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장 드라마
막장 드라마
  • 신영배
  • 승인 2022.01.05 1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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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영배 대표사원
신영배 대표사원

요즘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와 국민의힘 선대위의 블랙코메디를 관전하는 재미가 제법 쏠쏠하다. 벌써 몇 번째 앙앙불락 권력다툼인지 세어 보기도 헷갈리는 선대위 내홍(內訌)이다.

이미 대통령이 된 듯 무게를 잡으며 보좌진을 몰고 다니던 윤 후보가 지난 연말께부터 이재명 후보에게 앞자리를 내주고 점점 격차가 벌어지고 있다. 당연히 후보와 선대위에 비상이 걸렸다.

11 망언이라는 우스갯소리가 나올 만큼 곳곳에서 터무니없이 낮은 수준의 정치적 역량과 부인 김건희의 거짓 경력, 장모의 과욕 등 윤 후보의 가족문제가 발목을 잡아서인지 최근 들어 그의 지지율이 급락하고 있다.

이렇게 되자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이 윤 후보와 상의도 없이 선대위 개편안을 만들어 후보에게 결정을 요구했다. 그러면서 후보도 태도를 바꿔서 우리가 해 준 대로 연기만 좀 해달라고 부탁했다.”고 설명했다.

김 위원장은 "1월 내내 지지율이 내려갈 것이다. 그러나 설 즈음부터 다시 반등해 승리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보였다. 그는 마치 비장의 카드라도 숨기고 있는 듯 상당히 여유로웠다그러다가 갑자기 선대위를 윤 후보와 상의없이 임의로 개편하는 초강수를 두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윤핵관' 측에서 '후보자 패싱이니 쿠데타등의 비난과 함께 김 위원장과 이준석 당 대표를 무차별 공격했다. 윤 후보 또한 김 위원장과 이준석 당 대표와의 관계 등을 머릿속에 그리며 장고에 들어갔다.

연기(演技)만 해주면 당선?

김 위원장이 윤 후보에게 연기만 해달라라고 주문한 것과 관련, 수많은 국민이 경악했다. 대통령 후보가 국민 앞에서 그럴듯하게 연기를 해야 한다는 주문은 후보의 본심을 감추고 선대위가 시키는 각본대로 말하고 행동하라는 뜻이다.

달리 설명하면 국민이 깜빡 속아서 표를 주면 당선된 후 본심대로 할 수 있다는 의미다. 참으로 민망하고 건방지고 무식한 발언이 아닐 수 없다. 지난 시절  김종인 위원장이 박근혜와 문재인 캠프를 지휘하며 대통령 당선에 얼마나 자신의 능력을 보탰는지 알 수 없지만, 이번 발언은 결코 입에 담아서도, 용서도 안되는 말이었다.

더욱 가관인 것은 김 위원장이 이미 그러한 말을 여러 차례 윤 후보에게 했던 모양이다. 5일 일부 언론의 기사에 따르면 윤 후보가 여러 번 들었던 말이어서 그 말에 화가 난 건 아니라고 했다. 그동안 윤 후보의 제스처나 발언 등 겉으로 나타난 모든 행동들이 모두 선대위의 각본에 의한 것이었다고 해석해도 무방할 것 같다. 

국민은 연극을 보고 있었고 자주 나오는 실언은 대사를 까먹고 잘못 나온 말인지도 모른다. 참으로 허망한 일이다. 김종인 위원장은 4일 밤 선대위원장직에서 사퇴했다. 그는 "윤핵관 등이 쿠데타 운운한 일에 불쾌하다. 여러 차례 실망했다"는 말과 함께 선대위에 돌아가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못을 박았다.

윤석열 후보는 5일 오전 11시 국민의힘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선대위를 해체하고 새로운 실무형 선대위를 구성한다고 발표했다. 그 자리에서 김종인 위원장과의 결별을 공식 확인했다.

기자회견장에서 윤 후보는 연기만 해달라는 김 전 위원장의 말에 대해 묻는 기자에게 "그 말 자체가 나쁜 의미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그 대답의 뜻이 연기라도 해서 당선되어야 한다는 말인지, 선거 전략을 말하는 것인지...

◇배우고 깨닫는 과정에 있다?

그는 또 기자회견에서 그동안 말실수와 부적절한 발언 등에 관해 묻자 1야당 후보로 선출돼 선거에 임하면서 많이 배우고 깨닫는 과정에 있다.”라고 했다. 대통령 후보가 선거운동을 하며 배우고 깨달아 직을 수행할 수 있을까?

그는 선대위를 소규모의 능률적인 형태로 개편하면서 그동안의 실수와 잘못을 모두 씻어내고 새로운 출발을 하겠다고 말했다. 모든 잘못은 후보자에게 있다고 자책하기도 했다. 그러나 대통령 후보라는 자리는 학교에서 아이들이 반성문 쓰고 용서를 비는 일처럼 그리 간단하지 않다.

오는 34일은 대통령을 뽑는 사전투표일이다. 앞으로 두 달도 남지 않았다. 그 사이에 세상사를 배우고 깨달아서 대통령직을 수행하겠다는 뱃심과 그동안의 잘못과 실수, 가족문제까지 모두 덮어주고 표를 달라는 그의 염치없는 희망사항이 어떤 결과로 나타날지는 두고 볼 일이다.

작금의 현실은 미국과 중국, 러시아, 일본 등 열강의 틈바구니에서 북한의 핵 위협까지 대한민국을 위협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코로나19를 비롯해 폭증한 국민의 정치적 요구, 첨예하게 양극화 된 경제문제, 선거 후 두 진영의 갈등 봉합 등 숱한 난제가 산적해 있다.

그럭저럭 얼버무려서 해결할 일은 하나도 없다. 어떤 일은 재빠르게 처리해야 하고 어떤 일은 슬기롭게 대처해 상처없이 봉합하거나 위기를 모면해야 한다. 더욱이 윤 후보가 당선될 경우 180여석의 거대 국회권력과 맞서야 하는 처지에 놓인다.

여야 가릴것 없이 역대 어느 대통령보다 어려운 시기를 건너게 될 20대 대통령이다. 이런 위기에 여론조사 수치만을 믿고 일단 권력을 쥐고 보자는 생각에서 출마를 한 후보나 능력도 생각하지 않고 후보를 당과 당원의 책임도 있을 것이다.

대통령 혼자서 모든 일을 처리하는 것은 아니지만, 결국 최종 결정은 대통령 몫이며 그 결과 또한 오롯이 대통령의 책임이다. 따라서 우리에게는 대한민국호를 안전하게 오는 2027년까지 운항할 수 있는 능력있는 선장을 선출해야 책무가 있다. 

후보마다 장단점이 있을 것이다. 완전한 대통령을 선출하자는 것은 어찌보면 모두의 희망사항이다. "최선이 아니면 차선"을 택하자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는 대목이다. 냉정하게 대선판을 지켜본 후 표를 결정했으면 하는 바램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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