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 해바라기와 대선 풍속도
권력 해바라기와 대선 풍속도
  • 전주일보
  • 승인 2021.11.07 1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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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일 아침에
김 규 원/편집고문
김 규 원/편집고문

7일은 절기상 겨울에 들어선다는 입동(立冬)이다. 온난화 때문인지 입동인데도 낮 기온이 22도까지 올라 포근한 가을 날씨였다. 인간들의 한 없는 욕심으로 지구가 병들기 시작하더니 날씨도 제멋대로다. 날씨만 아니라 세상이 온통 흐름을 잃고 멋대로 흔들리고 있어 걱정이다.

옛날부터 사람들은 세상이 바로 흐르는 상도(常道)를 생각했다. 이치(理致)에 맞는 시작과 끝이 세상을 바로 서게 하는 힘이라고 보았다. 그런데 요즘 세상은 변해버린 날씨처럼 모든 게 바른길을 벗어나 제멋대로 흐른다. 여론이라는 이름으로 사람들의 생각을 뭉뚱그려 나타낸다는 숫자가 모든 판단 기준으로 등장했다.

여론조사결과가 제대로 민심을 나타내는지 검증해 볼 수단이 없으니 제멋대로 발표해도 제재할 방법이 없다. 오늘 조사한 결과가 내일 조사하면 전혀 다르게 나와도 어떤 조사가 잘 못 되었는지 확인할 수가 없다. 사람들의 생각은 늘 바뀔 수 있고 대답하는 시간에 따라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5, 국민의힘 대통령선거 후보 경선에서 윤석열 후보가 선출됐다. 윤 후보는 지난봄에 세계일보가 의뢰한 차기 대선후보 적합도 여론조사에서 높은 수치가 나왔다는 보도에서 대선에 나설 것을 결심했다고 한다. 그렇게 시작된 대통령 후보 욕심은 현 정부 검찰총장 출신이 야당에 입당하여 유력 후보로 등장하는 결과를 만들었다.

그 뒤에 그가 보인 말과 행보는 그야말로 목불인견(目不忍見)이었다. 도저히 한 나라의 대통령선거에 나설 후보가 하는 말이라고 믿기 어려울 만큼 세상일에 어두웠고 한 마디로 이라 할 수 없는 정도였다. 그런데도 그의 캠프에는 사람이 몰렸다.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이 끝나고는 패배한 이낙연 후보 캠프에 참여했던 인물도 들어갔다.

왜냐면 아직도 그의 여론조사 지지도가 높았기 때문이다. 그의 캠프에는 권력을 좇는 인물이 넘친다고 한다. 당초 이낙연 전 총리가 최고의 지지도를 보일 때 그가 대권을 잡을 것을 기대하고 몰려갔던 이들이 이번에는 윤석열 캠프에 몰렸다. 정권교체 여론이 50%를 상회하고 있으니 야당 유력 후보에 붙어서 한 자리 차지할 수 있다는 계산일 것이다.

마침내 윤석열 후보가 국민의힘에 밀고 들어가서 박힌 돌들을 모두 뽑아내고 대선후보 자리를 차지했다. 그런데 참으로 이상한 일은 국민의힘 당원들의 표심이 굴러들어 온 윤석열에 몰린 점이다. 보통은 당연히 오래 얼굴을 맞댄 당내 인사를 지지해야 옳겠지만, 그들은 윤 후보에게 몰표를 쏟아부어 승리를 안겼다.

국민의힘 당원들은 최종 경선 결과 윤석열에 57.77%, 홍준표에 34.80%의 지지를 보였다. 반면 일반 여론조사에서는 윤석열이 37.94%, 홍준표가 47.85%를 차지했다. 결과는 당원 투표에서의 격차가 커서 윤석열 후보가 6% 정도의 차이로 승리했다. 국민의힘 당원들은 그가 지난날 국민의힘 정치인들을 핍박했던 사람이지만, 정권을 되찾겠다는 욕심에 당선 가능성이 큰 윤 후보를 선택한 것이라고 풀이할 수 있다.

어떤 이는 국민의힘 일반 여론조사에서 홍준표 후보가 높은 지지를 받은 것은 민주당 지지층이 역선택을 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그러나 국민은 우직하고 경륜 없는 검사보다는 묵은 생강이고 합리적인 사고를 내보이는 홍 후보를 선택했을 것이다. 국민의힘 당원과 달리 국민의 생각은 윤 후보가 당선된다면 닥칠 여러 문제를 우려했을 것이다.

오로지 권력을 쥐겠다는 생각, 나라와 국민을 걱정하기보다는 내 앞에 이익과 감정을 앞세우는 마음으로 표를 던지는 일처럼 우매한 짓은 없다. 대통령이 모든 것을 다 지휘하는 건 아니지만, 국정의 흐름을 파악하고 조율하는 역할은 누구에게 맡길 수 없는 중요한 일이다. 전두환의 예를 들어가며 국정을 전문가에게 맡기겠다는 윤석열의 생각은 최순실에게 국정을 맡긴 박근혜보다 더 위험할 수 있다.

국민의힘 대선후보 결정에 실망한 2030세대 국민의힘 당원들이 무더기로 탈당하는 사례가 이어졌다는 보도가 나왔다. 젊은이들이 보수정당에 입당했던 일은 현 정권에 대한 실망에서 새로운 변화를 추구하는 마음이었을 것이다. 그중 한 청년은 정당에 들어가 기성 당원들의 움직임과 경선 과정을 보면서 그 안에서 새로운 변화나 바라는 바를 이루기 어렵다는 판단이 들었다고 말했다.

정권교체를 희망한다는 여론조사 수치는 55~57%에 이르는데 윤석열에 대한 지지는 26%에 그친다는 여론조사 수치가 나왔음을 지적하는 기사도 나왔다. 또 문재인 대통령의 임기말 지지도가 아직도 굳건하게 40%를 넘나들어 레임덕 없는 대통령으로 임기를 마칠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지난 5일 한국갤럽의 조사 결과 문 대통령은 37%의 긍정 평가를 받았다.

정권교체에 대한 여론도 조사에 응하지 않은 다수의 생각을 포함하면 얼마나 달라질 수 있을 것인지 모른다. 10만 도수 이상의 번호를 돌려 1,000명이 응답하는 여론조사 결과를 과연 믿어야 하는 수치인지도 의심할 수밖에 없다.

윤석열은 당 경선에서 승리한 뒤 후보 수락 연설에서 상식의 윤석열과 비상식의 이재명 싸움, 합리주의자와 포풀리스트의 싸움이라고 말했다. 그가 말하는 상식이 어떤 것을 두고 말하는 것인지, 합리주의가 과연 무엇을 말하는지 모르겠다. 그동안의 행적을 보면 그가 과연 상식적인 사고와 행동을 하는 사람인지 그가 말하는 합리주의라는 게 어떤 것인지 짐작하기 어렵다.

전두환의 정치가 쿠데타와 5.18을 빼면 잘한 일도 많다 라고 말하는 그가 합리주의자인지 생각해 본다. 그리고 그게 상식적인 사고라고 생각한다면 그는 퍽 위험한 인물이 아닌가 싶다. 좋게 말해서 지역의 표를 얻기 위해 사실이 아닌 말을 만들어냈을지도 모른다. 생각은 그렇지 않은데 거짓을 말했다면 지도자로서 자격을 의심해야 한다.

대선 시계는 끊임없이 돌아가고 있다. 지금의 감정보다 선거가 끝난 후의 일을 짐작해가며 최선을 찾아야 할 오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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