에도 출마하지 않고 백의종군할 것을 약속했다. 이와 함께 그는 이른바 586세대 용퇴론에 호응하며 청년세대의 정치 참여를 늘려 시대의 요구에 부응하겠다는 메시지도 내놨다.

더불어 국회의원 3선 초과 금지 조항 금지제도를 입법하고 국민의힘 또한 동참할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그동안 미뤄왔던 국회 윤리심사자문위원회에서 제명 건의를 의결한 윤미향, 이상득, 박덕흠 의원 등의 제명 절차도 서둘러 처리하겠다고 약속했다.

한마디로 그동안 미적거리며 처리하지 못했던 각종 사안들을 한꺼번에 정리하고 동시에 유리한 여론을 형성하겠다는 생각으로 이재명 후보의 지지율이 35% 언저리에 머물러 움직이지 않고 있는데 대한 고육지책(苦肉之策)으로 풀이되고 있다.

설 연휴를 앞두고 여론의 상승 기미가 보이지 않으면 민심이 그대로 굳어져 한 달 남짓 남은 기간에 반등의 기회를 잡을 수 없다는 절박한 심경에서 작은 단초(端初)라도 마련하겠다는 의지로 보인다그럼에도 송 대표의 이번 발표는 국민의힘에서 긴장할 만큼 상당한 반향을 불러왔고 민주당 내부에서 긍정적인 반응과 호응이 이어졌다.

그에 따라 향후 강풍의 효과로 나타날 수 있는 희망을 심었다고 분석할 수 있다사실 송 대표가 내놓은 이러한 대책은 그동안 민주당이 자만에 빠져 제멋대로 흥청거린 잘못에 비하면 그야말로 조족지혈(鳥足之血)이다

민주당은 지난 총선에서 압도적인 지지를 받아 거대 여당으로 만들어 준, 국민의 심중을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누구의 방해도 받지 않고 맘껏 개혁하고 촛불 시민이 바라던 정치를 해보라고 자리를 펴주었을 때 민주당은 국민의 사랑이 영원하다고 착각하고 제멋대로 날뛰었다.

주어진 입법권을 자신들의 내일을 위하는 일에 허비했고 자기들의 생각이 국민의 뜻인 듯 착각했다국민이 원하는 개혁은 방향을 바꾸어 자신들의 몸보신 쪽으로 흘렀다. 위기를 느낀 야당이 사즉생(死卽生)의 각오로 덤비는데도 아랑곳하지 않았다.

거기다 검찰개혁이라는 난제(難題)한풀이정도로 손쉽게 생각했다. ‘조국이라는 외부인(?)을 동원하는 바람에 검찰과 야당이 한통속으로 연결될 수 있는 단초를 제공하기도 했다민주당과 문재인 정부는 국민의 사랑을 믿고 설치다가 아무 일도 하지 못하고 허송세월하며 점점 병()이 깊어져 쇠약해졌다. 기력이 탈진할 즈음에야 일이 잘못되고 있음을 알았다. 하지만 아직도 꿈에서 헤어나지 못한 육신으로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대선 마당이 열려 후보를 내는 경선 과정에서도 내부 갈등을 빚어 국민의 마음을 얻지 못했다. 그리고 문재인 정권 출신인 검찰총장, 감사원장, 경제부총리 등이 민주당 정권을 엎어버리겠다고 대선에 뛰어드는 진풍경을 만들어냈다

선거에서도 조··동이 주도하는 여론몰이에 전혀 대응하지 못하고 초라해진 민주당은 처음부터 선거판을 장악하지 못해 질질 끌려다녔다. 판을 엎을 수 있는 호재(好材)들을 살리지 못하고 불씨만 지피다가 반전의 기회를 날렸다

그렇게 무능함의 극치를 보이던 민주당이 이번 송 대표가 내민 자성(自省)의 카드가 제대로 당의 지지를 받는다 해도 그 효과는 미미할 수밖에 없다. 그동안 쌓인 불신이 너무 깊어 그 정도로는 용서받을 수 없다는 게 중론이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할까? 진정 용서받고 싶다면 모든 것을 내려놓고 초심으로 돌아가 다시 시작해야 한다. 민주당이나 국민의힘이나 이 나라의 가장 큰 병폐는 입법권을 악용하고 있는 국회의원들이 만들어 낸 것이다.

국회의원에게 몰려 있는 각종 특권 따위는 애교 수준이다. 자신들의 선거구를 효과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만든 기초자치단체장 및 기초의회 의원 후보 공천제도를 즉각 철회해야 한다기초단체장과 의원을 통해 지역구를 촘촘히 관리하면서 장악하는 국회의원은 자연스럽게 단위 지역의 지구당 위원장이 된다. 기초의회 의장단 구성에서부터 국회의원의 입김이 작용한다.

그러다가 국회의원의 마음에 맞지 않는 결과가 나오면 당에서 제명하거나 의원 스스로 탈당하는 일이 부지기수였다국회의원이 지역의 독재자로 군림하면서 말을 잘 듣는 자들이 점점 상위 정치판으로 올라가는 현상이 빚어져 비위 잘 맞추는 자들이 득세하고 출세하는 풍조가 만들어졌다. 그러다 보니 지역 정가에는 신인이 없고 늘 그 밥에 그 나물이다

차제에 민주당이 환골탈태(換骨奪胎)하겠다면 당장 지역 정치에서 손을 떼는 용단이 필요하다. 국회의원을 위한 지역정치가 아니라, 진정한 지역발전을 위해 젊고 새 시대를 아는 사람들이 지역을 스스로 이끌어가도록 돕고 밀어주는 지방정치 무대를 만들어야 한다

기초자치단체와 의회에서 지역의 일꾼이 일하는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 공천제도를 철폐하고 정당 간섭을 아예 배제하도록 법을 고쳐야 한다. 지방의원을 직업 삼아 몇 번이고 당선하게 하는 일도 막아야 한다. 고인 물은 썩게 마련이다

국회의원 4선을 막는 법을 구상하듯이 지방의원도 4선 이상은 막아야 한다. 56선을 거치면서 의회를 떡 주무르듯 하는 능구렁이 지방의원들이 지방의회를 병들게 하고 단체장을 손아귀에 넣어 흔들기도 한다.

대통합으로 인물 포화상태에 이른 민주당이 갈등을 막고 지역정당의 한계를 벗는 길은 기초자치단체에 대한 공천제도를 완전히 없애는 개혁이다. 민주당의 변화가 진정성 있게 드러난다면 국민은 결코 그들의 속죄(贖罪)를 외면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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