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고 살만한 전주를 기대한다
먹고 살만한 전주를 기대한다
  • 전주일보
  • 승인 2021.12.21 1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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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재 욱 / 도시삼농연구원장
김재욱 / 도시삼농연구원장

식이위천(食以爲天)이라 했다. 먹는 것을 하늘로 삼는다는 뜻이다. 달리 말하면 먹는 것이 가장 중요한 것이라는 말이다.

먹는 것은 인류 역사 이래 인간 삶의 모든 것을 좌우했다. 국가의 흥성도, 개인의 영화도, 문화도 넉넉한 먹거리가 좌우했다. 인류를 파멸로 이끈 숱한 전쟁도 결국은 먹거리를 쟁취하기 위한 싸움이었다.

먹을 것이 넘쳐나고, 세계 인구의 1/4 이상이 비만과의 전쟁을 벌이고 있는 지경에 웬 먹거리 타령이냐고 반문할지도 모른다.

내년 6월에 치러질 전주시장 선거를 앞두고 출마 의지를 밝힌 후보자들이 앞다투어 ‘경제’를 화두로 삼기에 가진 생각이다.

다행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전주는 한때 문화가 흥성한 곳이었다. 전국 어디에도 비견할 수 없는 음식은 지금도 전주시민의 높은 자긍심이다.

어디 그뿐이랴. 막걸리 맛이 빼어나다고 하지만 양반가에서 빚어 마시던 이강주를 비롯해 맛이 좋고 고급스러운 술이 넘쳤고, 그 흥취와 음악 또한 이름 높았다.

한옥마을 여행객들이 한복을 빌려 입고 ‘인생샷’을 남기는 줄만 알던 한복은 전주의 자랑이었다. 질 좋은 한지는 기록문화의 중심도시로 기능하게 했으며, 묵객과 문필가가 대를 이었다.

이 모든 것은 너른 호남평야에서 키우고 거둔 풍부한 물산 덕분이다. 조선 조세의 1/3을 차지하는 경제력이 뒷받침된 탓이다.

먹고살 만한 경제력이 뒷받침되지 않는 한 문화의 흥성은 사상누각일 뿐이고, 열흘을 넘기기 힘든 붉은 꽃일 뿐이다.

화려한 문화와 예술을 꽃피우던 전주는 그러나 이른바 산업화 시기인 1960~70년대를 지나며 모든 경제지표에서 뒤처지기 시작했다. 한때 전국 6대 도시의 명성은 빛바랜 지 오래이고,열 손가락은 고사하고 그 순위를 가늠하기 조차 힘든 정도다.

어디 경제지표 뿐이던가. 정치와 경제, 문화전 분야에서 손꼽히던 전북 출신 인재 역시 찾아보기 힘들고 스포츠에서도 전국 순위에서 밀려난 지 오래다. 산업화는 뒤졌지만, 정보화는 앞서자는 구호 역시 빈말에 불과했다. 

전주의 경제적 쇠락은 산업화 탓이 크다. 너른 호남평야에서 수확한 값 비싸고 귀한 쌀과 농산물이 더는 경쟁력을 잃은 탓이 크다. 산업화과정에서 몇몇 섬유업체를 제외하고 변변한 제조업 일자리가 만들어지지 않은 탓도 있다.

호남을 철저히 배제한 정치 논리에 밀린 측면도 강하다. 그러나 30년 전 부활한 지방자치 이후, 역대 선출직 단체장과 지방의원의 책임을 간과할 수 없다. 정치 논리의 자원과 예산분배에서 소외된 호남과 전주의 몫을 요구하는데 소홀했다

. 되레 차별과 소외를 정치적 입지를 다지는 수단으로 삼았다는 호된 비판을 받고 있다.여기에 더해 먹고사는 일보다는 문화와 관광 같은 겉치레에 치중한 결과가 가장 크다. 전주만 하더라도 한때 한옥마을 관광객이 몰려들자 모든 행정력과 가용자원을 한옥마을과 문화 예술지원에만 쏟아부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유인책을 써서라도 기업을 유치하는 일은 뒷전이었다. 말로는 기업 하기 좋은 도시라 외치면서도 지역 내 기업을 옥죄고, 배척하는 일이 다반사였다.

과도한 규제가 법과 제도를 무시하면서까지 허가와 승인을 미루는 일이 허다했다. 법에도 없는 규제로 기업과 소송하고, 소송에서 지는 일도 많았다.

다행한 일은 이번 전주시장 출마 의지를 밝힌 후보 모두 ‘경제를 살리겠다’라는 의지를 보인다는 점이다.

아직 구체 대안을 내지 않았지만, 겉치레 문화와 철 지난 한옥마을 관광으로 ‘전시행정’을 하지 않겠다는 다짐으로 읽힌다. 먹고 살만한 전주를 기대해보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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