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주군보건소 ‘감염병 대응팀’ 번 아웃 직전
완주군보건소 ‘감염병 대응팀’ 번 아웃 직전
  • 이은생
  • 승인 2021.12.19 17: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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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 불편 불만에 ”조금만 이해해 주세요“ 하소연
-11월 확진자 급증 이후 직원 피로 누증에 주민들 항의도 쏟아져
-경제적 위기 등 주민 삶의 고통 알고 있어 대응도 못해 속앓이
-“직원도 가족이라 생각해 조금만 이해해 주는 공동체 의식 필요”

완주군보건소 감염병대응팀이 17일 사무실에서 확진자 현황 점검과 전화 안내, 역학조사 등을 실시하고 있다. 완주군보건소 감염병대응팀이 17일 사무실에서 확진자 현황 점검과 전화 안내, 역학조사 등을 실시하면서 바쁜 하루를 보내고 있다.

완주군 삼례읍 삼봉지구에 있는 완주군보건소의 감염병대응팀 직원들은 6주째 새벽에 퇴근하고 있다. 단계적 일상회복에 들어간 지난 11월 이후 확진자가 늘어난 데다, 최근엔 코로나19 변이인 오미클론 환자까지 발생해 새벽 3시에 집으로 돌아간 적이 한두번이 아니다.

/편집자 주

▲대응팀 새벽퇴근 다반사

팀장을 포함한 8명의 직원들은 매일 매일이 전쟁이다. 최근에 직원 3명이 보강됐지만 확진자 현황 점검과 전화 안내, 역학조사, 자가격리, 물품배송, 환자 이송, 선별진료소 운영 등 할 일이 태산이다.

이런 격무는 확진자가 발생할 때마다 고스란히 다시 반복된다. 그때마다 수시로 환자들에게 설명ㆍ설득ㆍ부탁하고, 병원 이송을 위해 뛰어다닌다. 오미클론 첫 확진자가 통보됐던 지난 10일, 감염병대응팀 사무실에서는 순간 깊은 신음소리가 흘러나왔다.

직원들은 입을 닫은 채 다시 각자 해야 할 일을 서둘렀다. 그래도 대응팀의 퇴근 시간은 다음날 새벽 3시였다. 한 직원은 “감염병과의 싸움은 시간과의 전쟁이다. 밤늦게까지 준비해 놓지 않으면 다음날이 너무 힘들다. 그날 할 일은 그날 해야 한다”며 “각종 돌발변수가 다반사여서 긴장과 격무가 뒤엉켜 몸과 정신을 괴롭힌다”고 토로했다.

▲주민들의 불만ㆍ항의에도 속앓이만

완주군의 코로나19 확진자는 지난 16일 현재 총 530명이다. 단계적 일상회복에 들어간 지난 11월 이후 급격히 늘어난 수치이다. 밀접접촉자와 해외입국자, 수동감시 등 자가격리자도 매일 20여 명씩 늘고 있다.

여기다 재택치료자도 점증하고 있고, 선별진료소 검사는 하루 500건에서 2,000건씩 육박하고 있다. 이러다 보니 주민들의 불만과 항의가 없을 수 없다. 자가격리자가 물품배송이 너무 늦다며 “굶어 죽겠다”거나 “왜 저것은 안 챙겨주느냐”고 거칠게 항의하는가 하면, 심지어 전화를 조금 늦게 받아도 “뭐 하는 짓들이냐”고 호통 치기도 한다.

한 환자는 병원 퇴원 시 보건소에 전화를 걸어 “지갑을 놓고 왔다. 와서 집으로 이송해 주거나 택시비를 내라”고 화풀이를 하기도 했다. 이런 에피소드도 있다. 12월의 한겨울에 한 환자를 급하게 구급차로 병원 이송을 하기 직전 입원절차를 설명하며 “간단히 입고 나오십시오”라고 말했다.

퇴원할 때가 된 이 환자는 “간단히 입으라고 해서 반팔 옷을 입고 나왔다”고 항의했고, 결국 대응팀 직원이 병원까지 가서 자택으로 이송해 줬다. 주변에서는 일선 보건소의 ‘감염병대응팀’을 ‘화받이 대응팀’이라고 씁쓸해 한다.

코로나19의 장기화로 주민들의 고통과 불안도 깊어가고 있어 그 불만을 보건소 직원들에게 쏟아 붓는 사례가 있는데, 직원들도 주민 입장을 충분히 이해하는 만큼 항의를 그냥 삼킬 수밖에 없다는 속앓이다.

▲내 가족이나 자녀라고 생각해 조금만 이해해 줬으면

보건소 직원들 사이에서는 “의료진과 현장 직원들도 피로가 쌓여 있다”며 “주민들께서 힘든 생활을 하시지만 조금만이라도 서로 이해를 해 줬으면 좋겠다”는 하소연이 나온다. 보건소 직원들도 내 가족이나 자녀라고 생각해 조금만 이해해 달라는 호소다.

한 퇴직 공무원은 “평상시에 공직자에게 돌아갈 불만과 항의가 코로나19 시대로 보건소 직원에게, 특히 최일선의 현장대응 직원에게 몰리는 것 같아 안타깝다”며 “주민들의 아픔과 고통이 심하겠지만 주민을 위해 뛰어다니는 직원들의 아픔도 조금만 알아주는 공동체 의식을 발휘해 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은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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