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자성어(四字成語)로 멋 내는 행정
사자성어(四字成語)로 멋 내는 행정
  • 전주일보
  • 승인 2022.01.04 1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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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가 시작되면서 도지사를 비롯한 도내 단체장과 일부 의회 의장 등이 그럴싸한 올해의 사자성어를 내 걸었다. 송 지사는 견인불발(堅忍不拔)’- 아무리 어려운 상황을 맞아도 참고 견디어 마음이 흔들리지 않음-을 새해의 사자성어로 삼았다.

그리고 그를 따라 각 시장 군수들이 산류천석(山溜穿石), 호시우행(虎視牛行), 신사독행(愼思篤行) 등등 그럴싸한 사자성어를 내걸었다. 일부 단체장을 제외하고는 거의 모든 시장 군수들이 멋으로 생각하는지, 안 내놓으면 무식하달까 염려해서인지 사자성어를 내놓았다.

이런 문자가 새해 벽두마다 나오고 어떤 시군에는 멋진 필체로 써서 표구까지 해서 걸어둔 곳도 있었다. 단체장이나 의회 의장, 일부 협동조합장까지 사자성어를 내걸고 멋진 새해를 맞았지만, 그들이 내건 사자성어대로 행정을 수행하고 맡은 소임을 다했는지는 의문이다.

그런 사자성어가 유행하기 시작한 건 제법 역사가 있다. 독재 시절에 대학교수들이 정권을 정면으로 비판할 수 없으니 사자성어를 통해 비꼬기 시작한 데서 비롯한 것으로 보인다. 그렇게 시작된 교수들의 사자성어가 멋스럽게 보였던지, 비꼬는 대상이던 권력자가 따라 하기 시작하고 점차 지역 단체장들에게 전염되어 새해가 시작될 때 온갖 좋은 문구들이 쏟아졌다. 물론 그 문구들은 새해의 멋(?)을 내는 데 쓰였을 뿐이다.

아무리 보아도 그 멋진 문구와는 동떨어진 행정을 일삼으면서 그럴싸하게 시작만 하는 이런 낭비는 그만두어야 한다. 그렇게 멋진 문구가 아니어도 정말 해당 자치단체 공무원들이 반드시 지킬 수 있는 약속을 시민들에게 내걸고 최대한 노력하는 태도라도 보이는 게 실속있는 짓이다.

묵은 문자 찾을 시간에 부족한 IT지식을 찾아 익히고 새로운 과학과 경제 지식을 하나라도 더 배우는 게 좋은 단체장이 되는 방법일 것이다.

중국의 고사에서 나온 사자성어다. 우리의 지명이 중국의 지명을 가져다 쓴 것이 대부분이듯 우리는 주자학의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중국의 속내에는 한국이 그들의 속방이었음을 잊지 않고 있다.

아직도 주자학의 폐해를 자랑으로 여기며 사대모화(事大慕華)에 절어있는 정신으로 새로운 시대를 이끌겠다는 답답한 사람들이 지도자인 듯 나선다. 온고지신(溫故知新)을 내세우며 묵은 시대로 되돌아가려는 듯 집착하는 단체장이 이 급변하는 시대를 이끌 수는 없다. 앞만 보고 달려도 따라가기 힘든 시대다.

교수들이 위정자를 비꼬던 뜻을 안다면 다시는 사자성어 놀음(?)에 휩싸이지 않아야 한다. 거기에 내거는 사업명은 영어와 우리말 합성어로 가득하다. 도대체 농촌에서 시행하는 사업에 영어 이름을 붙이면 어쩌자는 것인가? 그러고서 내 거는 지침은 중국문화의 찌꺼기인 사자성어라니, 답답한 건 시민이다. 정신들 차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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