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정 교수 "무형문화재 창작 과정 예술로 승화"
김희정 교수 "무형문화재 창작 과정 예술로 승화"
  • 김주형
  • 승인 2021.11.15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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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희정 국립무형유산원 창제작 브랜드공연 '생각하는 손- 흙과 실의 춤' 예술감독
- 국가 무형문화재 ‘사기장’과 ‘매듭장’의 작업을 현대무용과 시각적 풍경으로 무대화
- "세대를 이어온 무형문화재 장인의 손을 빌어, 인간 노동의 가치와 소중함 표현"
김희정 상명대 교수
김희정 상명대 교수

▲ 김희정, 국립무형유산원 창제작 브랜드공연 '생각하는 손- 흙과 실의 춤' 예술감독

2021 국립무형유산원 창제작 브랜드공연인 '생각하는 손- 흙과 실의 춤'이 오는 19일과 20일 이틀 동안 국립무형유산원 얼쑤마루 대공연장에서 열린다.

이번 공연은 국가 무형문화재 ‘사기장’과 ‘매듭장’의 작업을 현대무용과 시각적 풍경으로 무대화한 작업무용극으로 국립무형유산원 개원 이래 제작한 첫 브랜드공연이다.

특히, 첨단 기술 중심의 세계에서 소외되어 가는 인간의 노동을 ‘장인의 손’을 빌어 작품으로 구성하고자 ‘분야별 벽을 넘어 공예가 공연으로 전환되는 파격적인 도전을 시도했다는 게 이번 작품의 예술감독을 맡은 김희정(상명대 교수)의 설명이다.

김희정 교수는 국립무형유산원 최초의 브랜드 공연에 예술감독으로 초청 받은 후 "한국의 ‘무형문화재’를 주제로 공연을 제작해 달라는 요청에 머뭇거렸습니다. 이는 세대와 세대를 이어가며 전승되어온 무형문화재가 아주 다양하기 때문인데 진도씻김굿, 동해안별신굿, 판소리 등 공연 무형문화재가 있고, 고추장 담그기, 또 최근에 지정된 막걸리 빚기와 같이 전통 생활관습과 관련된 문화재도 있기 때문이죠"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이어 "제 창작 스타일은 숙제가 주어지면 뒤집어 생각하는 습관이 있습니다. 그래서 시작부터 기존의 ‘공연 무형문화재’ 형식은 일단 배제했습니다. 사실 제가 다른 문화 영역을 만나 새로운 창작을 해야 했기 때문에 처음에는 더듬거렸는데, 리처드 세넷의 저서 '장인(The Craftsman)- 현대문명이 잃어버린 생각하는 손'을 읽고 정리가 되었습니다. '사람'을 주제로 한 장인의 작업을 공연으로 만들어야겠다, 이렇게 시작하게 되었습니다"고 했다.

"그리고 이 공연의 주인공인 두 분의 장인을 만나면서 비로소 공연에 대한 갈피를 잡을 수 있었습니다. 김정옥(국가무형문화재 105호 사기장) 장인께서는 제게 흙 이기는 소리, 물레소리, 불소리, 숨소리를 들려주셨습니다. 김혜순(국가무형문화재 22호 매듭장) 장인께서는 악기의 리듬처럼 춤추는 끈짜는 틀을 보여주셨구요. 이 모든 것이 음악의 재료로 또 무대와 무용의 재료가 되어 곧 대본을 시작할 수 있었습니다."라고 김 교수는 말했다.

그는 특히 "사람과 작업 자체가 감동이었기에 과도한 공연적 변형은 불필요하다고 생각했고, 배우도 아닌 공예가, 그 두 분을 공연자로 무대에 올리고 싶었으며 제가 느낀 경외감을 그대로 담고 싶었다."면서 "이에 실제 공연현장에서 들을 수 있는 소리와 작업과정이 음악과 내러티브가 되도록 연출했고 무대는 ‘흙, 물과 불’, ‘선과 면’을 주제로, 도자기와 매듭의 탄생 과정을 현대적 감각으로 시각화했습니다"고 밝혔다.

김 교수는 "2막 17장으로 된 공연의 마지막의 제목은 '흔들리는 멋'으로, 흔들리는 매듭을 맨 12명의 선비의 군무로 마무리 된다"면서 "여기서 표현하고 싶은 ‘흔들림의 미학’은 공연은 공예로, 공예는 공연으로, 그 경계를 넘어섬에 따라 흔들림이 생성되지만, 그 모습 전체를 멀리 나와 관조의 성찰로 바라본다면 전에는 보이지 않던 풍경을 바라볼 수 있지 않을까라는 메시지"라고 부연했다.

또한 "첨단기술 중심의 세계에서 소외되는 (특히 코로나를 겪으면서 인간중심의 가치가 상실되어 가고 있는 현실에서) 인간 노동의 가치를 ‘장인의 손’을 빌어 다시 생각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김 교수는 "장인의 작업을 입체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다양한 기술을 사용했습니다. 박동우 미술감독은 장인을 하이라이트 하기 위해 무대에 작은 호수를 만들어 정자를 띄웠고, 정순도 음악감독은 무대에서 시연되는 작업의 소리를 실시간 음향과 음악으로 구현했습니다. 예컨대, 도자기의 물레 돌아가는 소라가 실제 연주와 협연 합니다. 국내 최고의 창작자가 참여해 제가 그린 풍경에 날개를 달아 준 것, 그렇게 함으로써 세계 어디서도 볼 수 없는 도전을 완성하게 해 준 것에 대해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 김희정 교수는 누구인가
작곡가이자 무대예술가, 프로덕션 아티스트인 김희정 교수는 클래식, 국악, 무대연출 및 제작을 넘나드는 전방위 아티스트이다. 그는 연세대학교 작곡과 졸업 후 도미해 펜실바니아 대학에서 석사와 박사를 마치고 하바드 대학에서 포스트닥터를 수학했으며, 런던대학교 ICCE 연구소에서 방문연구원을 역임했고 현재 상명대학교 문화예술대학 교수로 재직 중이다. 

김 교수는 원래 전공은 클래식 음악 작곡이지만, 국악과 클래식 오케스트라를 멀티미디어와 융합한 다양한 작품을 만들어 20여 개국에서 발표했다. 그 중에서 여성주의와 반전, 환경문제 등 사회적 메시지를 담은 작품들이 방송, 연주되고 있다. 또 김 교수가 작곡·연출한 크로스 장르 음악과 멀티미디어 음악극은 스위스, 헝가리, 뉴질랜드, 독일, 중국, 홍콩, 대만, 파라과이 등에서 공연 되고 있으며,뉴욕 WNYC, 영국 BBC, 캐나다 CBS, 중국 CCTV 등에서 방송된 바 있다. 공연을 통한 사회적 메시지 전달과 기여를 중요시 한다고 자신의 작품에 대해 말하는 김교수는 최근 활동을 소개하면서 "동경에서 수화를 오케스트라와 협연하는 작품을 발표했는데, 놀랍게도 일본의 일본의 청각장애인들이 단체로 연주회를 왔다. 연주에 참석한 것은 그 날이 일생 처음이라는 그들은, 소리가 들리지는 않지만 마치 무용과 같은 수화로 협연하는 작품을 보기 위해 온 것"이라고 했다.

그는 "이외 싱가폴 국립 차이니즈 오케스트라(SCO)와의 단독 공연이 기억에 남는다"면서 "SCO사상 단일 작가의 작품으로 공연한 일은 처음이는데, 공연은 중국, 한국 음악과 현대음악, 영상, 첨단기술을 복합적으로 보여주는 작품으로 이틀 연속 매진을 기록했고, 싱가폴의 저명한 Straits Times에서 예외적인 호평을 받은 바 있다"고 말했다. 또한 김 교수는 2016년부터 3년간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아시아문화원 컨텐츠 사업 본부장으로 재직하면서 연극, 뮤지컬, 음악극, 판소리, 애니메이션을 넘나드는 80여 개의 작품을 제작했고, 이 작품들은 이란, 영국, 일본 등 해외로 진출했다.

김희정 교수의 작품들에 대해 뉴질랜드의 Listener’s Magazine은  "김희정의 작품은 높은 형식의 예술을 보여주었다". 싱가프로의 The Straits Times는 "마음을 울리는 심오한 깊이와 숭고함이 있다". 독일 Wsftfalifsche Nachrichten은  "생각하게 만드는, 희곡 작법상 완벽하게 구성해 낸 프로그램"이라고 평했다.

한편, 김희정 교수가 예술감독을 맡은 2021 국립무형유산원 창제작 브랜드 공연 '생각하는 손 - 흙과 실의 춤' 공연은 무료이며, 오는 19일(금) 오후 7시 30분, 20일(토) 오후 4시와 7시 30분 국립무형유산원 얼쑤마루 대공연장에서 진행된다.  공연 10일 전부터 기관 누리집(www.nihc.go.kr)과 전화(063-280-1500~1)를 통해 사전예약 후 관람할 수 있다.
/김주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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