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공정한 세상, 공정은 가능할까?
불공정한 세상, 공정은 가능할까?
  • 신영배
  • 승인 2021.12.15 1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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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영배 대표사원
신영배 대표사원

날씨가 제법 쌀쌀하다. 이제 진짜 겨울이 온 것 같다. 요즘은 날씨마저 믿을 수 없게 겨울 날씨인가 하면 포근하고, 포근하다 싶으면 다시 춥다. 세상이 변덕을 부리듯 종잡을 수 없으니 날씨마저 널을 뛴다.

대선 여론조사가 연일 발표되고 있는데 아직도 조사하는 기관마다 다른 결과를 내놓아 보는 이들을 혼란스럽게 한다. 일부 의뢰 주체의 조사 결과는 나올 때마다 특정 정당과 그 정당 후보에 대한 지지도가 높게 발표되는 사례가 이어진다.

지난 13뉴스 토마토가 의뢰해 여론조사업체 미디어 토마토가 조사해 발표한 정당 지지도와 차기 대통령 후보 지지도 조사는 엉뚱했다. 무선ARS 방식으로 전국 18세 이상 남녀 29,999명에 전화를 걸어 1,038명이 응답했다는 결과다.

조사 결과 정당 지지도에서 민주당이 27.4%, 국민의힘이 39.9%이고 대선 후보 지지도에서는 이재명 36.1%, 윤석열 51.2%라고 발표했다. 기타 후보를 지지는 5%이고 지지 후보 없음은 5.6%, 잘 모름은 2.1%라고 발표했다.

그런데 쿠키뉴스가 같은 날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는 크게 달랐다. 쿠키뉴스 의뢰로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길리서치가 지난 11~13일 전국 18세 이상 성인 1,011명이 응답한 차기 대통령 지지율을 조사한 결과 이 후보는 40.6%, 윤 후보는 41.8%를 기록했다.

심상정 정의당 대선 후보는 2.9%,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는 3.7%로 뒤를 이었다. 기타 후보는 2.2%, ‘지지 후보 없다7.9%, ‘잘 모름/무응답1.0%였다.

한길리서치의 설문조사는 구조화된 설문지를 이용한 조사방식(유선 전화면접 19.4% 무선 ARS 80.6% 무작위 RDD 추출)으로 진행했다. 응답률은 5.2%,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오차범위 ± 3.1%p. 통계보정은 20218월 말 행정안전부 주민등록인구 기준 성연령지역별 가중치 부여 방식으로 이뤄졌다고 한다.

여론조사 결과 발표가 선거에 미치는 영향은 적지 않다. 소위 밴드웨건효과(Band Wagon Effect)라고 불리는 심리 성향이다. 소비자가 대중적으로 유행하는 정보를 좇아 상품을 소비하는 경향을 말하는 것으로, 선거에서도 많은 사람이 지지하는 쪽을 선택하려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이런 효과를 노리고 특정 집단이 여론조사를 빙자해 자신들이 지지하는 후보에 가중치를 더 주는 조사 결과를 내놓을 수도 있다. 이번 대선과 지선을 앞두고 여론조사 업체가 70여 개 이상 등록했다고 한다.

여론조사 업체로 신고만 하면 사업자 등록증이 나오는지 모르지만, 여론조사 결과가 국가와 지역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생각한다면 조사업체의 신뢰도를 확인할 조건 등이 필요하다고 본다.

여론조사 결과가 어찌 나오든 조사자와 응답자의 ARS 내용을 일일이 확인할 수 없다. 일부 조사 결과를 부풀리거나 조작해 발표해도 어찌할 방도가 없다. 조사자가 의도하는 내용과 다른 응답을 조사 데이터에서 삭제하면 확인할 길이 없으니 말이다.

이런 일이 바로 공정을 해치는 근본이 되는 셈이다. 어쩐 일인지 현 정부에 대한 대표적 인식이 불공정인 듯하다. 공정하지 못한 정부라는 인식이 널리 퍼져있다. 정부 편을 들자고 하는 이야기가 아니라 과연 이 나라에 공정이라는 단어를 말할 자격이 있는 사람이 몇이나 있는지 묻고 싶다.

역대 정부 가운데 공정했다고 말할 정부가 있었던가?

단언컨대 공정했던 권력은 우리 역사에 없었다. 조선 시대는 말할 것 없고 일제 강점기를 비롯해 이승만 정부나 박정희, 전두환, 노태우 등 군사독재정권을 거쳐 김영삼ㆍ김대중 정부까지 우리는 공정을 말할 여유가 없었다. 그리고 공정하고자 애썼던 노무현 정부 또한 기득권 세력이 바탕을 이룬 위에서 공정을 제대로 실현할 수 없었다.

이후 이명박근헤 시대는 어땠던가? 무려 9년 동안 이 나라에 공정은 실종상태였다. 문재인 정부에 들어설 즈음에 국민 소득 수준이 높아지면서 비로소 공정을 생각할 수 있었고 유력 언론들이 정부를 공격하는 방법으로 불공정을 추켜들었을 뿐이다.

애당초 세상은 공정할 수 없게 되어있다. 금수저로 태어난 자와 흙수저로 태어난 자가 공정하게 경쟁할 수 없는 건 당연하다. 공산주의 국가에도 공정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사람마다 다른 능력과 배경을 지니고 태어나는데 어찌 한 틀에서 찍어낸 듯 공정할 수 있겠는가?

차별하지 않아도 차이가 날 수밖에 없는 경쟁사회다. 지금 공정을 내세우는 집단과 그 구성원들 자체가 이미 불공정한 무대에서 지나온 덕분에 그 자리에 섰다. 그런 사람들이 입으로 공정을 말하고 있는 자체가 넌센스다.

대선에 나선 후보 가운데도 좋은 환경에서 누릴 것 다 누리며 살아온 사람이 있고, 극한의 어려움을 이기고 오늘에 이른 사람도 있다. 그런 차이를 극복하고 대통령 후보라는 출발선에 선 사람들이다. 그들은 이미 엄청난 행운을 얻어 그 자리에 섰다. 만약 세상이 공정했었다면 그들 중 어떤 인사는 대선후보로 나서지 못했을 것이다.

만약에 그가 엄청나게 노력했거나 배경이 좋아서 그 자리에 섰다 해도 이미 그들은 누리는 자이다. 공정은 누리지 못하는 자들을 끌어 올려 조금이라도 차이를 줄이는 일이다. 공정은 입으로 뱉는 헛소리가 아니라, 낮은 데에 눈을 돌려 그들이 목 아프게 위를 올려다보지 않아도 되는 세상을 만드는 일이다.

허위 사실을 퍼뜨리고 엉터리 여론조사를 공정한 조사인 양 퍼 나르는 언론이야말로 공정을 해치는 주적(主敵)이다. 누가 공정을 말할 수 있으며 공정한 세상을 만들 수 있는가? 조금이나마 공정에 가깝게 할 힘은 우리 모두의 관심에서 나올 수 있다. 낮은 곳을 향하는 시선과 관심이 아쉬운 연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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