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 무렵의 사색
저녁 무렵의 사색
  • 전주일보
  • 승인 2022.01.10 1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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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수 시인
정성수 시인

별 볼일 없는 하루가 지나갔다

태양이 뜨고 노을이 지듯이 가슴 터지는 행복도 / 벌렁거리는 심장도 / 무너지는 절망도 / 아침에 왔다가 저녁이면 간다

어쩌면 내일은 이 세상에 내가 없을지도 모른다는 불안도 잠들면 그만이다

눈을 뜨고 있는 동안 산목숨이고 태양이 지면 죽은 목숨이다 / 막막한 생각을 뒤집어쓰고 고요히 자신을 들여다봐도 분명한 사실은 모든 것은 영원하지 않다는 것이다

불평하지 마라
꽃은 박수가 없어도 피고 강물은 노래가 없어도 흘러간다

 

# 곱게 물든 황혼에는 서글픔이 배있다. 너무 멀리 와 버린 것 같은 생에 대한 허전함과 허무함이 가득하다. 그래서일까? 저녁 길에서 보고 느끼는 감정은 외로움과 쓸쓸함이 덕지덕지 묻어날 뿐 아니라 내일이라는 미래를 생각하게 하는 아련함을 남긴다.

하루를 불태운 해넘이는 아름다우면서도 서운하다. 밤이 온다는 사실을 느끼는 사람의 감성은 제 각각 다르지만 인간들은 캄캄하고 어두운 밤을 싫어한다. 어둠은 모든 활동이 중지된 시간으로 인식하기 때문이다.

백세 시대에 노인들의 고독과 외로움의 극복은 중요한 문제다. 황혼 앞에 서면 친구들도 하나둘 떠나고 새로운 친구를 만들기에도 여의치 않다. 시간이 없다는 생각이 자꾸 늘어 가면 홀로서는 연습과 죽음에 대한 준비해야 한다는 두려움과 절망감에 힘들어진다.

거기다가 나이가 들면서 신체적으로 여러 면에서 퇴화되어 가는 현상을 겪는다. 아침이 지나면 반드시 밤이 기다리고, 오르막이 있으면 내리막이 있지만 인간적 소멸은 인정하지 않으려 든다.

해질 무렵 서쪽하늘이라는 화폭에 아름다운 그림을 그려내는 자연 화가를 보면서 우리도 인생이라는 화폭에 자신의 삶을 그려야 한다. 자신만의 구도와 색상으로 가치성이 있는 그림을 그리기 위해서는 인생의 승리자는 돈도 명예도 아니다.

얼마나 인간답게 살았는가에 달려있다. 인생의 마지막장인 황혼을 얼마나 말끔하게 장식했느냐에 달려있다. 황혼이 아름다운 것은 오뉴월 진록색 나뭇잎보다 아름답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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