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두환 가고 오미크론 왔다
전두환 가고 오미크론 왔다
  • 전주일보
  • 승인 2021.11.28 1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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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규 원/ 편집고문
김 규 원/ 편집고문

지난주 뉴스는 전두환 사망에 따른 조문(弔問) 시비에서 출발해 새 변이 코로나바이러스인 오미크론으로 이어졌다.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가 쿠데타와 5.18만 빼면 잘한 일도 많다.’라던 전두환, 죽어 세상에서 사라진 그이지만 그가 저지른 일들을 기억하고 몸서리치는 이들이 많을 것이다.

80년대, TV 뉴스 시간이면 시간이 바뀌는 소리와 함께 등장하던 전두환 대통령은으로 시작되었다

그래서 이름 지어진 땡 전뉴스였다. 사람들은 그의 뻔뻔한 얼굴이 보기 싫어서 뉴스가 시작될 즈음에는 TV를 껐다가 다시 켰는데, 흔히 뉴스 시간의 절반을 그의 기사로 도배해 다시 TV를 끄기도 했다.

그의 장례 뉴스에서 그를 추종하던 장 아무개, 허 아무개, 박 아무개 등의 얼굴이 보였다. 얼굴을 마스크로 가렸지만, 독한 눈매는 감추지 못했던 그들의 얼굴을 보며 새삼 분노가 치밀기도 했다. 그 시절 전두환과 그의 추종 세력이 마구 흔들어대던 이 나라는 진정 난장판이었다.

사회정화라는 이름으로 비판자들을 잡아들여 폭행하고 설득하다가 숱한 사람들이 희생됐다. 이른바 삼청교육대다. 지금도 그때의 후유증을 앓는다는 이들, 민주화 세력의 상당수가 그때 잡혀가 고통을 당했다.

유명 문인들이 다투어 그를 칭송했고 전북의 서정주 같은 이는 그에게 위대한 장군, 구국의 영웅이라는 호칭을 아낌없이 지어 바쳤다. 기회 있을 때마다 강자에 들러붙어 아부하는 그런 정신으로 대시인이라는 칭송을 받았던 이들이 전북에서 나왔다.

군대가 뭐라고 협박을 했는지 모르지만, 그들은 자신의 문학이 글자 장난에 지나지 않은 부끄러운 것임을 고백한 셈이다.

당시 전경환은 단지 전두환의 동생이라는 자격만으로 새마을운동총재로 등극하기도 했던 마구잡이 시대였다. 전경환의 호가호위(狐假虎威)는 절정을 이루어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둘렀고 각 지역에 그의 세력을 만들어 차기 대권을 꿈꾸기도 했다.

당시 전북의 제법 유명인사들 가운데도 그를 추종하고 비위 맞추던 인물들이 으스대는 진풍경을 연출하기도 했다.

농촌에 복합영농을 권장한다며 외국에서 헐값에 소를 들여와 농민에게 일부 보조 형식으로 나누어 주었지만, 그 상당수가 폐사해 농가에 빚만 남겨 농가 부채 해소 문제가 정권마다 골칫거리로 물려졌다.

그들의 모든 정책은 뒷거래를 통해 부를 챙기는 수단이었고 박정희 군부의 치부 기술이 전두환 시대에는 더욱 발달하여 절정을 이루었다.

전두환의 죄가 5.18에 국한하는 듯 생각하는 집단은 바로 그에 빌붙어 재미를 보았던 세력이다. 아니, 그들은 지금도 5.18 희생자들을 폭도라고 생각하고 헬기의 기총소사나 군대를 통한 총칼 사상 행위는 정당한 것이라고 인식하고 있다. 말로 내뱉지 못할 뿐.

전두환의 국민 우롱 행위 절정은 북한의 금강산댐 축조에 따른 수공(水攻)을 막아야 한다며 국민 성금을 강요한 일이다. ‘평화의 댐을 건설해야 한다며 연일 북한의 댐 방류로 서울이 물에 잠기는 시뮬레이션을 방영했다.

대학교수와 각계 전문가들이 TV에 출연하여 북한이 200억 톤의 물을 한꺼번에 방류하면 서울과 경기 일부 지역이 물에 잠긴다고 열변을 토했다.

말이 안 되는 사기극에 너도나도 동참하여 찬동 발언을 하고 돈을 내면서 전두환의 환심을 사기 위해 알랑거렸다. 국내 최대 댐인 소양강 댐의 최대 저수량이 23억 톤에 불과한데 북한이 200억 톤을 담는 대형 댐을 금강산에 지을 장소도 없고 설사 짓는다 해도 수십 년이 걸려야 하는 일이었다. 세계 최대의 댐인 중국 산샤댐의 저수량이 210억 톤이다.

모든 직장에서 봉급 일부를 강제로 떼어갔다. 전국의 모든 사업장과 하다못해 품팔이 삯을 주는 곳에서도 성금을 떼어 원성이 자자했다. 모든 기업이 자발적이라는 이름을 붙여 거액의 성금을 냈고 초등학교 어린이들에게서도 몇백 원씩 성금을 뜯었다.

그리고 휴전선 근처에서 진행된 평화의 댐 공사는 무엇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아무도 간섭하지 못했다. 그 후 부실하고 배수 기능이 없고 발전도 할 수 없는 바보댐으로 명명된 평화의 댐은 김대중 정부 시절 부실한 부분을 보완하고, 다시 이명박 정부에 재차 보완하였다.

전두환의 사기극은 당시 야당의 개헌 주장과 대학생들의 민주화 시위를 잠재우기 위해 단시 안기부장이던 장세동의 작품으로 알려지고 있다. 국민의 관심을 반공으로 돌리기 위해 터무니없는 가설을 세워 진실인 양 호도하는 수법이었다.

끝내 자신의 죄를 참회하는 사과 한마디 없이 떠난 전두환, 그의 정치를 본받고자 하는 야당 후보가 큰 소리로 떵떵거리는 세상이다. 군대의 힘을 검찰의 힘으로 대체할 수도 있겠다는 두려움이 현실로 드러나지 않기를 간절히 바랄 뿐이다.

땡 전 가고 오미크론이 왔다.

새 변종 코로나바이러스 이름이 오미크론이다. 알파 베타 감마 델타 변이에 이어 오미크론이 등장했다.

아직 우리에겐 이 바이러스를 유전자 단백질 분석을 통한 PCR 검사법을 만들지 못했다. 아직은 제대로 검사조차 하지 못한다는 말이다.

내부에 32개의 돌연변이 인자를 보유한 오미크론은 델타 바이러스의 2배에 달하는 전파력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마스크를 쓰면 방역이 되는지조차 불문명하다.

위드 코로나를 시도하면서 연일 확진자가 폭증하는 가운데 더 무서운 변이 바이러스가 등장했으니 또 얼마나 힘든 나날을 보내야 할지 모른다.

재앙 같던 전두환의 얼굴이 나오지 않아 괜찮을 듯싶더니, 오미크론 바이러스가 우리를 조롱하듯 넘보고 있다. 아프리카 몇 개 나라의 항공기를 차단했다지만, 이미 우리 안에 들어왔을 가능성이 크다.

그 지겨운 것이 모두 사라지고 평온하고 상식이 통하는 사회에서 살 날이 과연 올 것인지 걱정이다. 그리고 적어도 이상한 집단이 다시 나라를 뒤흔드는 일이 없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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