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한지에 반했어요
한국 한지에 반했어요
  • 김상기
  • 승인 2008.12.30 1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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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지로 옷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이 정말 놀라웠습니다. 우리 중국도 의상분야가 예전에 비해 비약적으로 발전한 게 사실이지만, 아직까지 한지로 옷을 만드는 기술은 없습니다. 기회만 된다면 저도 배워보고 싶습니다.”

지난달 16일 전주 교동아트센터에서는 한지사 직물을 소재로 한 유니폼 디자인 개발 작품발표가 있었다.

한지사 직물은 종이 성분임에도 세탁이 가능하고, 소취성과 항균성이 높아 새로운 의상 소재로 부각되고 있고, 그 활용방안이 적극적으로 논의되고 있다.

하얼빈사범대학교 미술대학 의상디자인과 노우군(40) 교수에게는 전주에서 이뤄지고 있는 이런 작업들이 아직 낯설기만 하다.

중국에는 한지를 이용한 의상이 아직 존재치 않는 걸로 알려져 있으니, 그녀가 놀라는 것도 당연한 일.

그녀는 의상 분야에서는 중국에서 최고라 할 수 있는 인물이다.

1985년 처음 자신의 작품을 만들었다는 그녀는 1989년 제58회 파리 여성의상 박람회 디자인 3등상과 그해 전국 제3회 금가위상 의상디자인 대회 흑룡강지구 1등상을 차지하며 화려하게 데뷔했다.

이후 2003년 중국회화연감에 작품 등재, 2005년 한국 제12회 국제 예술전 참가, 2005년 하얼빈과 심천 의상주간 최우수 디자이너상, 2005년 전구통 잡지 표지인물 등의 다양한 이력을 구축해 나간다.

그녀는 사업가적인 마인드도 풍부하다.

1992년 흑룡강성에서 ‘노우군’이라는 자신의 이름으로 등록한 디자인 회사를 최초 설립했고, 2000년 광주에서는 의상상표 ‘안심’을 등록해 자신의 매장에서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그녀는 자신의 작품을 만들기 위해 별도의 공장을 직접 가동하면서, 현재 운영 중인 매장만 해도 5군데나 된다.

각각의 매장에서는 서로 다른 제품군이 판매되고 있으며, 그 모든 디자인은 그녀의 손을 거친다.

“한 디자인으로는 일련번호를 달아서 10개의 제품만 만들어 한정판매합니다. 희소성을 부여해야 그만한 가치를 인정받으니까요.”

그녀는 편안하고 자연스러우면서도 고급스런 디자인을 고수한다. 다수의 부유층과 고위층이 이미 그녀의 단골이다.

하나의 디자인에 단 10개의 제품만을 생산한다면 그 많은 디자인의 아이디어는 어디서 나오는 걸까.

“의상을 하면서도 저는 동양화 작가로 활동 중입니다. 지금은 그림에서도 제법 인정을 받고 있구요. 제 그림을 보시면 알겠지만, 그 안에 무궁무진한 아이디어가 숨어 있습니다.”

그녀는 그 많은 이력에 힘입어 2002년 하얼빈사범대학교에 교수로 임용됐고, 현재는 의상디자인과 학과장으로 학교 내의 일을 모두 관장하고 있다.

학교에서는 모델을 양성하는 과정이 있는데, 모델들도 직접 관리한다고 한다.

그림을 통한 아이디어, 디자인, 공장과 매장운영, 모델관리까지 그녀의 하루는 빈틈없이 바삐 돌아간다.

한국에 들어와 전주에 머문 1박2일 동안 역시 일정이 빼곡하다.

전북도립미술관을 둘러보고, 만나고 싶어 했던 도내 작가들을 만나고, 한옥마을을 돌며 한지공방을 둘러보고, 문화관련 행사에도 참여하고...

“차(茶)를 주제한 한 모임에 나가봤는데 한복입고 온 사람들이 많아서 좋았어요. 한복이 비슷한 것 같으면서도 다양하고 특이하고, 또 다 개성이 있어보였어요. 사진도 많이 찍었습니다. 피곤하긴요. 많이 배우고 가니까 기분이 좋아요. 한복도 그랬고, 종이로 만든 예술품이나 닥종이 인형 등 너무 좋은 걸 많이 봤습니다.”

짧은 시간 전주는 그녀에게 어떤 느낌을 줬을까.

“제가 살고 있는 하얼빈은 인구가 1000만명 정도 되니까 거기에 비한다면 전주는 작은 편이죠. 작지만 아담하고, 도시 전체의 문화적 수준이 상당히 높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전주는 하얼빈보다 참 따뜻해요”라는 그녀의 말처럼, 전주가 그녀에게 좋은 느낌으로 기억되고, 인적교류도 이어지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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