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칼로 빼앗은 자, 왕이 되고 싶은 자
총칼로 빼앗은 자, 왕이 되고 싶은 자
  • 김규원
  • 승인 2021.10.24 1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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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규 원/편집고문
김 규 원/편집고문

1979, 박정희가 총 맞아 죽고 나라가 어수선하던 기회에 군대를 동원하여 나라를 탈취한 전두환의 폭력 정치를 모르는 사람은 없다. 육군 소장 전두환은 허수아비 최규하를 대통령에 앉히고 실질적으로 국정을 주물렀다.

전두환은 육참총장이던 정승화가 걸림돌이 되자 박정희 시해 사건의 공범으로 몰아 군에서 축출하고 측근을 수경사령관 등 중요 직책에 앉혀 권력 안정을 꾀했다. 804월에는 전두환이 스스로 중앙정보부장 서리에 오를 만큼 확실히 세력을 장악했다.

그해 5월 중순, 김영삼, 김대중 등이 계엄하에서 민주정치 회복을 꿈꾸었지만, 전두환은 대학생들을 부추겨 데모를 선동하는 수법으로 소요사태를 조장하여 비상계엄을 확대 강화했다. 518일 계엄사가 포고령을 발표하여 정치활동 금지, 대학휴교와 함께 김종필, 김대중 등 26명을 연행했다. 이날 전남대생 6백여 명이 계엄군과 투석전을 벌이면서 광주 시위가 시작되어 광주 전역으로 확산하였다.

527, 계엄군이 광주에서 총칼로 시위대를 진압하면서 수천 명이 죽고 실종되었다. 그리고 강화된 계엄아래 국보위가 설치되어 상임위원장에 전두환이 완전하게 권력을 장악했다. 내각을 대신하는 국보위 상임위원에 군인 18, 민간인 12명이 임명되었다. 완벽한 군대 정치가 시작된 것이다.

6월 중순부터 권력형 부정 축재라는 이름으로 전직 관료 가운데 비협조적인 인사들을 잡아들이기 시작했고 공무원 숙청이 시작되었다. 7월에는 김대중을 학생시위와 광주 사태를 선동했다며 내란음모로 몰아갔다. 7월 내내 공무원과 국영기업체 임직원 등을 파면하고 군대로 채워넣는 작업이 진행되었다. 731일에는 전국의 신문과 잡지 등 간행물 172개의 등록을 취소하여 발행을 막았다.

그리고 827, 통일주체국민회의는 전두환을 11대 대통령에 선출했다 이때, 2,525명 가운데 2,524명이 찬성하고 1명만 기권했다. 917일에는 김대중을 내란음모죄로 사형 선고했다. 사회악 사범을 검거한다며 46,000명을 잡아들이고 10월에는 26개 재벌기업을 정리하는 조치로 경제계까지 장악했다.

11월에는 방송과 신문을 정리하여 동양과 동아 방송이 KBS에 통합하고 중앙 언론사도 통폐합하는 한편 지방에 11사만 남겨 언론에 완벽한 재갈을 물렸다. 아는 것이라고는 군대밖에 없는 그가 할 수 있는 일은 군대의 힘으로 눌러 장악하는 일이었다.

그가 나라를 제멋대로 흔드는 동안 나라 경제는 더욱 궁핍해졌고 강자에 붙어야 산다는 게 진리처럼 되어 권력 주변이 있는 자만 살판이 났다. 그는 나라 예산을 빼돌려 막대한 부를 축적했고 박정희 처럼 수시로 재벌들을 불러들여 또 다른 비자금을 모아 그 돈을 똘마니들에게 나누어주며 의리를 과시하고 추종자들을 다스렸다.

문화계에 대한 감시와 억압도 극에 달해 걸핏하면 상영 금지 딱지가 붙었고 숱한 출판물이 금서(禁書)로 볕을 보지 못했다. ‘독도는 우리 땅이라는 노래조차 일본의 눈치를 보느라 부르지 못하게 했고 전두환을 닮은 탤런트는 용모 때문에 아무 데도 출연하지 못했다. 그의 폭력 정치는 단순 무식하고 극렬했다.

언론들은 그런 그를 미화하여 의리에 죽고 사는 인물로 만들었고 부하를 끔찍하게 사랑하는 장군으로 묘사하는 용비어천가를 불렀다. 돈을 듬뿍 주었는지, 으름장을 놓았는지, 스스로 감복했던지 모르지만, 유명 시인들이 그를 찬양하는 시를 열심히 지어 바치고 신문은 그 내용을 대서특필했다.

전두환 시대는 어느 날 집안에 깡패가 들어와 식구들을 죽이거나 다치게 하고 제멋대로 집안을 풍비박산 낸 경우와 같다. 그가 독재와 5.18을 빼면 잘한 일도 많다고 추앙한 윤석열의 말은 보통의 상식으로 이해할 수 없는 궤변이고 망언이다. 사람을 여럿 죽인 살인범도 그의 일생 가운데 일부는 착하게 살았던 기간이 있을 것이다.

적어도 대통령을 꿈꾸는 사람이라면 본보기 삼을 지도자를 선택하는 일도 신중해야 한다. 우리 역사 가운데 가장 부끄러운 인물을 공개 석상에서 거론하며 따라 하겠다니 제정신인가 싶다. 전두환처럼 국민을 윽박질러서 군림해보겠다는 뜻이 아니라면 달리 해석할 길이 없는 윤석열의 언행이다.

손바닥에 임금 자를 쓰고 며칠이나 버티는 그의 미신추종 심리도 위험하기 짝이없다. 누군가 손바닥에 그렇게 쓰고 버티면 대통령에 당선할 수 있다고 귀띔을 했는지 모르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그의 행동을 선의로 해석할 수 없다. 집 앞에 할머니들이 기다리고 있다가 손바닥에 자를 써준다는 그의 말을 과연 누가 믿을지.

전두환을 추종한다는 말에 사과를 요구하는 여론이 일자, 개를 사무실에 끌고 나와 개 앞에 사과를 주는 사진을 찍어 인스타그램에 올려 말썽을 빚었다. ‘사과? 개나 먹어라!’라는 의미이거나 국민을 개로 보는 시각에서 개에게 사과를 내미는 사진을 올렸을 터이다. 참으로 억장이 막히는 그나 그의 가족, 캠프의 반응이다.

이런 일들이 잇따라 말썽이 되자 이번에는 또 다른 말이 나왔다. 내달 초에 광주에 가서 5.18 묘지를 참배하고 5.18 유족을 만나겠다는 보도다. 그는 경선이 끝나면 광주에 달려가서 더 따뜻하게 5.18 피해자분들을 위로하고 보듬겠다.”라고 했다. 잘못을 사과하러 가는 게 아니라 상처받은 마음을 위로하고 보듬겠다는 그의 말에 소름이 돋는다.

마치 대통령이라도 되는 듯, 자신의 망언으로 상처받은 이들에게 백배사죄하겠다고 말하지 않고 더 따뜻하게 위로하고 보듬겠다니, 광주 피해자들을 완전히 물로 보는 생각이 아닌가 싶다. 생채기를 낸 가해자가 보듬겠다면 얼씨구나 좋아하리라 생각하는 그 마음을 상식으로는 이해하기 어렵다.

그의 손바닥만 아니라 머릿속에도 이미 이 들어있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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