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주군, 초남이성지 역사 재조명 학술세미나 개최
완주군, 초남이성지 역사 재조명 학술세미나 개최
  • 이은생
  • 승인 2021.12.09 1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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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덕향 전 전북대 교수, 천주교 최초 세 순교자 초남이성지에 묻힌 이유 "초남이 기반 한 집단 협력에 의한 것" 추정
--"호남 천주교 핵심적 지도자 유항검 중심의 집단 도움 있었을 것"

230년 전 전주에서 순교한 한국 천주교 최초의 세 순교자 묘소가 완주군 이서면 남계리의 초남이성지에 위치한 것은 이 지역을 기반으로 하는 신앙공동체 등 집단에 의한 것으로 추정된다는 학계의 주장이 나왔다.

윤덕향 전 전북대 교수는 9일 완주문화재단 복합문화지구에서 열린 초남이성지 역사 재조명 학술세미나에서 순교자 묘소 발굴과 출토물의 의미에 대한 발제에 나섰다.

윤 교수는 이날 한국 교회 최초의 순교자 복자 윤지충(바오로·1759~1791)과 복자 권상연(야고보·1751~1791)1791128일 현재의 전주 남문 밖(현 전동성당)에서 참수형에 처해졌으며, 묘지에는 11개월이 지난 17921125일에 안장된 것으로 기록됐다고 밝혔다.

이어 장례기간이 비상하게 긴 것과 생장지(전라도 진산, 현 충남 금산군 진산면 막현리)가 아닌 완주 이서 초남이에 묻힌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덧붙였다.

윤 교수는 발제에서 지연이나 혈연에 따른 집단이 두 순교자의 장례를 주도했다면 굳이 초남이를 장지로 선택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아직까지는 경위가 분명하지 않지만, 초남이로 장지를 선택한 것은 이 일대를 지역적 기반으로 하는 집단에 의한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초남이 일원은 유항검 일가가 대대로 살아온 세거지(世居地)였으며, 유항검은 18세기 후반 호남 천주교의 핵심적 지도자라며 따라서 두 순교자의 장례에 어떤 형태로든 유항검을 중심으로 하는 집단의 도움이 있었을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고 했다.

윤 교수는 또 윤지충의 동생인 윤지헌(1764~1801)의 무덤과 관련해 유배형을 받은 처자식이 매장의 주체는 아니었을 것으로 생각한다윤지충, 권상연 순교자 무덤이 있는 곳에 자리하고, 두 사람의 무덤과 비슷한 방향으로 장축을 두고 있다는 점에서 두 순교자 무덤의 매장 주체와 직간접적인 접촉이나 관련이 있었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윤지헌은 완주군 고산면(현재 운주면)에서 신앙공동체를 형성하고 활동하다가 1801년 신유박해 때 동료들과 함께 붙잡혀 능지처사 형을 받았으며, 이때 유항검 가족도 모두 순교했다.

윤 교수는 이와관련 능지처사된 윤지헌의 주검을 거둬 매장한 주체는 인근 바우배기에 있었다고 하는 유항검을 비롯한 순교자들의 무덤을 축조한 주체와 같았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강조했다.

윤 교수는 권상연과 윤지충·윤지헌 형제의 무덤으로 확인된 3, 5호와 8호를 조성한 주체는 1801년 신유박해 때 순교한 유항검 일가의 무덤을 조성했을 주체일 가능성이 크다고 추정된다유항검 일가와 윤지헌을 매장한 주체는 같은 집단이거나 최소한 상호 교류가 있었을 것이라고 피력했다.

윤 교수는 초남이를 중심으로 유항검 일가의 무덤만이 아니라 신앙공동체의 실체와 관련한 조사가 충실히 이뤄진다면, 조선후기에서 개화기로 이르는 시기의 사회상과 문화를 이해하는 데 큰 기여를 할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은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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