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권력이 나라를 삼킬 것인가
검찰 권력이 나라를 삼킬 것인가
  • 신영배
  • 승인 2021.11.17 16:2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신영배 대표
신영배 대표

20대 대통령 선거일을 불과 110여 일 앞두고 있다. 연일 여론조사 결과는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가 앞선다는 보도로 도배하고 있다.

미국의 여론조사는 응답률이 8% 미만이면 발표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국내 일부 언론들은 응답률 1%ARS 여론조사 결과를 대서특필한다.

어떤 특정한 목적을 두고 여론이라는 이름을 붙여 몰고 가는 방식이 이번 대선의 특징인 것 같다.

현재 여론조사 기관으로 등록된 업체 수가 무려 70여 곳으로 나타났다. 대선과 지방선거를 앞두고 우후죽순처럼 늘어난 여론조사 업체의 목적은 짐작하고 남음이 있다. 여론조사 방법과 설문 내용에 따라 그 결과는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실례로 직접 전화 면접 설문과 ARS 자동응답 조사 결과가 판이하게 나오는 걸 보면 여론조사 결과가 얼마나 허망한 것인지 짐작하고 남는다. 그런데도 각 후보 진영에서 여론조사 결과에 목을 매는 이유는 민심은 늘 유리한 쪽으로 흘러가는 경향이 있다. 

소위 대중심리가 쏠리는 밴드 웨건(band wagon) 현상 때문이다. 

선거일을 목전에 둔 요즈음의 민심은 작은 일에도 민감하다. 하찮은 일에도 가을 낙엽이 미풍에 날려 떨어지듯 표가 떨어질 수 있는 시기이다. 그래서 이런 시기에는 이름 없는 여론조사업체의 발표에도 희비가 엇갈리기 마련이다.

여론이 어디로 흐르든, 이번 대선의 키는 검찰이 쥐고 있다. 검찰은 이재명 후보를 향한 대장동 의혹과 윤석열 후보의 고발 사주사건, 그리고 부인 등 가족 문제가 그들의 손에서 주물러지고 있다.

지금부터는 별것 아닌 듯한 검찰의 수사내용이 흘러나오기만 해도 선거 결과에 치명적인 결과를 가져올 수 있는 구도다.

국민의힘 홍준표 의원이 이번 대선에서 지는 사람은 감옥에 가야 할 것이라고 했다. 이 말은 대선 결과에 따라 검찰의 수사 방향이 얼마든지 바뀔 수 있다는 말이기도 하다. 무서운 일이다.

문제는 선거기간 내에 두 후보에 대한 검찰의 수사 결과가 발표돼 대선의 향방을 가를 가능성이 크다는 데에 있다.

진실은 결국 검찰이 사건의 본질을 제대로 파헤쳐서 법원의 유죄 판결이 나와야 알 수 있다. 그러려면 시간 또한 오래 소요된다. 아마 대선이 끝난 후 재판 결과가 나올 것이다.

더욱 문제인 것은 검찰이 수사 과정에서 애매한 증거를 근거로 특정 혐의를 그럴싸하게 발표한다면 대선 결과는 불 보듯 뻔하게 된다.

검찰 최고 책임자였던 인물이 대선 후보로 등장하고 여야 유력후보가 모두 검찰의 수사선상에 올라있는 이번 선거에서 검찰의 역할은 결정적이라고 할 수 있다. 참으로 어처구니없는 선거 풍경이다. 검찰의 팔이 안으로 굽지 않고 밖으로 굽을 수 있을지 생각하면 더욱 아찔하다

과거 김대중 대통령은 검찰을 가리켜 암적 존재라는 표현을 쓰기도 했다. "정권은 유한하지만, 검찰은 무한하다."라는 검찰 내부의 고슴도치 같은 조직심리를 대통령도 어찌할 수 없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되는 대목이다.

어찌됐던, 문재인 정부는 무소불위의 절대권력을 가진 검찰의 힘을 줄이려는 노력은 실패했다노무현 대통령이 검찰에 굴욕을 당하고 스스로 목숨을 던진 아픔을 누구보다 절절하게 느꼈던 문재인 대통령의 가장 큰 과제는 검찰 개혁이었다.

그러나 아마추어적인 리더십과 야당의 끈질긴 방해, 그리고 검찰의 반발로 개혁을 이루지 못했다뒤를 돌아보면 조국 교수를 민정수석으로 임명했을 때부터 문재인 정권은 틀어지기 시작했다.

검찰조직을 제대로 장악할 수 없는 외부인사(검찰 경력이 없는)에게 민정수석 자리를 맡기는 것에 대한 반발은 당연한 순서였다. 그리고 가장 위험한 인물, ‘개인에 충성하지 않는다.’라는 말에 현혹돼 윤석열을 검찰 총수로 발탁한 일은 완전한 패착(敗着)이었다.

치명적인 자충수(自充手)를 둔 셈이다검찰을 개혁하라고 발탁한 총장은 조직을 지키는 일에 앞장서서 곧바로 정부에 반기를 들었다. 각료를 인선한 후 청문회을 열면 누구든 후보자의 가족까지 탈탈 털렸다. 개인 신상정보만 아니라 모든 행적이 노출돼 망신살을 사면서 중도탈락이 부지기수였다.

문재인 대통령의 인사 패착은 결국 인물난을 불러왔고 검찰 개혁을 그르치고 정권을 뒤흔드는 엄청난 결과를 몰고 왔다. 반면 검찰총장의 정권에 대한 노골적 반항은 야당과 보수 언론의 환호를 불러왔다.

부동산 정책으로 떠난 민심에 기름을 끼얹는 효과를 냈으며 마침내 윤석열 검찰총장은 정권교체의 아이콘으로 떠올랐다. 대한민국을 검찰의 칼날 아래에 맡길 가능성이 현실로 이어지고 있다.

사람에 충성하지 않고 국가와 국민에 충성한다.’라고 생각했지만, 실제는 검찰조직에 충성한다.’라는 의미를 간과한 대가는 참혹했다.

아직도 각종 여론조사는 윤석열 후보가 우세하다는 결과를 연일 쏟아낸다. 엊그제 윤석열은 "내년 이맘때는 종합부동산세가 없어지고 재산세가 부과될 것"이라고 장담했다.

그는 이미 대통령에 당선된 듯이 큰소리를 치고 있는 것이다. 누군가는 이 일을 두고 검찰 쿠데타라고 표현했다. 검찰 개혁으로 검찰의 힘을 줄이려는 정부에 맞서서 검찰이 정권을 무너뜨리고 권력을 잡게 된다면 합법적인 쿠데타에 성공하는 셈이 된다.

교묘하게 맞아떨어진 이 쿠데타가 성공한다면 그 뒷세상은 어떻게 전개될까. 참으로 아찔하고 모골이 송연하다는 표현이 어울릴지 모르겠다

지금까지 윤석열 후보의 발언들을 종합해보면 전두환의 정치가 쿠데타와 5.18만 빼면 잘한 일도 많다고 할 만큼 독재 시대의 정치 행태를 선호하는 듯하다노동자의 근로시간 이야기, 가난한 사람들은 불량 식품을 먹을 수도 있다는 말 등 지난 시대의 마구잡이 정치를 당연한 것으로 인식하는 흔적이 엿보인다

거기에 검찰이 지금보다 더 큰 힘을 발휘하게 된다면 검사의 세상이 되어 눈치 보느라 칼럼 한 줄 쓰기도 두려운 시대가 되지 않을까 슬그머니 겁이 난다.

지금보다 더 큰 힘을 가진 검찰이라면...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