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주일보
  • 승인 2021.11.14 2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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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수 시인
정성수 시인

그렇다고 개가 싫은 것은 아니지만
나는 개가 싫다

낮에도 복달임을 한다고 보신탕 한 그릇을 해치웠다
수육은 입안에서 녹고
개소주는 아랫도리를 달궜다

나는 지금까지 개는 개일 뿐이라고 생각하며 살아왔다
마당 구석에 뿌리를 깊게 박은 말뚝에게 생을 맡기고 하루에도 수백 개의 원을 그려야 하는 운명이라고 생각하면서 모든 개는 송곳니를 내밀 것이 아니라 땅바닥에 납작 엎드려 한다

반려견은 반쪽이 빈 사람들의 꽃이라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서는 꼬리를 흔들어야 한다

당신이라고 하는 개나 나라고 하는 개나 요즘은 사람이 개를 키우는 것이 아니라 개가 사람을 키운다

 

 

#요즘 길거리나 공원에는 개 천지다. 목줄에 매여 끌려가는 개, 계집아이의 품에 안겨가는 개. 유기견인지 혼자서 돌아다니는 개 할 것 없이 수많은 개를 만난다. 문제는 개를 개라고 부르지 않는다는 것이다.

애완견愛玩犬 수준을 넘어 반려견伴侶犬이라고 한다. ‘반려伴侶’는 생각이나 행동을 함께 하는 짝이나 동무다. 말하자면 개가 인간과 동격이라는 것이다. 개가 반려견이 되면서 자태는 우아하고 품성은 교양이 있다.

개들은 낯선 사람을 봐도 짖지 않고, 모르는 개들끼리 마주쳐도 으르렁거리지 않는다. 외출할 때는 신발을 신고 옷을 입는다. 개들은 먹을 것을 봐도 외면하고, 목줄을 풀어줘도 멀리 가지 않는다.

뿐만 아니라 미용실에 가고 목욕탕에 간다. 여름이 되면 여름에 걸맞은 여름옷을 입고 겨울이면 보온매트를 깔고 잠을 잔다. 중성화 수술을 받은 개들은 암컷도 아니고 수컷도 아니다. 수개들은 평생 중성으로 살면서 흘레 한번 못 붙어보고 암캐들은 새끼를 낳지 않고, 젖을 먹이지 않는다.

어떤 개의 삶은 인간의 삶보다 낫다. 하지만 개라고 해서 다 개가 아니다. 주인에게 버림 받아 거리를 떠도는 유기견이 되는가 하면 삼복에는 보신탕집에서 한 그릇의 보신탕이 되기도 한다.

개목장 뜬장 속에서 갖은 수난을 겪다가 덧없이 죽어가기도 한다. 생각해 보면 개의 삶이나 인간의 삶이나 진배없다. 부귀영화를 누리다 저 세상으로 가는 사람이 있고 입에 풀칠하기에도 힘들어 하다가 저 세상으로 가는 사람도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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