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두고 마감하는 11월을 맞으며
거두고 마감하는 11월을 맞으며
  • 전주일보
  • 승인 2021.10.31 1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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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일 아침에
김 규 원/편집고문
김 규 원/편집고문

가을이 제모습을 갖추는 계절이다. 눈을 들면 멀리 보이는 산색이 울긋불긋 점점 곱게 물이 들어가고 바람 속에 찬 기운이 서려 있다. 황금 들녘은 어느새 추수가 끝나고 밭에는 김장 배추가 한껏 몸을 부풀려 때에 이르렀음을 보여준다.

올가을은 내년에 대선과 지방선거가 한꺼번에 치러지게 되어 조금 수선스럽다. 코로나바이러스에 움츠러든 생활반경에 선거 분위기도 가라앉아 있지만, 위드 코로나로 접어드는 11월부터는 많이 달라질 것이다.

1일부터 위드 코로나가 시작되어 제한이 크게 풀리면 전처럼 북적거리지는 않아도 거리 풍경이나달라질 터이고 서로 만나는 기회가 많아지는데 코로나19 확산이 걱정이다. 우리 전북은 지난주에 하루 56명의 확진자가 나오는 기록을 세웠던 터라 불안하기 그지없다.

특히 청소년들 사이에 코로나19 확산이 지속되고 있는 점이 문제다. 활동 반경이 넓고 돌발변수가 큰 학생들이어서 통제가 풀리면 걷잡을 수 없는 결과로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 지난 27일 남원의 한 요양병원에서 30명의 집단 감염이 있었는데 모두 백신접종을 마친 돌파 감염이어서 충격이 컸다.

벌써 백신의 효력이 줄어들기 시작했는데 어쩔 수 없이 위드 코로나를 선택해야 하는 상황을 인식해야 한다. 저마다 마스크 잘 쓰고 개인 방역을 철저히 하지 않으면 다시 팬데믹 상황이 이어져 거리두기 시절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

부스터 샷(백신 추가 접종) 대상자들은 서둘러 예약하고 3차 접종을 해야 안심할 수 있다. 특히 노인층은 반드시 추가 접종해야 줄어든 면역력을 보완할 수 있다고 한다. 부스터 샷은 나 혼자의 문제가 아니라 취약한 노인층의 감염을 막아 위드 코로나 상황을 견디는 데 도움이 되는 기회라고 생각해야 한다.

 

위드 코로나 시대여도 대선 시계는 쉬지 않고 돈다. 202239일까지 129일이 남았다. 4개월 동안에 어떤 변수가 등장할지, 국민의 시선이 어떻게 달라질지 짐작할 수는 없지만, 115일 국민의힘 후보가 결정되면 양대 진영의 움직임이 표면에서 정면충돌로 이어질 것이다.

그때부터가 본격적 선거판이라고 할 수 있다. 야당은 국정조사를 여론화하여 이재명 후보를 국회에 묶어 두려고 하지만, 다수당인 민주당이 듣지 않으니 그걸 또 공격자료로 활용하며 의혹 공세를 이어갈 것이다.

대선의 향방은 이재명 후보가 대장동 사건에서 결백하다는 인식을 얼마나 심어줄 수 있느냐에 달린 듯하다. 당시 여당인 새누리당(국민의힘 전신)이 시의회를 장악하고 있었고 문제의 곽상도 의원 등 새누리당에 둘러싸인 가운데서 이재명 시장이 할 수 있는 범위가 지극히 제한적이었다는 상황을 국민이 확실히 인식하게 한다면 좋은 결과를 낼 수 있을 것이다.

지난 4년 반 동안 문재인 정부에 대한 평가는 보수 언론의 끊임없는 공격으로 줄곧 깎여 나갔다. 그러나 재임 5년 차에도 40% 언저리의 지지를 받은 역대 대통령이 없었다는 걸 상기하면 문 대통령은 나름 성공한 대통령이라고 말할 수 있다.

국민의힘 대선 후보들이 문재인 정부가 공정평등을 훼손한 것처럼 말하지만, 지난 이명박근헤 9년간의 공정과 평등을 생각하면 그 시대에는 공정이라는 개념조차 없었다. 그저 상위 1%가 완벽하게 나라를 쥐고 흔드는 시대였고 돈과 권력을 가진 자들만 맘대로 누리며 사는 시대였다.

이명박은 복지예산을 깎아서 4대강을 파헤치는데 퍼부었다. 어려운 이들이 죽건 말건 가난 구제는 나라에서도 할 수 없다.’는 전제 군주 시대의 정치를 폈다. 끼리끼리 잘먹고 잘사는 시대가 박근혜 시대까지 이어져 사회 양극화가 절정에 달했고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이들이 해마다 늘어 자살 공화국이라는 오명도 얻었다. 정치는 저들끼리 잘살면 된다는 일부 집단을 위해 존재했다.

박근혜가 촛불에 데어 당황할 때, 그의 수하들은 촛불에 놀라서 한나라당을 깨고 나가 탄핵에 동조하여 목숨을 부지하는 길을 택했다. 그리고 지난 총선에서 의석을 모두 잃고 79석의 야당으로 전락했다.

문 대통령이 순수한 아마추어의 마음으로 온갖 반대를 무릅쓰고 윤석열을 검찰총장에 임명하여 뜨거운 배신의 구정물을 둘러쓰는 바람에 보수 야당은 힘을 잡았다. 정부를 공격할 자료를 공급받아 맘껏 공격한 그들의 면면을 보면 ‘×묻은 개가 겨 묻은 개를 나무라는 격이라는 속담조차 과분했다.

이명박이 대통령에 당선하여 미국에 당선 인사차 가던 비행기에서 선거 과정에서 약속한 공약 이행 여부를 묻는 측근에게 선거 때에 무슨 말을 못하냐?”라고 말했다는 내용이 보도된 적이 있다. 이번 대선 정국에서도 이런 터무니 없는 약속들이 쏟아질 것이다.

이미 후보 경선 중에도 아무 말이든 그 지역 사람들이 좋아할 수 있다고 생각되는 말을 쏟아내고 있다. 그저 발라맞추는 데에만 열심이고 준비한 것도, 지닌 소양도 없는 인물이 여론조사 수치에 고무되어 대통령이라도 된 듯 설치기도 한다.

또 어떤 후보는 내가 당선되면 상대 후보를 구속하겠다고 공언했다. 인신 구속은 판사가 법에 따라 판단하는 고유 영역인데 대통령이 이를 간섭하겠다니, 그야말로 위험한 후보가 아닌가 싶다.

대통령은 국민을 위해 일하는 가장 윗자리 머슴이다. 대통령 선거는 큰 머슴 뽑기이지, 왕을 뽑는 선거가 아니다. 어떤 후보는 손바닥에 자를 써서 TV중계 카메라에 일부러 드러내 보였다. ‘내가 왕 이로 소이다.’라는 의미인지 모르는 이 주술이 과연 효과를 낼지 두고 볼 일이다.

여론조사 수치가 날마다 기관마다 들쑥날쑥 점입가경이다. 전혀 믿을 게 못 되는 조사 수치에 현혹될 일도 아니고 내 중심이 흔들리지 않으면 그만이다. 다만 누군가 마음에 드는 후보를 두고 그가 대통령이 되었을 때 나라가 발전하고 사회가 건강해질 수 있을 것인지 지금부터 몇 번이고 생각하며 고민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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